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주에 놀러왔던 동창들이 돌아가는 날이라 공항도 가야하고, 준이 경기약도 좀 받아올 겸 제주시를 향해 다같이 일찍 나섰습니다. 열심히 가는데 걸려온 전화 한통, 주간보호센터 담당선생님입니다. 태균이 준이가 왜 안오냐는 질문입니다. 저는 오늘까지 쉬는 것으로 착각했으니 돌아가는대로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친구들 공항에서 배웅한 후 방문한 정신과의원. 준이의 공격성이 조금 더 심해졌다고 하니 리스페리돈을 추가로 처방하겠다고 합니다. 최대한 의사의 눈치를 봐가면서 정중히 거절... 준이가 경기로 인해 집착적 접촉과 결박을 한다해도 리스페리돈 류의 약물로 다스릴 수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렇지않아도 도파민이 부족한 아이들인데 더 도파민을 분해해버리는 약이니 이건 아니다라고 말을 하니 의사가 착하게도 바로 수긍을 합니다. 속으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저 엄마 도대체 뭐야?' 이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병원일도 마치고 부지런히 돌아와서 센터로 가니 역시 태균이 안가겠다는 자세가 역력.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내려서도 센터문을 넘질 못하고 밍기적밍기적, 결국 친구같은 선생님의 설득으로 겨우 안으로 들어가고... 간만에 지켜본 태균이가 더욱더 훌륭해졌다고 친구들은 연실 칭찬을 해주니 저도 기분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아직도 갈 길은 너무 멀죠.
태균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주고 간 친구들... 집에 일주일 다녀오면서 잠시도 쉬지 못했고 제주도 돌아오자마자 친구들과 4박5일 함께 돌아다녔으니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안압이 크게 올라 왼쪽눈 실핏줄이 터져버렸습니다. 제 눈이 외계인 수준이 되어버린 이유입니다. 실제로 피곤해서도 그렇지만 잠시도 쉬지 않으려는 이 놈의 체질이 문제입니다.
친구들이 남겨놓은 메시지에 보니 차에다 엽서와 봉투를 놔두고 갔다고 보라고 하는데... 우리는 워낙 아침밥을 잘 차려먹기에 아침상을 빼먹지 않고 함께 했더니 이것도 좋았나봅니다. 원래 주부들에게는 남이 해주는 밥이 최고로 맛있으니, 한 명은 싱글 대학강사, 한 명은 대학졸업 후 한 직장에서만 근무하다 얼마 전에 퇴직한 커리어워먼이니 남이 해준 밥이 맛있을 수 밖에 없지요.
우리의 4박5일 여행은 화려하진 않았어도 제주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려 한 듯 합니다. 태균 준이에게는 사회성을 단련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들이 남겨준 메모와 숙박비라고 굳이 챙겨놓고 간 돈...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끝까지 성의를 다하는 모습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그에 준하는 좋은 보충제로 돌려줄 예정입니다.
첫댓글 친구들 우정이 뭉클합니다.
리스페리돈 기꺼이 포기해준 의사의 양심이 신선합니다.
준이가 제발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