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승진 대상자 선발 과정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경찰청은 경무관 승진 대상자인 총경급 간부 중 업무 성과 평가에서 상위 30%에 오른 사람들 명단과 등수(等數)를 경찰 내부 인터넷망에 공개했다. 경찰이 승진 인사를 앞두고 개인별 성적표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공개된 명단과 등수는 모든 경찰관이 볼 수 있다. 경찰청은 공개 내용에 대한 이의(異議) 신청을 받아 재심사를 벌인 뒤 그 결과를 다시 공개하고 경무관 승진 인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다음 달엔 총경 바로 밑 계급인 경정의 평가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경찰 인사만큼 잡음이 많은 분야도 드물다. 인사철만 되면 권력 주변 인사들을 통한 로비가 극성을 부렸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수백 통의 청탁 전화가 걸려와 골치 아파 죽을 뻔했다"고 한 적이 있다.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은 전국에 35명뿐이다. 경무관 승진 후보군(群)인 총경은 494명이고, 이 중 경무관에 승진하는 사람은 매년 10명 안팎이다. 승진 경쟁이 어느 계급보다 치열하고 인사 청탁도 심하다. 총경급의 업무 평가 공개는 인사의 투명성·공정성을 높여 인사 잡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업무 평가 공개가 자리를 잡으려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식이 전제돼야 한다. 경찰청은 총경들에게 각자 업무 성과를 적어내게 한 뒤 경찰 고위간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개인별로 면접하는 방식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평가받는 당사자들 자평(自評)을 토대로 하는 평가가 얼마나 객관적일지 의문이다. 앞으로 직무수행 능력, 간부로서의 리더십 등을 상관·동료·부하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관점에서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방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평가위원회에 민간 전문가를 포함시키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파벌 간 싸움과 음해가 잦았던 곳이 경찰 조직이다. 이번 평가 성적 공개로 인신공격성 투서나 특정인을 조직적으로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성적 공개로 일선 경찰서를 관장하는 총경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주민 치안에 곧바로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고 경찰의 다수가 '이 정도면 공정한 편'이라고 받아들일 때까지 평가 방식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