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가 왜 좋니?"
"응?"
"난, 못생겼고, 키도 작고, 돈도 없고, 학벌도 없고, 성격도 이상해."
"응. 알고 있어."
"그리고 장손에다가, 바람끼도 있고, 의처증도 있어."
"응. 다 알고 있지."
"음...... 말주변도 없고, 소극적인데다가 소심하기까지 하잖아."
"응. 그런데?"
"그런데라니. 근데 날 왜 좋아해?"
"그건말이지. 너니까."
"에이~ 그런게 어딨어."
"니가 잘생기고, 키도 크고, 돈도 많고, 학벌 좋고, 성격 원만하고, 막내 아들에다가 한 여자만 알고, 의심도 안하는데다가, 말도 잘하고,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이라면, 니가 왜 날 만나겠니?"
"음."
"사랑이란 그런거야. 완벽한 남자와 완벽한 여자가 만나서 이루어가는게 아니라, 부족하고 없는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를 채워주는거라구."
"그럼 넌 내가 부족해서 좋은거구나?"
"그래. 하지만 잘 봐. 그대신에 너는 발가락이 이쁘고, 목소리가 좋고, 무거운거 잘 들고, 라면도 잘 끓이고, 글씨도 시원시원하고, 이빨도 고르게 났고, 테니스도 잘 치잖아. 또 말해볼까? 버스 번호도 잘 외우고, 오래 잘 걸어다니고, 편식 안하고, 공포영화도 씩씩하게 잘 보고, 절약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잖아. 그리고 또......"
"야, 알았다. 내가 졌다."
"거봐. 그러니까 인제 그런거 물어보지마.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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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저 사람 없으면... 죽을 때까지 이렇게 담배만 펴야지... 죽을 때까지 아무것두 안하구, 밥두 안 먹구, 세수도 안하구, 음악두 안하구, 이렇게 담배만 펴야지. 여기 앉아서, 계속 담배만 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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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위에 앉는다. 서울의 야경을 향해, 야경을 바라보며... 가방에서 파이프를 꺼내 무는 경의 표정이 쓸쓸하다. 살랑대며 부는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자꾸 얼굴을 덮는다. 파이프를 문 채, 가방에서 고무줄을 꺼내 머리를 묶으려 한다.
복수: 내가 해 줄께요.
경: (고무줄을 준다. 그리곤 복수에게 등 돌린다.)
복수: (고무줄로 머리를 묶으며) 경이씨... 기분 드럽게 좋아요, 나아. ... 기대 이상이야, 우리 경이씨. ... 내 병 알면, ... 울구, 이상하게 나 보구, ... 아, 진짜 구질구질할 줄 알았네. ...그래서 경이씨 꼴두 보기 싫을까 봐, 얼마나 겁 났는데... ...이렇게 웃어주구, 너무 쬐끔 웃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경: (머리가 씹혔다.) 아.
복수: 어? 너무 당겼나. 살살 묶어 주께요. ...(미소) 이렇게 머리두 묶어주구... 증말 살맛 난다. ...난... 지금 죽어두 좋다, 뭐.
경: ...(어둡게)... 죽는게 뭐... 별건가?
그러나, 등돌린 경의 눈에선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다. 어떤 떨림도 느껴지지 않도록 무심한 표정으로 앞만 보는 경의 눈에선 한방울 두 방울 계속 눈물이 떨어진다.
복수: ...(경의 등뒤에서 정성껏 고무줄을 묶으며 미소) 인생을 알어, 경이씬...(머리를 다 묶었다.) 다 됐다. ...돌아 봐요, 이쁜가...
그러나 여전히 돌아앉지 않고, 복수에게 등 돌린 경.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 슬픈 눈으로 경의 가는 떨림을 등 뒤에서 느끼는 복수. 복수가 자신의 한 손을 경의 어깨에 지긋이 올린다. 고개 숙이는 복수. 경이 한 손을 올려 자신의 어깨 위에 있는 복수의 손등 위로 포개어 놓는다. 같은 방향을 향한채,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는 경과 고개숙인 복수. 둘의 옆 모습이 서울의 불빛을 역광으로 그림자진다. 아득하다.
만남의광장 중국연변카페 http://cafe.daum.net/cnyanbianl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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