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고적대를 담당하신 선생님이 하모니카 음계만 알려주고 아이들은 악보도 없이 그냥 리듬을 익혀서 따라 불었던 일이 아련하다. 중학생이 되며 읍내에서 자취를 하는데 고향의 봄, 섬집 아기, 바위고개, 석별의 정 등을 악보도 없이 불어대다 보면 잠깐이나마 집 생각을 덜 수 있었다.
요즘은 다른 악기에 밀려 하모니카 소리를 흔하게 들을 수 없다. 호흡으로 소리를 내는 하모니카는 연주자의 감성이 그대로 전달되는 악기로 멜로디 연주는 물론 화음과 베이스로 박자를 넣고 음색까지 바꿀 수 있으며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할 수 있다. 하모니카는 금전적인 부담이 적고, 편안하게 다룰 수 있는 매력적인 악기이며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년층 까지 쉽게 불고 공감할 수 있는 악기이다.
부피가 크지 않아서 소지하기 좋고, 애수적인 음색이 좋다. 하모니카는 그냥 불어도 떨리는 음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청아하고 구슬프게 들린다. 회오리바람 같은 삶 속에서 외롭거나 힘겨울 때, 고뇌와 번민으로 밤을 지새울 때 하모니카를 불면, 그 선율에 미묘한 영혼의 소리가 실려 잡다한 생각들이 떠나가는 듯하다. 하모니카 소리는 옛 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더듬게 하기도 한다. 하모니카를 불고 있으면, 중년층은 추억을 퍼 올려주는 것 같다고 좋아한다. 하모니카를 연주모임에 특별히 노년층 참여가 많은데 ‘추억’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하모니카를 불 때 심폐기능이 튼튼해지고 폐활량이 좋아지기 때문에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모니카는 날숨과 들숨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수면무호흡증, 천식,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에 효과가 있으며 노인이 되면 숨이 가빠지는데 들숨과 날숨호흡이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것 이다. 연주를 통해 고여 있던 가래가 배출되면서 만성폐쇄성 폐질환 증상을 호전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하모니카는 퇴직 후 여행을 떠나거나 등산 트래킹 시 남에게 방해하지 않으며 어디서든지 불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최적의 악기다. 하모니카는 꿈과 희망을 부는 마음의 악기 역할도 한다. 전철 안에서 시각장애 노인 이 하모니카를 불며 지나간다. 시각 장애인인은 하모니카 세상을 보는 눈이다. 북한 특유의 다세대 주택인 ‘하모니카 집’은 한 칸짜리 방에 부엌이 딸린 집이 길게 열을 지어 들어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혼부부가 희망을 키우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어느 지자체에서 ‘우리는 하모니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천 모니터링을 하며 환경 보호에 앞장선 학생들이 환경운동가의 꿈을 키우는 활동이다.
/양규창(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