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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세계엔n 스크랩 성공한 페스토소스 만들기, 그리고 켄달잭슨의 `서메이션`
권종상 추천 0 조회 40 09.12.12 04:1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날씨가 영 파격적으로 춥습니다. 며칠 째 동장군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데, 서북미에서 보기 힘든 일들도 꽤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도관이 동파된 집들도 꽤 많이 생겼고, 아침 출근할 때는 18도, 그러니 섭씨로 따지면 영하 7도 정도였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좀 춥다 춥다 할 정도의 기온일지도 모르지만, 연중 기온이 빙점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며칠 안 되는 이곳에서 이정도의 추위가 지속되는 것은 솔직히 '별일'에 가깝습니다.

 

뒷마당에 내 놓았던 향초 화분들을 들여놓는 것을 깜빡했는데, 어떻게 살아주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오히려 지금 들여놓았다가는 이녀석들 모두 죽이게 생겼습니다. 다행히 이 추위가 찾아오기 얼마 전, 이 녀석들을 약간씩 채취해서는 페스토 소스를 만들었답니다. 그게 예상 외로 맛도 좋았고, 보관성도 좋아서, 어제도 여기에 밥도 비벼 먹고 - 이거 의외로 해볼만 합니다 - , 당연히 가끔씩 페스토 파스타가 생각날 땐 국수만 조금 삶으면 되니 참 간편합니다.

 

원래, 페스토 소스를 몇 번인가 만들다가 실패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된 소스를 뽑아 냈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신선한 로즈매리와 타임, 그리고 베이즐 등을 적절히 따다가, 잣과 올리브기름, 소금, 마늘, 파마잔 치즈, 그리고 다량의 시금치를 함께 푸드 프로세서에 넣어 갈아 줍니다. 만드는 법도 쉽고  맛있고, 무엇보다 이런 저런 요리를 하는데 다양하게 들어갈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또 밀봉만 잘 한다면 냉장고에 보관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는 까닭에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실, 이번에 페스토 소스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아내가 토마토 카프레제를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었는데, 저도 생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샐러드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녀석이 무척 당겼었고, 여기에 화이트 와인이라도 한 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부창부수라고, 아내가 카프레제를 먹고 싶어하니 저도 바로 딱 소스를 만들자는 생각이 든 것이죠. 얼른 토마토 사와선 썰어서 소금 조금 뿌리고 페스토 소스 만들어 올려놓고 여기에 생 모짜렐라 치즈를 올리고... 즐겁게 와인 한 잔 마실 안주를 만들어 냈습니다.

 

아내는 조금 달달한 와인을 마시고 싶다 하기에 마시다 남은 소테른을 꺼냈습니다. 사실 우리집에서 소테른 같은 와인이 쓰일 때는 제가 몸조심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지요. 그저 사모님께서 뭐 부탁하시면 척척 해 내야 집안에 평화가 오는... 이럴 때 평소보다 조금 잘 해 놓으면 한달이 그저 편안합니다(아, 이 짬밥 그릇수...). 저는 켄달잭슨의 '서메이션'을 꺼냈습니다.

 

켄달잭슨이야 원래 괜찮은 와인들을 만들어내는 곳이지만, 너무 '캘리포니아산 와인의 모범답안' 같은, 굳이 지적하자면 '캘리포니아'란 이름에 너무 얽매여 있거나 혹은 조금 몰개성하다고 할 수도 있는 와이너리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 서메이션 만큼은 그 개성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통의 캘리포니아산 화이트에서 만나기 힘든 부케들이 퐁퐁 솟아나오더군요. 그래서 이 와인 뒷면의 레이블을 읽어 보았더니.... 대략 조합이 이렇습니다. 소비뇽 블랑 31%, 샤도네 18%, 세미용 13%, 비오니에 11%, 피노 블랑 9%, 루산느 8%, 마르산느 4%, 그레나슈 블랑 3%, 게부르츠트라미너 2%, 셰닌 블랑 1%.

아항, 굳이 이 와인의 이름을 Summation, 즉 '총합'이나 '총계'라고 붙인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게군요. 살구와 멜론의 향과 맛, 약간의 스파이스 톤도 느껴집니다. 하긴, 신세계가 아니라면 절대로 시도될 수 없는 조합이기도 하겠지요. 루산느, 마르산느, 그레나슈 블랑은 샤토뇌프뒤파프 지역 와인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화이트 품종. 그런데 여기에 샤도네가 섞여 버리고, 비오니에와 소비뇽 블랑, 셰닌 블랑은 르와르 지역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여기에 '게부르츠'라는 황당한 조합. 이 와인을 만드는 데 쓰인 포도가 나온 지역들을 보니 더 재밌습니다. 43%가 레이크 카운티 산입니다. 이 지역엔 제가 좋아하는 '구에녹' 와이너리가 있지요. 14%는 멘도치노 카운티, 13%는 몬터레이 카운티, 10%는 솔라노 카운티, 9%는 산타바바라 카운티, 그리고 센트럴 지역의 포도 6% 에 소노마와 나파산 포도도 각각 4%와 1% 씩을 섞었다고 합니다.

 

아마 이 와인이 오랫동안 꾸준히 나오진 않을 듯 합니다. 이런 시험은 보통 포도밭 하나를 완전히 갈아치우기 전에 하는 일종의 시험 같은 건데, 만일 이 와인이 미국 내 시장에 뿌려본 몇몇 테스트 마켓에서 반응이 좋다면 그때는 대량으로 전국에 풀겠지요. 그리고 안 팔린다 싶으면 이 와이너리 소유 몇몇 포도원은 새로운 품종으로 바뀔 것이구요. 저는 이래서 미국식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긴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실험이 아니라면, 이런 조금 황당한 조합의 와인을 마셔볼 수 있는 경우도 드물겠지요.

 

어쨌든 제 입맛엔 맞습니다. 저는 이 적당히 무거우면서도 또 가벼운 척 하고 있는 이 와인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내는 일단 입안의 단 기운을 씻어내고 나서 이 와인을 마셨는데, "어머, 어머, 좋다"를 연발합니다. 마침 아이들이 일찍 씻고 잠들었는데, 그러면 뭐하냐구요. 덴장. 이 맛있는 와인이나 더 마시고 얼른 자야...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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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12.12 08:24

    첫댓글 훌륭한 강의 잘 듣고 공부많이 할 수 있어 늘 고마운 마음임을 전합니다. ^.^

  • 09.12.12 10:12

    아이들 잠 들었으면 그만 마시고 얼른 들어가 주무쎄욧~~~!!!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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