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형
체대형네 아버지는 경찰 간부였다...
체대형네 누이동생 피아노 연주 소리는 그럴 듯이 좋았다....
열여섯 소년은 가끔씩 체대형네 담벼락을 끼웃거렸다...
그러니깐 사십육 년 전
소년은 읍내 농협창고 공사 현장에서
모래를 담은 질통을 매고 일당벌이를 하고 있었다...
그날은 오후에 비가 오기 시작하자 공사를 중단하고 인부들은 흩어졌다....
소년은 우연히 체대형 친구들이 모인 막걸리, 파전 자리에
빌붙어 앉아 두어 잔 얻어 마시고는 고달프고 힘든 인생 넋두리를 늘어놨다....
체대형이 그랬다....
어떻게 살았나 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너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다....
소년은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와
비를 맞으며 읍내 거리에 서서 펑펑 울었다....
사십육 년 후 우연히 체대형 소식을 들었다...
xx용역을 한다더라...
용역사무실 앞에서 간판에 적인 전화를 눌렀다....
xx용역입니까?
예...허리를 다쳐서 당분간 못합니다...
그럼 xxx씨를 부탁합니다....
전데요....
혹시 yyy를 기억하십니까?
아...그럼...
문밖에 와 있어요....
너절한 야구모자, 까만 얼굴에 주름이 짜글짜글한 체대형이 나타났다....
나는 개 발바닥 같은 손을 덥석 잡았다...
손톱 밑의 까만 때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체대형 저녁 먹으러 가자....그리고 여기는 집사람....
가끔씩 남편이 그때 그 이야기를 해요...그리고 체대형이 멘토였다고......
체대형이 당황한 얼굴로 더듬기 시작했다....
아...오늘 저녁 누굴 만날 약속이 있어서....연락처를 줘...내가 담에 연락할게....
명함을 받은 체대형은 까만 품위 있는 차가 사라질 때 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백미러 속의 체대형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앞만 보고 치열하게 살았단 말이야...
고속도로 규정속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