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1년 10월 7일 목요일
'유'가 퇴소를 하고 없었다. 초등 6학년으로 센터에 와서 중1이 되어서 퇴소를 했다. 원래 일정보다 일주일 일찍 퇴소를 하느라 인사도 하지 못해 아쉬웠다. 처음 '유'를 보았을 때 외계인을 만난것 같았다. 글도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아무 말이나 쓰고 말도 생각나는대로, 아마 자신도 모를 말을 늘어 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도 밝아지고 글도, 말도 분명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솔직한 언어로 글을 써서 칭찬도 많이 했다. 이제 나가서 중1답게 재미나게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래본다. 지구는 좁으니 언제 어디서 또 마주칠려나? 새로운 아이들이 왔다. '다'와 '가'는 아직 센터가 어색한지 눈치 살피기에 바쁘다. 이 아이들은 무슨 사연으로 여기에 왔을까?
아이들은 지난 주 영화 '모가디슈'를 보았다. 소말리아 내전 상황에서 남과 북이 함께 탈출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로 알려졌지만, 아이들이 이런 영화를 재미나게 봤을까? 싶었다. 예상과 다르게 아이들은 근래에 본 영화 중 가장 인상깊었고 재미도 있었다고 했다.
우선 소말리아 상황을 정리한 짧은 영상을 함께 보았다. 강대국들의 식민지로 시달리다가 군부 독재로 인해 내전이 일어나고 계속 무정부 상태가 되어 살기 위해 싸우고, 해적이 된 안타까운 나라이다. 영화를 보면서 소말리아 사람들이 그저 무섭게만 생각되다가 역사를 조금 들여다 보니까 더 이해가 되었다고 했다.
아이들의 글에는 모두 '통일'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통일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이 영화를 보면서 고민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반반이었다. 통일 반대하는 아이들과 찬성하는 아이들. 영화에서처럼 서로의 간극이 너무 크기에 통일해도 갈등이 일어나고 싸울 수도 있어서 지금 이대로 지내는 것이 좋다는 의견과 우리가 한 민족이기에 결국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찬성과 반대를 떠나서 아이들이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각자의 글에 감상을 말하는 대신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서로 질문하고 답을 하면서 더 고민하고 자기 생각을 잘 말하는 훈련이 되었으면 했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다들 힘들어 했다. 모르겠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처음 글도 힘들어 했지만 결국 다들 잘 쓰게 되는 것처럼 이것도 계속 시도하다보면 잘하게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다음 주 책은 '어린 왕자'다. 아이들이 생각외로 어려워 하는 책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 어떤 질문들을 할지 벌써 슬쩍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