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름만에 간
술이 덜 깬 아침
손님같이 집 한바퀴 돌고
꽃밭에 갔더니
꽃밭은 쥔 없어도
한 뼘쯤 더 키가 자라고
손주놈은 언제 깨었는지
꽃망울 속에 숨어 웃고 있었다.
감나무 삭정이에 한올 연실처럼 걸려 있는
할아버지 마른 기침소리도
아름드리 포플러 삭은 등걸 속에서
조금은 녹슨
아버지 날선 도끼소리도
내 전지가위 소리도 크고 있었다.
쉰이 넘어 더 헤퍼진
내 헛웃음소리도
한밤중 내 시의 속울음들도
내 전지가위에 잘려 나간
가지 끝에서
아픈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한국인의 애송시 II, 청하]===
정렬(鄭烈): 1932년 전북 정읍 출생.
국학 대학 졸업. 『문학예술』과 〈사상계〉를 통해 문단에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원뇌(遠雷)』 『바람들의 세상』『어느 흉년에』(3인 공저)가 있다. 그의 사는 개인적인 순수한 서정의 탐구와 민족의 비국을 노래하는 것을 특징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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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정이", "등걸"이라는 단어가 낯설어 사전을 보았습니다.
삭정이: 산 나무에 붙어 있는, 말라죽은 가지.
등걸: 나무의 줄기를 베어 내고 남은 밑동.
꽃밭으로 부터
감나무의 삭정이에 걸린 연의 실,
포플러 나무의 등걸,
녹슨 도끼...
쉰이 넘은 나이로 보는 풍경.
비가 더 오기를 바랐으나
부산엔 구름만 가득합니다.
오늘은 한식(寒食)입니다.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이랍니다.
찬 음식을 먹는다는 한식.
한식의 유래를 찾아 공부합니다.
『한식의 주요 풍습으로는 성묘였다. 왕실에서는 종묘 제향을 하고 종묘에서 제외되거나 후손이 없는 왕, 비빈에 대해 성묘하고, 능묘를 보수했으며, 민간에서도 조상 제사를 하고 성묘를 지냈다. 서울지역에서는 제사에 앞서 산신제를 지내기도 했다.
특히, 한식은 손 없는 날로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다고 하여 산소에 새 잔디를 입히거나 비석, 상석을 세우기도 했으며, 묘를 옮기는 이장移葬도 한식에 행했다. 이외에 투란鬪卵이라고 계란 위에 누가 더 그림을 잘 그렸는지 겨루는 유희가 있었다고 한다.
농가에서는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로, 소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소를 부려보기도 하고 볍씨를 담근다. 하지만 이때 씨를 뿌리면 말라죽거나 새가 파먹는다고 하여 씨를 뿌리지는 않았다.
지금은 한식이라고 찬 음식을 먹거나 투란이라는 놀이를 크게 하지 않지만, 성묘를 하거나 조상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오늘도 여유롭고 행복하며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