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귀퉁이에 수북이 쌓인 연탄재. 다 타고 남은 연탄은 으스러지고 깨져 온전한 것이 거의 없다. 이맘때면 한겨울 방안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연탄의 잔해가 골목 구석구석에 쌓여 있었다.
70~80년 한겨울 도심의 골목 귀퉁이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수북이 쌓인 연탄재는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를 떠올리게 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구절이 주는 울림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광주대 호심미술관(20일까지)에서 열리고 있는 박인주 한국화가의 개인전. ‘연탄재 쌓기’ 작품에서 오래도록 발길이 머문다. 기성세대들의 뇌리에는 한겨울 연탄재가 쌓인 골목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 사는 게 넉넉지 않은 시절, 연탄 한 장도 꾸어주던 그 시절에는 사람살이의 정이 있었다. 아파트 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웃과의 살뜰한 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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