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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 대충 건져 올린 건강보조식품 목록이다. 페이지를 넘겨도 넘겨도 끝이 없다. 끝까지 뒤지다간 눈이 마비될 것 같아 한 50페이지쯤에서 중단했다. 골다공증에 좋다는 글루코사민 같은 것은 상품종류가 수백 종은 되었다. 건강보조식품이 많이 나돌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정말이지 대한민국 건강보조식품사업 만만세다.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 중독증
건강보조식품이 이렇게 범람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건강이 그만큼 나쁘다는 증거다. 아마도 천연재료로 만든 건강보조식품이 일반 약보다 안전하다는 믿음 때문에 그러지 않나 싶다. 그런데 과연 건강보조식품이 건강에 좋기는 한 걸까? 만든 사람이 들으면 화를 낼 일이겠지만 건강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분명 제품 하나하나마다 몸에 좋다는 특이성분이 명시되어 있고 유명한 박사들의 추천문도 들어있건만 나는 이날 이때까지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건강해진 경우를 한 번도 접해본 일이 없다. 건강해지기는커녕 식품구입비용 과다로 인해 살림만 축났을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깝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한다.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 해? 건강이 최고지!”라는 덕담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일까?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몸에 이상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귀는 왜 그리도 얇은지. 누가 옆에서 뭐가 좋다고 하면 기어이 쫓아가서 해보아야 한다. 심지어 건강보조식품 중독증 환자까지 있을 정도다. 곁에 건강보조식품이 없으면 불안해 한다. 수호천사가 따로 없다. 이 모두가 문명이 만든 병적 증상이다. 똑똑한 인간들이 문명을 만들고 그 문명은 도리어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 자승자박이다. 건강을 위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잔뜩 벌여서 자연을 파괴하고 서민들의 살림을 축내고 환자에게 의존심만 심어놓는다.
앓는다는 것과 치유한다는 건 같은 말
원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자연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생명이 탄생하여 자라서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그 자체로 자연의 질서이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들은 이 자연의 질서에 적응하며 아무런 고민이나 갈등 없이 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을 반복한다. 그 사이에 겪게 되는 대부분의 병과 상처는 자신의 몸에 내장되어 있는(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치유력으로 치유할 수 있다. 이는 이들이 자연 속에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자의식을 가진 인간은 자연의 질서에 적응하기를 거부하고 자연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정복하고 개조하여 살아가기 때문에 자연이 준 선물인 자연치유력을 잃어버리고 대신 자신들이 만든 약과 보조식품에 의존하여 병을 치유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인간에게 병이란 동거할 수 없는 적으로 취급된다. 그리하여 따로 병원을 짓고 환자를 격리시킨 다음 강력한 화학합성물질을 써서 병인을 죽여 없앤다. 인간의 천적인 세균과 약의 관계는 도둑과 자물쇠의 관계와 같다. 도둑을 막기 위해 강력한 자물쇠를 채우면 도둑은 더욱 세련된 기술로 문을 따고 들어온다. 주인은 다시 더욱 강력한 자물쇠를 채우지만 도둑은 기술을 연마하여 그마저도 열어버린다. 약으로 아무리 세균을 죽이려 해도 세균들은 매번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내서 신약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죽어나는 건 세균이 아니라 환자 자신이다. 치료가 길어지면 환자는 자립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약과 의사에게 매달리게 된다. 설사 많은 돈을 들여 병을 치료했다 해도 이미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이 바닥상태인지라 언제라도 다시 병에 걸릴 수가 있어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약을 입에 달고 다닌다.
자연상태에서 병이란 치유 과정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 몸이 아픈 것은 몸의 어딘가에 균형을 잃었다는 신호일 뿐이다. 신호가 느껴지면 몸은 자연치유력을 동원하여 스스로 치유한다. 따라서 병을 앓는다는 것은 병을 치유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자연과 분리된 인간들은 병에 걸리면 어떻게든 병을 없앨 것인지만 고민하지 어떻게 “병을 성공적으로 앓을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 자연상태에서라면 병이란 성공적으로 잘 앓으면 저절로 낫게 되어 있다.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어라
건강해지려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몸 안의 자연치유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약과 의사가 필요 없는 낙원이 거기에 있다. 그러나 문명병에 단단히 걸려있는 현대인들은 약과 의사가 없는 상태를 지옥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옥은 다른 게 아니다. 우리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상태가 지옥이다. 이미 마음속에서 지옥을 만들어 놓고 자연은 지옥과 같으니 갈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한 번도 수영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물은 지옥과 같다. 머리로 백번을 생각해 봐야 살아날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물에 빠져보면 안다. 우리 몸이 죽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약의 중독성이 문제가 되니까 사람들이 너도나도 건강보조식품이 마치 새로운 구세주인 양 찾고 있지만 그 효과는 약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현대인의 건강이 나빠진 이유가 문명에 대한 의존심으로 인해 자연치유력이 약화된 데에 있는데 화학합성물 대신 천연합성물에 의존한다고 하여 건강해질 이유는 없다. 방법은 오직 하나다. 우리의 몸을 지연의 질서에 맡기는 것이다. 비싼 돈을 들여 건강보조식품을 사먹을 것이 아니라 삶터를 자연에 가깝게 만들고 날마다 식단을 자연식품 위주로 짜면 그만이다. 생활방식은 완전히 자연과 동떨어져 있으면서 건강보조식품을 아무리 사먹은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이다.
오늘도 텔레비전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건강보조식품 사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가 건강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단순한 ‘습관성 구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병든 문명은 병든 인간을 만들어내고 병든 인간은 병든 의식에 빠져 끝없는 악순환을 거듭할 뿐이다. 진정 건강해지기를 원한다면 이 병든 문명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을 먼저 해야 한다.
<작은것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