천왕봉을 오를까, 한신계곡을 걸을까? 그것이 문제로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과 함양군 마천면 경계, 함양군 마천면 강천里 백무동)

오늘은 여름 삼복 중 마지막인 말복(末伏)이다.
하지(夏至) 다음 제 3경일인 초복(初伏), 제 4경일인 중복(中伏),
입추(立秋) 후 제1경일인 말복이 되는 날을 말한다.
이 기간은 1년 중 가장 더운 날이라 하여 복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에 놀러가는 풍습이 있었다.
초복에서 말복까지의 기간은 1년 중 가장 더운 때로
이 시기를 삼복(三伏)이라 하며 이때의 더위를 삼복더위라 불렀다.

삼복더위에는 옛날 궁중에서는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과(氷菓)를 주고,
궁(宮) 안에 있는 장빙고(藏氷庫)에서 얼음을 나눠주었다 한다.
민간에서는 복날 더위를 막고 보신(保身)을 하기 위해 계삼탕(鷄蔘湯)과
구탕(狗湯:보신탕)을 끓여 먹었다.
또한 금(金)이 화(火)에 굴하는 것을 흉하다 하여 복날을 흉일(凶日)이라고 믿고,
씨앗뿌리기, 여행, 혼인, 병의 치료 등을 삼갔다고 한다.

요즘 찌는 듯한 무더위와 극심한 열대야 때문에 산책도, 숙면도,
어떤 일을 집중해서 해내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때다.
아침 새벽으로 시원한 바람이 가끔 불어오지만 한 밤중의 열대야가
잠을 설치게 하는데,
이렇게 폭염에 지쳐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순식간에 가을이 다가오면
모두들 당황할 텐데,
어쨌든 지금은 타는 듯한 하루를 잘 보내는 일이 큰일처럼 느껴진다.
그날 꼭 해야 할 일을 간신히 마치고 저녁을 맞는다.
갈증이 나서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시원한 캔 맥주들이 나란히 놓여있다면
보는 것만이라도 침이 절로 고일 것이다.

오늘은 금광산악회 금요산행일이다.
오전 06시 40분,
등산장비를 챙겨 집을 나섰는데 새벽 아침이 차갑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오늘은 지리산 천왕봉 등정과 백무동 한신계곡(韓信溪谷)을 탐방하는 날이다.
지난주에는 남녀회원들이 만석에 가깝게 참여를 해주었는데,
오늘은 빈자리가 많았다.
“운파”가 함께 산행을 하기로 했었는데 가정사로 참여를 하지 못했다.
나 회장도 개인사정으로 산행에 불참을 하였고,
카페지기 송 국장이 회장대행을 해서 재치 있게 인사말을 해준다.
산행대장 “조 교장”님이 오늘 산행일정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산행버스는 지리산 백무동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에 산야(山野)는 짙푸르게 윤기가나고 농촌은 한가롭게 쉬고 있는
풍경이 너무나 풍요롭다.

오늘 우리가 등정 할 지리산 천왕봉(天王峰)은 국립공원(제1호)로
경남 산청군 시천면과 함양군 마천면 경계에 솟은 지리산의 최고봉으로
높이는 1,915m이다.
남한에서는 한라산(1,950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거대한 암괴(岩塊)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서쪽 암벽에는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라는 의미의 “천주”라는 음각 글자가
있다고 한다.
정상에는 1982년에 경남도가 세운 높이 1.5m의 표지석이 서 있으며.
함양 방면으로는 칠선계곡을 이루고,
산청방면으로는 통신 골, 천왕 골(상봉 골)을 이루어 중산리계곡으로 이어진다.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은 항상 구름에 싸여 있어 예로부터 3대에 걸쳐 선행을
쌓아야 이곳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이며,
지리산 8경 가운데 제1경이 천왕 일출(日出)일 만큼 해돋이가 아름답다.
정상에 1칸 크기의 돌담 벽이 있고,
그 안의 너와집 사당에 성모상이 안치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빨치산에 의해 파손된 뒤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 있다고 한다.
정상 아래에는 큰 바위 틈새에서 샘물이 솟아나오는 천왕 샘이 있다.

정상에 오르려면 동쪽으로 개천門(개선문), 남서쪽으로 통천門을 거쳐야 하며,
이 외에 칠선계곡을 지나는 날카로운 비탈길과 대원寺에서 중봉을 거쳐
오르는 험난한 길 등이 있다.
법계사를 지난 뒤에 나오는 개천문은 “하늘을 여는 문(門)”이라는 뜻으로,
지금은 개선문으로 알려져 있다.
통천문은 “하늘을 오르는 문”이라는 뜻으로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관문이다.
통천문은 천연 암굴로 사다리를 타야 지날 수 있는데,
예로부터 부정한 사람은 출입할 수 없고,
선인(신선)들도 반드시 이곳을 통과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산행버스는 오전 10시가 조금 못돼 백무동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백무동이 산행기점이자 종착점이었다.
천왕봉을 등정하는 팀도,
백무동계곡을 산행하는 팀도 모두 원점회귀 코스였다.
나는 10명이 한 조가 되어 송 국장과 함께 백무동계곡을 산행하기로 했다.
백무동계곡 코스는,
백무동에서 출발 -첫나들이폭포 -가네소폭포 -오층폭포 -한신폭포
-세석평전을 되돌아오는 코스였다.
산행도중에 팔순이 넘는 “노형”님과 젊은 한사람이 중간에 산행을 포기하고
되돌아가 8명이 한 조가 되었다.

백무동 한신계곡(韓信溪谷)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강천里 백무동에 있는 계곡으로,
자연경관 명승 제72호이다.
깊고 넓은 계곡 또는 한 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하는 계곡이라는 뜻으로,
계곡의 물이 차고 험하며 굽이치는 곳이 많아 한산하다고 해서 부르던
이름이 한신이 되었다고도 하고,
옛날에 한신이라는 사람이 농악대를 이끌고 세석으로 가다가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백무동에서 세석고원까지 여러 개의 폭포를 이루면서 10㎞에 걸쳐 흐른다.

백무동 위에서 세석까지 흐르는 본류(本流) 외에도,
덕평峰 북쪽에서 발원하는 바른 재골,
칠선峰부근에서 내려오는 곧은 재 골,
장터목 방향에서 흐르는 한신지溪谷(계곡)등 4갈래의 물줄기가
엄川으로 흘러 남강(江) 상류를 이룬다.
본류는 촛대봉과 영신峰 사이의 협곡을 흘러 가네소瀑布에서 한신지 계곡과
합류한다.
백무동계곡은 지리산계곡 가운데 폭포를 가장 많이 끼고 있으며,
지리산 등반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계곡과 절벽 사이로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을 2㎞ 정도 오르는 동안
계곡은 보이지 않고 흘러가는 물소리만 요란스럽게 들린다,
이따금씩 숲 사이로 계곡이 속내를 보이기도 하고,
나뭇잎 사이로 고운 햇살이 비춰서 금빛처럼 반짝거린다.
20여 개의 물줄기가 흐르는 첫나들이폭포(바람폭포)가 나오니 파란하늘이
확 열리고 다시 1㎞를 더 올라가면 폭포수와 넓은 반석,
울창한 수풀이 어우러져 계곡의 절정을 이루는 가네소폭포가 나왔다.
15m 높이에서 폭포수가 떨어지며,
사철 변함없는 수량을 자랑하는 검푸른 소(沼)를 만들어 기우제(祈雨祭)
장소로도 유명하다.

나목(裸木)에 대하여
(팡팡: 자작 詩)
저 무성한 나뭇잎들은 알고 있을까? / 살을 에는 추위와 /
눈바람 / 그리고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
지난겨울의 일들을
별들도 차갑게 보이는 밤 / 모진 눈바람 불어오는 /
겨울의 정점(頂點)에 서서 / 슬픈 연가를 불러야했던 /
나신(裸身)의 여인이여, / 나목(裸木)이여! /
고운 옷 송두리째 벗겨지고 / 삭막한 대지위로 버려진 /
여인의 심정 같은 날들을 /
하늘은 해맑고 바람 시원해 / 칠월의 나뭇잎들은 알 수 없을 테지 /
죽은 듯 살아온 사랑과 / 희생으로 /
칠월의 나뭇잎들이 / 삶에 환희(歡喜)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

가네소폭포 아래부터 본류까지 오층폭포와 한신폭포를 따라 세석으로 흐르고,
내림폭포를 따라 장터목으로 이어지는 한신지계곡이 흐른다.
가네소폭포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폭포가 5층으로 이어지는 오층(五層)폭포 또는 오련폭포(瀑布)가 나오고,
다시 계곡을 건너 등반 로를 따라가다 보면 계곡의 상징인 한신폭포가 나오는데,
여기서 1㎞를 더 가면 세석고원이다.
한신폭포 조금 못 미쳐 작은 폭포와 소(沼)가 있는 철다리 밑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각자 가져온 반찬들이 모이니 1인당 5만원을 하는 한정식이라고 웃는다.

여기에다 소주, 막걸리, 담근 술, 양주까지 나오니 금상첨화(錦上添花)라,
“유정”, “경화”회원까지 한 팀이 되었으니 분위기는 업(UP) 되었고
시원한 계곡水에 발 담그고 있으니 신선(神仙)이 따로 없어라!
우리가 쉬고 있는 동안 한신폭포를 다녀온 회원도 있었고,
젊은 회원 한사람은 세석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하산시간이 오후 5시 30분이라 오후 3시가 넘어서 우리는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다가 가게에 들려 막걸리도 한 잔하고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5시가
조금 못 되었다.

회원들의 얘기로는 천왕봉정상을 밟은 사람은 부부 한 팀을 포함해 모두 4명
뿐이었다.
모두가 각자 행동으로 장터목에서 세석평전으로,
백무동으로 원점회귀 하였다고 한다.
백무동주차장에서 나와 한적한 도로변에서 하산酒를 했다.
오늘은 흰밥에 김치, 오징어 회 무침 이었는데 맛이 좋아 밥이 부족했다.
재료준비는 산행버스 최 사장이 해오지만 요리를 하는 총무, 해틀날, 카라,
회원들이 고생이 많았다,

(2017년 8월 11일)
첫댓글 생생하고 맛깔스런 산행후기
즐겁게 잘읽었습니다 감사드려요^-^
과찬의 말씀입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두요----!
오랫만이네요, 잘 계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