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일기예보에서는 100% 비가 내린단다.
거실에 앉아 텔레비젼을 보고 있노라니 좀이 쑤신다.
긴급타전....백패킹 갑시다....
지난주는 가족캠핑 이번주는 백패킹, 다음주는 또 가족캠핑....격주로 지른다....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베낭을 꾸려 집결지로 모여든다.
2주전 올랐던 노고봉 인근에 있는 백마산이다.
수도권 1,000 이하는 우리가 다니기에 적합한 수준....
4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부실한지라....
적정한 수준을 그렇게 정해버렸다.
비가 내릴것을 뻔히 알면서도 기쁘게 출발을 다짐하며 단체 인증샷을 날려본다.
좌측부터 삼두매님, 사람도 참, 컨트리클럽님, 빡세게님, 캠프화이어님....
모두들 전의를 불태운다.
들머리에서 반겨주는 표시석.....
2주만에 단풍은 사라지고 낙옆이 수북하다.
서서히 속세의 때를 벗고 자연으로 숨어든다.
걸어가는 폼새가 그저 행복해 보일뿐이다.
지난번이나 이번이나 역시 힘들어 보이는 포스는 여전하다. 그래도 한결 부드러워진 몸놀림.....0.1t이 믿기질 않는다.
또 한명의 0.1t....기대를 한몸에 받고 오르는 자세....아직은 힘이 넘친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로 가슴이 서걱인다.
처음 오름질은 언제나 숨을 턱밑까지 끌어올린다.
이번에도 역시 가슴이 저밀만큼 힘들었나보다.
기상이변때문인가. 11월에도 산중에 모기가 많다.....
모두들 처음과 많이 달라진 표정이다. 힘들겠지....
아자 아자 화이팅....전문산악인이 힘을 내어본다.
그렇게 산행은 이어지고 그래도 한결 수월하다.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트는 우리에게 힘을 주고....
내딛는 걸음걸이에 힘이 담긴다....
지난번보다는 한결 여유로워진 삼두매님의 표정이 보기 좋다.
캠프화이어님도 듬직한 베낭을 메고 부지런히 오름질이다.
자~~~이제부터 계단길입니다....
저 너머로 산능선이 보인다....제법 올랐나.....가을의 정취가 깊어져만 간다.
이젠 을씨년스럽다는 말이 그리 어색하지 않을만큼,.....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활엽수 사이로 아직은 힘이 남아있는 넝쿨식물....그 모습이 의연하다.
광주에서 용인까지 이어지는 종주코스 안내도....
산불조심....정말 조심 또 조심해야 할 일이다.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후손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되겠지....
전문산악인 빡세게님도 학학....인가.....
뒤이어 올라온 컨트리클럽님....다 온겨????
헬기장 주변으로 억새가 운치를 더한다.
햇살이 비추었더라면 투명한 빛이 장관이었을텐데....아쉽게도 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자꾸 해가 기울어감을 느낀다.
서둘러야지....해지기 전에 집을 짓고 시작해야지....
가는 길마다 참 호젓하고 아름답다. 자그마한 오솔길처럼 이어진 능선길은 가는동안 상념에 사로잡히게 한다.
드디어 도착해서 집을 짓는다. 두집을 사이에 두고 타프로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곳까지 발렌타인 21년산을 가지고 올라올 용기는 처음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입구에서 사온 방어회를 먼저 올린다.
산정상에서 회라니....연목구어라는 사자성어도 이젠 사라질만하네....
겨울이 제철인 방어회와 소주한잔을 하며 우리의 무사등정을 자축한다.
자그마한 랜턴은 오붓한 시간을 만들기에 충분하고 오름질하는 동한 지친 몸은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기울어진다.
그저 좋은 사람들과 시덥지도 않은 이야기를 나누며 낄낄 거린다.
나이도 제법 먹었는데 뭐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여자보다 더하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는데....빗방울이 한방울.....비가 오려나...바람이 스산한게 비가 오긴 오려나 보다.
사약이라도 되는건지....블랙커피 한잔이 처연하다.
어둠이 내려앉는 산정에는 외롭게 빛을 발하는 랜턴만이 친구....
날씨가 포근하니 손난로도 그저 장식용이다. 지난번에 쌀쌀한 기운에 손을 모으고 의지했었는데...그래도 빛이 아름다워....
방어회도....삼겹살도....육개장도 떨어져갈 즈음....번데기는 일용할 양식....아~~청양고추 한조각만 있으면 칼칼하니 좋으련만.....
빗방울을 뒤로하고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아침....밤새 내린 가을비는 타프를 타고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린다.....
주위는 비를 흠뻑 머금은 구름으로 에워쌓여있다....
두개의 타프를 스틱을 이용해 연결해 놓고....
하룻밤 자고 났을 뿐인데....까칠하다.....피곤했나보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에 활동을 포기하고 텐트안으로 침낭속으로 자꾸만 기어 들어간다.
등산화 위에서 흘러나오는 광석이의 음악이 아릿할 뿐...지금 이시간 그냥 멍때린다....
달리 할 일이 없다. 타프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무너져내리는 눈꺼플을 감사히 여기며 다시금......zzzzzzzz
이렇게 12시가 넘도록 잠을 청한다....비는 여전히 그치질 않고....우리 주변으로 구름이 제멋대로 돌아다닌다....
그게 눈에 보이다니......
빗줄기는 타프를 타고 쏟아진다.....이런.....그래도 기분은 최고다....
어쩔수 없다. 1시까지 기다려 보자.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면 비를 맞고 ....철수다.
타프사이로 빗방울이 잦아든다.
이슬비로 바뀌자 서둘러 철수준비를 한다.
싱싱한 냄새가 코끝에서 시작하여 폐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다. 힘이 절로 난다.
준비 끝.....이젠 철수다....모두들 어제 출발때 보다 더 젊어 보인다.
산속에서 하룻밤.....이들은 무엇을 얻었나....
내려오는 길.....온세상이 비구름에 점령당했다....
저멀리 황금빛 단풍이 보여 찍어 보았건만....비구름에 방해한다.
이제 구름대는 통과한듯....시계가 좋아진다.
이 좋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음이 좋아서일까....알 듯 모를 듯 느껴지는 이들의 표정속에 뿌듯함이 보인다.
그냥 좋아.....
이제 다 왔나보다.
오랜만에 짝이 되었다....빡세게님과 캠프화이어님...
오름질 동안에 서로 만나기 어려웠던 삼두매님과 컨트리클럽님도 하산길에 짝이 되었다...화이팅....
하산길 입구에는 비에 흠뻑 젖은 코스모스가 떠나는 가을을 힘겹게 붙잡고 있는 듯 하다.....
내려와서 젖은 몸을 녹히기 위해 찾은 낙지전문점....연포탕의 시원한 국물로 쓰린 속을 달래며 막걸리로 위벽을 덮어준다.
매콤한 덮밥 한숟가락....이분은 한숟가락이 한공기같다.
지친 몸은 낙지와 막걸리가 최고여....
뭐니 뭐니 해도 맑은 연포탕 국물이 최고지....
인근에 사는 프랜니님 부부도 한걸음에 달려온다.....닭살은.....
사람도 참도 이순간은 그냥 기분이 좋다....
오름질 시간.....낙엽밟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배경음악을 잠시 정지시켜 놓고 들어보세요. 낙엽 밟히는 소리를....
너무나 호젓한 오솔길을 걷는 기분은 천국이다.
타프위를 때리는 빗방울은 그대로 좋다...그리고 함께 하는 이들의 수다와 라면 끓는 소리....
불혹을 넘기 남자 다섯이서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모른다.
그저 마음이 동하는 순간 연락이 닿았고 한마음처럼 함께 보내고 온 1박 2일....
다시 또 떠날 그날을 기약하지만 언제일지는 누구도 모른다.
언제 누가의 마음에 어떤 바람이 일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곱게 눈나리는 날 이들과 함께 깊은 산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안개에 갇혀버린듯한 세상....몽환적이다.
첫댓글 캠프화이어님~~제일 고생 많으셨던거 같네요~~ㅋㅋ*^^*즐거운 시간 되셨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에~이~~~
생긴게 그래서 그래요 ! ! ! ! !
다들 좋아라 합니다..ㅎㅎ
백팩킹을 하시는 모습이 너무 부럽네요.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지인들이 있어 힘이 됩니다....ㅎㅎ
표정들이입니다.
처음 오른지 30분~~~ 집에 가고 싶더라고요~~~
정신줄 놓으신 표정입니다. ㅎㅎㅎ
생긴게 그래서 ~~~
사진빨입니다....ㅎㅎ
ㅎㅎㅎ 너무 부럽네요. 다음에는 더 추워질때 같이 한번 갑시다. 연락도 주고 ~~~~
그럴까요....ㅎㅎ
좋은 분들과, 좋은 곳에서, 그냥 좋았네요~~~
든든합니다.....ㅎㅎ
요즘은 다들 산속으로 들어 가시나봅니다~ㅋㅋ
가기는 가야 할텐데...힘드네요~^^
자꾸 그렇게 되는군요....함께 할 기회를 기대합니다....ㅎㅎ
산에오를 힘이 있을때 부지런히 산을 타야죠.
저두 지난주 얕은 야산 두시간 돌아보구왔지요.
그렇지요....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ㅎㅎ
이놈의 저질체력을 튼튼하게 키우려면 백패킹이 약일텐데
저도 좀 데리고 가세요
헐~전문가께서....그런 말을.....쑥쓰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