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자리에서 밤새도록, 내가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녔네. 그이를 찾으려 하였건만
찾아내지 못하였다네." (1)
아가서 2장 8절~17절은 오랜만에 재회한 술람미 여인과 솔로몬 두 연인이 서로에 대한
연모의 노래를 부르는 내용이다.
이어지는 아가서 3장 1~5절까지는 꿈 속에서 솔로몬을 찾아 헤매다 만난 술람미
여인의 애틋한 노래가 나온다.
그런데 앞의 내용은 실제로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을 찾아온 현실 가운데 이루어진 일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아가서 3장 1~5절은 꿈 속에서 있었던 일을 내용으로
하는 노래이다.
저자가 술람미 여인의 꿈속에서 있던 일까지 기록한 것은 오페라 형식의 사랑의 찬가인
아가서의 다양한 배경 중의 한 부분을 차지하여 그 무대와 등장 인물의 활동 영역의
다양성을 넓혀준다.
당시 이스라엘에서 처녀는 혼인식을 올릴 때까지 외부 출입을 삼갔기 때문에 이 글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꿈 속의 이야기이다.
밤에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여자가 있다면 매춘부(잠언7,8~10)로밖에 볼 수 없고,
아가서 3장 4절에 나타난 대로 이스라엘에서 여인이 남자를 자기 어미의 집으로
데려갈 수 있는 경우는 오직 그 남자가 결혼한 남편일 경우에 국한되므로 이것은
꿈 속의 이야기인 것이다.
꿈에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사건도 이루어지고, 그녀가 연인을 찾기 위해 밤마다
돌아다니는 것도 꿈에서는 가능한 것이다.
'잠자리에서'로 번역된 '알 미쉬카비'(al mishikabi)는 '나의 침상에서'(on my bed)
라는 전치사구인데, 본래 동사가 문장의 첫 머리에 배치하는 히브리어 문장 구조와
비교할 때 특별한 강조의 의미로 앞에 나온 것이다.
또한 '밤새도록'으로 번역된 '빨렐로트'(ballelloth)는 전치사 '뻬'(be)에 정관사
'하'(ha), 그리고 '밤'을 의미하는 '라일'(lail)의 복수형이 결합된 형태이다.
이렇게 '밤'을 복수형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 어떤 번역본은 '밤마다'
(night after night), 또 어떤 번역본은 새 성경처럼 '밤새도록', '온 밤에'(all night)로
번역했다.
이것은 술람미 여인이 사랑하는 연인 솔로몬을 '밤마다' 혹은 '밤새도록' 계속해서
찾았음을 나타내준다.
'마음에'에 해당하는 '나프쉬'(napsh)의 원형 '네페쉬'(nepesh)는 '목숨', '생명',
'영혼'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히브리어에서 '마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단어는 '레브'(leb)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페쉬'가 사용된 것은 술람미 여인의 솔로몬에 대한 사랑이 생명을 건 사랑이며,
영혼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온 참 사랑임을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앞의 '찾으려 하였건만'에 해당하는 '삑카쉬티우'의 원형 '빠카쉬'(baqash)는 강조 능동
완료형으로 사용되어 강한 열망과 염원과 밀착되어 무언가를 알기 위해 '묻다', '찾다',
그리고 물건이나 정보를 확보하거나 획득하기 위해 '찾다', '요구하다'등의 의미를
나타낸다.
그리고 '찾아내지'에 해당하는 '메차티우'도 '찾다', '발견하다' 라는 뜻을 지닌
'마차'(matsa)의 완료형이다.
두 동사가 모두 3인칭 어미 '우'(u)로 끝맺고 있으며, 3인칭 어미가 한 번만 사용되어도
되는데 두 번 사용된 것은 발음상의 대구를 이룸과 동시에 '그를' 찾고자 하는 술람미
여인의 간절한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