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77]
나는 서무부 고유 업무 중의 하나인 정기 재물조사로 경북 포항에 담당 직원 2명과 함께 출장을 갔다. 포항에는 과거 대구지점에 같이 근무했던 K차장이 있었다. 따라서 그와의 친분을 생각해서 출장 가기 전에, 지점장이 요청한 경주에 있는 일급골프장 회원권을 최우선으로 확보해 주었다. 당시 지방지점 지점장들은 영업에 필요하다고, 지점 인근 유명골프장 골프회원권을 본부에 요청했었다. 그러나 요청한다고 다 신속하게 발부(發付)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K 차장은 현안을 시원하게 해결해 준 나를 매우 고맙게 생각했다. 지점에 가서도 재물조사를 해보니 관리상 미비한 몇 가지 점을 발견했으나 K 차장을 생각해서 다 덮어 주었다.
재물조사를 마치고 그날 저녁에 K 차장은 우리 일행에게 포항 죽도 어시장에 데리고 가서 동해에서 잡히는 자연산 도다리를 실컷 대접했다. 그리고 분위기 있는 주점으로 장소를 옮겨, 술을 사며 고마운 정을 표시했다. 검사부나 타 부서 출장과는 달리 서무부는 물자 지원 부서였기 때문에, 어디 가나 마음만 먹으면 인심을 크게 쓸 수 있었다.
나는 또 서울 강북구 모 지점의 숙원사업(宿怨事業)이었던 낡은 영업장 소파 전체를 최신 제품으로 구매해 준 적도 있었다. 해당 지점의 K서무과장이 과거 구미에서 나와 같이 근무한 적이 있었던 관계로 힘을 써 주었다. 물론 친분 때문에 일어나는 이런 일들은 특정 점포와 개인에 대한 특혜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일이 모두 합리적이고 계산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살다 보면 운수 좋은 일도 일어나고 다양한 변화가 생기는 것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 한다. K 서무과장은 소파를 바꾸어 줘서 고맙다고, 업무를 마치고 저녁때 나를 근사한 데로 데려갔다. 그곳은 도봉산 도선사 올라가는 산 중턱 왼쪽에 자리 잡은 근사한 한옥이었다. 그곳은 예전에 요정이었는데, 지금은 숯불 한우 등심구이 집으로 바뀌었다. 경치가 그야말로 매우 수려한 곳으로 이 옛 요정 여주인은 과거 3공화국 실력자(이 모씨)의 첩이었다고 했다. 정권 실세의 강력한 지원이 없었다면 국립공원 중턱에 있는 그 좋은 터에 요정을 짓는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을 것이다. 숲이 우거진 조선 시대 산수화 같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면서 나는 마음씨 좋은 K 과장과 고급 양주를 마시고, 맛있는 등심 한우고기를 실컷 구워 먹으니, 마치 천국에 올라온 기분이었다.
[에피소드178]
큰 권력만 권력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생활 속에서도 권력의 메커니즘을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 내가 부서 총무과장을 하고 있으니 인사고과 때가 되면 진급을 앞둔 책임자나 선임 행원이 나에게 로비를 하러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인사를 관장하는 총무 담당 차장이 나에게 책임자 인사와 행원인사를 의논하였다. 나는 조그마한 세계였지만 권력의 맛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부탁하러 오는 모든 사람에게 다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고,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애썼다. 다시 말해서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최소공배수보다는 최대공약수를 산출하는 데 역점을 기울였다.
첫댓글 다저스님 글 읽으니
저도 회사 다닐때 생각이
나는군요..ㅎㅎ
건설회사여서
발주처인 건설부, 교통부,
국방부, 도로공사..등등에서
새벽 첫타임 골프부킹에,
명절이나 방학때면 해외여행 비행기 예약..
그당시엔 일반인이 하기엔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웠는지 부탁이 들어오면
제가 해결해줘야 했고
높으신 분들은 공사 수주
따내야 하니 술 접대도
해야했고..
아!~~
옛날이여 입니다. ㅎㅎ
보라님 예전 생각하셨군요. 해외여행 비행기 예약이나 골프부킹은 한진그룹산하 골프장이나 대한항공이 모기업이니 수월하게 해결하셨겠네요ㅡ대한항공은 당시에 일정부분의 비행기 좌석을 확보해 놓고 청와대, 교통부, 힘있는 기관, 언론사등이 부탁해 오면 무료로 발급해 준다고 들었습니다.
그 고깃집이 다시 종교단체로 넘어가서,
지금은 기도원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고기 먹으러 몇 차례 간 듯 합니다,,,
아 그 곳이 기도원으로 바뀌었군요, 세월무상입니다ㅡ
오늘 부산 병원서 오다가 엄청 큰 개인병원이
눈에 띄었어요 그곳은 이번에 부산시장 나와서
쌩쇼를 벌인 후보 아부지병원이더군요
사람이 부와 권력 한가지만 해도 큰복인데
두가지 다 가지려다 보니 삑싸리가 터져서
개쪽을 판다싶더군요
보통사람들은 한가지도 못누리는데
다저스님의 와리바리했던 권력시절을 축하드립니다
권력은 마음의 진공상태의 권력이 최고입니다. 욕심없이 사는 것,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시절의 검객인 미야모토 무사시의 무심의 검법 바로 마음을 비운 그 상태가 권력의 최정점입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