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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알면 세상의 이치가 보인다!
『밥집』은 단순히 맛집 정보 소개가 아닌 음식 하나에 담겨 있는 깊은 손맛과 정성을 찾아내어 맛의 깊이를 제대로 전해주는 책이다. 음식의 재료들 각자가 지닌 역사나 계절적 풍미, 음식에 대한 진솔한 해석과 그것을 만드는 정성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총 네 개의 장과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향기가 입에 가득하여 3일 동안 가시지 않는다는 전설을 가진 어느 죽 이야기, 철마다 신선한 식재로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식당 소개, 셰프의 자부심과 철학 등 음식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불어 각 장마다 화가 임주리가 그려 넣은 그림들이 따뜻하게 호흡하며, 책에 재미를 더하였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유독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했던 저자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밥을 먹는 행위를 즐거이 여기는 성정으로 오랜 세월을 지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맛집에 대한 리스트와 더불어 재료가 가지는 배경과 역사적인 맥락까지 두루두루 지식을 쌓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맛을 안다는 것'과 '맛집을 많이 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인 까닭에 신뢰의 깊이는 맛집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깊이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 대하여 6
여는 글. 먹고 사는 즐거움 14
제1장. 제 때 만나야 맛있다
봄이 부른다 | 주꾸미 20
가난한 선비의 호사스러운 입맛 | 청어 과메기 23
<예 교수의 노트> 법성포에서 말리면 영광굴비? 27
화해의 음식 | 탕평채 28
수라상에 오르던 시절이 그립구나 | 웅어 31
오월에 잡은 밴댕이, 농어하고도 안 바꾼다 | 밴댕이 34
소나무의 정기가 배어 있는 가을의 그것 | 송이 37
허리 굽은 새우가 노인의 굽은 허리를 곧게 펴준다 | 대하 40
서민들의 보양식 | 추탕·추어탕 43
<예 교수의 노트> 미꾸라지털레기 47
물메기의 벼락출세 | 물메기 48
<예 교수의 노트> 곰치국 51
가히 그 맛이 죽음과 바꿀 만하오 | 복어 52
게 뚜껑에 밥 쓱쓱 비비면 | 대게 55
<예 교수의 노트> 봄은 암게, 가을은 수게 59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신봉사의 생선을 말하다 | 대구 60
카사노바와 클레오파트라 | 굴 63
<예 교수의 노트>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 67
“향기가 입에 가득하여 3일 동안 가시지 않는다”는 어느 죽의 전설 | 방풍죽 68
<번외 이야기> 어느 요리사와의 오래된 인연 72
제2장. 음식의 자격
전라도 음식의 진수 | 가족회관 76
<예 교수의 노트> 고슬고슬 쌀밥 79
일본에 소바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냉면이 있다 | 벽제갈비 80
<예 교수의 노트> 냉면의 지존, 순면 83
우직한 주방장의 손맛 | 목란 84
<예 교수의 노트> 곰보할머니가 만든 두부요리 87
빈대떡의 지존, 백발 성성한 주방 | 한성칼국수 88
<예 교수의 노트> 칼국수: 하늘하늘 손칼국수 / 팥칼국수 91
먹다가 정분날라, 낭만의 어복쟁반 | 대림정 93
전통의 일식집, 회덮밥의 전설 | 북창동 미조리 96
푸아그라 뺨치는 곤이내장 | 연지동태국 99
침착하고 끈질긴 의인의 요리신화 | 명동돈가스 102
<예 교수의 노트> 돈가스의 탄생 105
흑돼지 샤브샤브, 비법의 맛 | 북창동 꺼멍도새기 106
씹을 틈도 주지 않고 사르르 녹는 느낌 | 미우미우 109
<번외 이야기> 서울에도 갈만한 식당이 꽤 된다 112
제3장. 오래된 집, 오래된 맛
비행기 타고 복국 먹으러 온다네 | 부산 구포집 118
제철음식의 왕자를 맛볼 수 있는 시장 밥집 | 통영 분소식당 121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다 주는 옛날식 한정식 집 | 순천 대원식당 124
갖가지 제철 생선과 함께 ‘궁극의 맛’을 볼 수 있는 곳 | 잠원동 진동횟집 127
귀한 민어를 싼값에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집 | 인천 화선횟집 130
<예 교수의 노트> 으뜸 복달임 음식 민어탕 133
어죽 한 그릇 | 남애항 대포횟집 134
평양 분점도 문전성시를 이루리라 | 평양면옥 137
<예 교수의 노트> 냉면이야기: 진주냉면 / 함흥냉면 140
나만의 특특곰탕 주문법 | 하동관 142
<예 교수의 노트> 꼬리곰탕 145
‘단출한 모양새, 간단치 않은 맛’의 밀크 팥빙수 | 밀탑 146
<번외 이야기> 음식과 경제 150
제 4장. 그들의 테이블
실력과 정성, 귀한 재료의 예술 | 오키친 156
<예 교수의 노트> 브런치와 섹스앤더시티의 상관관계 159
해산물 파스타, 시칠리아의 그 맛 | 그란구스또 160
<예 교수의 노트>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의 설 163
그 안엔 언제나 새로운 요리 | 그 안에 맛있는 이탈리안 164
이탈리아의 시골 식당 | 폴 167
음식과 와인의 그럴싸한 궁합 | 몰토 170
이보다 더 다양한 초밥이 있을까 | 기꾸 173
<예 교수의 노트> 세계인의 미각을 사로잡는 초밥 177
명인 초밥 요리사와의 만남 | 기요미즈 178
일본식 소바의 자존심 | 오무라안 181
<예 교수의 노트> 소바리에? 185
인도의 정취 | 달 186
<번외 이야기> 와인과 나의 연애기 190
닫는 글. 한 끼의 의미 192
<부록> 뉴욕에서 만난 열두 셰프의 경영 마인드 194
추천글
“끼니의 행복을 선물한 사람” - 박용만 | (주)두산 회장
사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도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잘 먹는 편이다. 그러니 무엇을 먹을 것이냐 보다는 얼마큼 먹고 힘겹게 수저를 내려놓을 것인가가 늘 고민의 한 복판을 차지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식성이 소탈하고 왕성한 탓도 있지만 어려서부터 음식 타박하는 것은 못된 짓으로 귀 따갑게 배운 탓이기도 하다.
저자와의 인연은 30년을 거슬러 뒤돌아가야한다. 이런 우정이 해가 갈수록 깊어지는 데는 저자의 음식에 대한 탁월한 식견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우리는 식탐이나 까탈스런 음식타박은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배우며 자라왔다. 그러나 지나친 식탐으로까지 가지 않고 지나치게 호사스런 음식을 까탈스럽게 찾아다니지 않으면서, 장인들의 미세한 솜씨와 대물린 옛맛의 탁월함을 만나는 기쁨은 죄의식 없이 얼마든지 누려도 되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내게 수없이 많은 끼니의 행복을 선물한 사람이다.
시도 때도 없이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형! XX는 어느 집 가야하지?"라고 물어보면 "음, 그건 00 이 베스트인데, XX도 웬만큼하지" 라고 즉석에서 답을 해준다. 아무튼 그 덕에 이젠 나도 000은 어느 집이 잘 하는데 원래 그 음식의 포인트는 @@이고……. 메뉴 중에서는 XXX 를 꼭 시켜야 하고…….' 저자로부터 배운 지식을 어쭙잖게 늘어놓는다.
계속해서 저자 덕에 내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음식과 식당에 관해 아는 척 잘난 척을 하려면 사실 이 책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몇 안 되는 저자의 수제자중 한 사람으로 잘난 척을 해볼 텐데 아쉽게도 그 아까운 지식들을 모조리 담아 책이 나오고야 말았다. 한편으로는 책의 발간을 축하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래서 좀 슬프다.
“글의 맛이 살아있는 음식평론” - 박찬일 | 요리연구가, 칼럼니스트
그는 탁월한 미식가이기도 하지만, 글맛이 살아 있는 몇 안 되는 음식평론가이기도 하다. 그의 글은 사천요리처럼 신랄하고, 가이세키요리처럼 분석적이며, 이탈리아요리처럼 핵심을 찌르며, 프랑스요리처럼 담대하고 풍성하다. 한식 밥상처럼 푸근하고 여유 있는 건 물론이다. 실체 없던 음식 평론의 세계를 밥상으로 끌고 온 그의 글이 하나로 묶인다니, 음식 글의 만한전석이요, 별 셋짜리 풀코스 정찬이 아닐 수 없다.
▶ 책 속에서 만나는 훈기 도는 미식가의 식사시간 <밥집>
“미식가의 발걸음을 따라나서는
행복한 인생 여행”
유독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저자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밥을 먹는 행위를 즐거이 여기는 성정으로 오랜 세월을 지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맛집에 대한 리스트와 더불어 재료가 가지는 배경과 역사적인 맥락까지 두루두루 지식을 쌓게 되었다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깊이가 결코 얕은 것이 아님을 쉬이 알 수 있습니다. 가볍게 다가가지만, 그 깊이가 확연히 느껴지는 까닭에 밥 한 끼가 주는 배부름에 무게감마저 더하게 됩니다.
그는 이야기합니다.
맛을 안다는 것과 맛집을 많이 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인 까닭에 신뢰의 깊이는 맛집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깊이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와 같은 그의 신념을 지켜 가며 축적한 미식의 세계가 고스란히 책 속으로 들어와 독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려 합니다.
게다가 각 원고마다 화가 임주리가 그려 넣은 그림들이 따뜻하게 호흡하며, 책에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맛집 소개가 아닌, 음식을 즐기고 교감하는 행복한 인생 여행이라 여겨도 좋습니다.
“음식에 관한 글쓰기는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한다는
저자의 ‘밥집’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에 큰 족적을 남긴 인천의 고 한옹汗翁 신태범 선생은 식도가란,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그 내력과 숨어있는 이야기를 잘 알고, 먹는 것에 대한 애정과 매력, 나아가서는 호식가가 되려는 의욕까지 북돋아 주는 사람”이며, 맛을 제대로 식별하는 미각과 음식의 겉과 속을 꿰뚫어 보는 예리한 안목, 올바르게 묘사하는 표현력, 더불어 살려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인덕人德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의미를 곱씹으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음식을 마주하였습니다.
여는 글
먹고 사는 즐거움
음식을 찾아다닌 세월이 어언 반세기에 이른다. 밥이야 살려면 숨을 쉬듯 누구나 하루 세 끼 먹는 것이지만 기왕이면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며 먹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돌이켜보면 나는 천하의 음식을 섭렵하기에 비교적 운이 좋은 여건에서 자랐다. 출생지이자 유년시절을 보낸 1950년대의 부산은 먹을거리의 보고였다. 어릴 적 집 부근의 시장에 가면 아무 때라도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으로 쌓여있었다. 생선회를 좋아하는 입맛은 그때부터 길들여진 셈이다. 생선회는 재료 자체의 맛으로 즐기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선도가 나쁜 생선은 아예 회로 먹을 수가 없다. 선도에 까다로운 입맛이나 생선에 대한 감식안도 그때부터 길러진 것 같다. 그 시절 부산사람들은 대부분 ‘초장’이라 부르던 초고추장에 생선회를 찍어 먹었는데 나는 음식에 까다로운 아버지 덕분에 그때부터 ‘와사비간장’에 회를 찍어먹는 법을 배웠다.
아버지는 6.25 전쟁 직후의 그 어렵고 피폐했던 시절에 조선총독의 요리사로 있다 낙향한 이가 경영하는 식당의 단골 이상의 단골이셨다. 그 요리사는 자그마한 식당에서 직접 요리를 하면서도 격식을 모르거나 음식을 함부로 대하는 이들은 식사 중에도 쫓아낼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한 이였는데 자신의 음식을 알아주는 아버지와는 아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가끔 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나서면 요즘도 먹기 힘든 수준급의 일본음식을 접하는 호사를 경험하곤 했다.
내가 지금도 일본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그런 성장과정의 영향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1960년대 초반의 부산에는 아직도 6.25사변의 상처가 많이 남아있었다. 전쟁은 끝났어도 미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피난민들도 많이 남아있던 시절이다. 그 무렵 영도의 시장통 천막식당에서 들통에 끓여 팔던 ‘소피국수’의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 시장사람들은 ‘선지’같은 점잖은 표현을 쓸 줄 몰랐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나는 선지보다 소피라는 표현에 더 정감을 느낀다. 그 무렵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근처 개천위의 엉성한 판잣집에서 일본인 아주머니가 만들어 팔던 국수의 맛은 지금도 내 혀에 천상의 맛으로 남아있다. 해방이 되고도 일본으로 가지 못한 그 아주머니는 아마도 한국인과 결혼했던 것으로 짐작되는데 ‘가쓰오부시’가 아닌 멸치로도 기가 막힌 국물 맛을 내고 있었다. 어린 입에도 그 국수가 어찌나 맛있었던지 하굣길에 그 집에 들러 국수를 사먹곤 했던 기억이 반백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다.
(중략)
오랜 세월 참으로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요즘 서울에서 세계의 음식을 다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새로운 즐거움이다. 음식을 알면 맛은 물론 문화, 역사, 정치, 경제가 보인다.
그래서 음식은 인생을 사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독자들과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뜻에서 그동안 써온 보잘것없는 글을 책으로 묶게 되었다.
2011년 2월 예종석.
“먹고 사는 즐거움, 슬로 라이프 레시피”
혹자들은 미식이라 하면 거창하고 돈이 드는 사치스러운 취미라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미식은 즐겁게 먹는 행위 자체를 일컫습니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알면 세상의 이치가 보인다는 그의 말처럼 한 가지, 한 가지 재료와 음식들에 대하여 읽다 보면 가볍게 지나친 일상이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천천히 오랜 시간 끓인 진한 곰탕에서는 인생의 깊이가 보이기도 할 것이며, 각각의 빛깔 고운 재료들이 섞여 하나의 그릇에 담긴 탕평채에서는 조화로운 인간사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음식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에 두고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이 밥집은 맛이 있다, 없다 라고 별점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즐김으로 새로운 평가의 장을 열고 있다고 할까요? 또한 음식에 얽힌 유래나 역사, 에피소드나 사람 냄새들이 수많은 가지치기를 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알아가는 재미를 맛보게끔 하지요.
이제 먹고 사는 즐거움이라는 유쾌한 구호를 기저에 깔고, 밥상 앞에 앉아 볼까요?
+ 책은 총 네 개의 장과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원고 중간중간 삽입된 예 교수의 노트와 각 장을 마칠 때마다 등장하는 번외 이야기는 전혀 지루할 틈 없이 음식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제1장. 제 때 만나야 맛있다
계절의 흐름에 따른 재료에 주목하여 제철 재료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것들이 가진 역사적인 배경이나 숨겨진 이야기 등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봄이 부른다의 ‘주꾸미’부터 향기가 입에 가득하여 3일 동안 가시지 않는다는 전설을 가진 어느 죽의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소재와 깊이 있는 고찰.
제2장. 음식의 자격
일상의 밥 먹는 일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승화시켜 불편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다만 철마다 신선한 식재로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스럽다 여깁니다. 이 장에서는 그런 식당들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제3장. 오래된 집, 오래된 맛
맛의 일관성과 세월의 녹록함이 묻어난 밥집과 그곳의 음식들.
어느 때라도 찾아가면, 그때 그 맛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일종의 확신을 들게 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제4장. 그들의 테이블
굳이 도쿄에 가지 않아도, 굳이 이탈리아를 찾지 않아도 그곳 전통의 맛과 분위기를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셰프의 자부심과 철학을 한층 가까이 느껴볼 수 있어 더욱 의미있는 페이지입니다
+ 예 교수의 노트 & 번외 이야기
음식의 손맛과도 같은 정성스러운 기록이 예 교수의 노트와 번외 이야기입니다.
하나의 칼럼에서 연유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법성포에서 말리면 영광굴비?에서 알게 되는 새로운 비밀이며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의 설을 통해 들어보는 다양한 유래 등이 책 속 양념 역할을 합니다.
+ 부록. 뉴욕에서 만난 열두 셰프의 경영 마인드
뉴욕의 식문화를 대변하는 열두 셰프를 찾은 저자는 그 안에서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문화적 정취와 경영의 마인드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합니다. 여행 중 저자가 소개한 레스토랑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으나, 그가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뽑은 12개의 키워드와 셰프들의 이력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영양가 있는 시간이 될 듯합니다.
서민들의 보양식 | 추탕·추어탕 中에서 (p.43)
추어탕은 서민들의 보양식이었다. 미꾸라지는 긴 겨울잠을 자는 습성이 있어 가을에는 겨울을 날 영양분을 몸에 비축한다. 그래서 가을 미꾸라지는 자양분 덩어리 그 자체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가을이 되면 어머니들은 논이나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식구들에게 원기를 불어넣었다.워낙에 흔한 서민음식이라 그런지 조선의 수많은 요리서에도 추어탕 끓이는 법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소를 도살하고 판매하던 반인泮人들의 별식이었다”는 ‘추두부탕’鰍豆腐湯에 대한 설명이 조선 후기에 편찬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나와 있는 정도이고 역시 그 무렵 청계천 주변의 걸인 조직인 ‘꼭지’들이 끓여 먹고 팔기도 하던 추어탕이 유명했다는 기록이 전해질 뿐이다.
추어탕은 다양하다. 미꾸리로도 끓이고 미꾸라지로도 끓인다. 그러나 요즘 미꾸리 추어탕은 구경하기가 힘들다. 자연산 미꾸리가 귀해진 것은 물론, 양식하는 데도 미꾸라지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 양식업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끓이는 방식도 지역마다 다르다. 크게 보면 서울식 추탕과 남도식 추어탕으로 나뉜다. 서울식 추탕은 미꾸라지를 통째 넣어 끓이고 남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삶아 갈아 넣는다는 점이 기본적
으로 다르다. 그러나 요즘은 서울식 추탕집들도 손님의 기호에 따라 갈아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구분이 모호해졌다. 그러나 육수를 내는 방식은 여전히 다르다. 추탕은 사골과 양지머리, 곱창 등으로 국물을 우려 유부, 두부, 버섯, 호박, 대파, 양파 등을 넣고 끓이다 산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다. 서울식 추탕은 얼큰한 것이 육개장과 흡사하다.
카사노바와 클레오파트라 | 굴 中에서 (p.63)
시저나 나폴레옹은 물론 문호 발자크와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에 이르기까지 앉은자리에서 생굴을 수백 개씩 먹어치웠다는 굴 애호가들의 전설은 수없이 많다. 카사노바는 아침마다 생굴을 50개씩 먹고 연인과 사랑을 나누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이다.
굴은 여성에게도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굴에는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성분과 비타민 에이A가 풍부하게 함유돼 살결을 희고 곱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클레오파트라도 굴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하긴 우리나라에도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하얗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고 <동의보감>에도 ‘굴은 향미香味가 있고 보익補益하며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려도경>에도 서민들이 많이 먹는 수산물로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굴은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먹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예 교수의 노트> 고슬고슬 쌀밥 中에서 (p.79)
우리나라의 밥은 예로부터 유명했던 모양이다. 청나라 때의 장영은 <반유십이합설>飯有十二合說에서 “조선 사람들은 밥짓기를 잘한다.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하고 또 솥 속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고 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서유구 역시 <옹희잡지>饔雜志에서 우리나라의 밥짓기는 천하에 이름난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밥 짓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쌀을 정히 씻어 뜨물을 말끔히 따라 버린 후 솥에 넣고 새 물을 붓되, 물이 쌀 위에 한 손바닥 두께쯤 오르게 붓고 불을 때는데, 무르게 하려면 익을 때쯤 일단 불을 물렸다가 잠시 후에 다시 불을 때며, 단단하게 하려면 불을 꺼내지 말고 시종 뭉긋한 불로 땔지니라.”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다 주는 옛날식 한정식 집 | 순천 대원식당 中에서 (p.124)
순천은 참으로 아름다운 고장이다.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꼽히는 순천만은 70만 평에 이르는 갈대밭과 개펄로 나그네들을 압도한다. 이른 새벽의 대대포구에는 일찍이 작가 김승옥이 무진기행에서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같이 빙 둘러싼다”고 했던 물안개가 무성한 갈대밭 위로 아른거린다. 그곳은 문자 그대로 안개나루霧津다. 먼동이 틀 무렵 포구 건너편의 화포마을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끝없는 갈대밭을 금빛 물결로 출렁이게 하는 와온마을의 일몰은 숨을 멈추게 하는 장관이다.
가을이면 40킬로미터에 이르는 긴 개펄을 일곱 번 색깔이 변한다는 칠면초가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흑두루미와 황새, 저어새 등 200여 종의 희귀 새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밖에 순천에는 조계종을 대표하는 승보사찰 송광사와 태고종의 총본산인 선암사가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있으며, 1500년 전마한 시대에 조성된 낙안읍성이 자리 잡은 곳이다. 이렇듯 볼거리가 많은 순천을 더욱 빛내는 것은 바로 다양한 먹을거리다.
옛날부터 ‘동 순천 서 강진’이라고 할 정도로 순천은 맛의 고장이고 그러한 순천을 대표하는 식당이 바로 대원식당?
첫댓글 예종석 지음 / 출판사 SOMO | 201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