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렸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열었다. 여름이어서 그런지 이른 아침부터 해가 나와 있었다.
시리얼을 먹으면서 식탁에 펼친 신문을 읽었다.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가 95퍼센트 이상 같다는 내용이었다. 생각해보니 침팬지와 인간은 서로 닮은 것 같다.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인간도 동물이니 말이다. 다른 동물들과도 닮은 점이 있지 않을까?
샤워하기 전,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노려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은 많이 보지만, 내 얼굴을 보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지만 거울 속의 비친 사람은 언제나 익숙하다. 저 머리카락, 눈, 코, 입, 몸통과 팔은 바로 나다.
날씨가 더울 것 같아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버스를 타러 집을 나섰다. 사람이 많아 서서 가야 했지만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손잡이를 잡고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다양한 옷과 걸음걸이, 표정을 보고 있다 보니 어느새 내릴 때가 되었다.
수영장에 들어가 강습을 시작했다. 오전에는 주로 아직 출근하지 않은 사람들을 가르쳤다. 점심에는 조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오후에는 어린이들이 강습받으러 왔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잠들었다.
잠에서 깨 시계를 보았다. 아직 알람을 맞춘 시간이 아니었다. 다시 누워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감기에 걸렸나? 내 숨소리가 유난히 큰 것 같다. 이마에 손을 대보지만 특별히 뜨겁지는 않다. 커튼을 열고 보니 아직 어둡다.
어쩔 수 없이 식탁에 앉아 시리얼에 우유를 부었다. 신문을 펼치려는데 1면의 사진이 신경 쓰인다. 사진 속 사람이 왠지 이상하다. 무언가 말하는 장면인데,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이 마치 하품하는 하마 같다. 하마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어떤 동물을 닮았다. 신문 속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짜고 장난치는 건지 사람 같지 않다. 아니다. 분명 사람은 맞다. 그런데 모두 어딘가 어색하다.
화장실 거울을 보는 순간 놀랐다. 가만히 서서 한참 동안 거울을 쳐다보았다. 내가 눈을 깜박이자 거울 속 형상도 눈을 깜박인다. 문득 어렸을 때 보았던 말이 떠올랐다. 예전에 어느 캠핑장에서 울타리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말을 만난 적이 있다. 말은 내가 좋아하는 동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한참 동안 말을 쳐다보았고 말도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깜박이는 눈은 컸고, 눈썹이 있었다. 가끔 혓바닥을 내밀었는데 사람 혓바닥과 똑같았다. 콧구멍을 씰룩거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갈기는 사람 머리카락 같았다.
거울을 보는데, 지금도 그 말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거울 속에 있는 것은 분명히 나였다. 하지만 가끔 깜박이는 눈, 숨을 내쉬는 콧구멍, 기다란 목 모두 말과 비슷했다. 그 말이 사람을 닮은 것인지 내가 그 말을 닮은 것인지 헷갈렸다.
그렇게 가만히 서 있다 칫솔을 들었다. 거울을 계속 주시하면서 천천히 양치질을 시작했다. 갑자기 내 이빨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내 얼굴 안에는 이빨이 있었고 나는 지금 그 이빨들을 솔로 문지르고 있었다. 이빨 사이에 음식물이 끼지 않도록 말이다. 다시 말이 떠올랐다. 분명 그 말도 가지런한 이빨이 있었다. 말도 양치를 할까?
나는 세수를 마치고 서둘러 화장실에서 나왔다. 애써 서랍장 옆에 있는 거울을 쳐다보지 않고 옷을 입었다. 그런데 바지 아래로 나온 내 다리가 너무 이상했다. 마치 물컹거리는 두꺼운 나뭇가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털이 나 있는 팔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집을 나섰다.
버스 안은 더웠다. 다행히도 일찍 나왔기 때문에 빈 좌석이 있었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버스 천장에 가로로 달린 지지봉을 잡고 서 있었다. 한 손은 머리 위로 뻗어 지지봉을 잡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는 상체를 약간 기울이고 있었는데 한쪽 다리에 무게를 실어 허리도 비스듬했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지지봉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남자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는 마치 철창, 혹은 나뭇가지를 잡은 원숭이와 같았다.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사람이었다. 자세가 원숭이를 생각나게 할 뿐, 특별히 어느 동물을 닮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5초 정도 참았다가 다시 5초 정도 내쉬었다. 하지만 뻣뻣한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음에도, 그는 말이나 원숭이와 비슷했다. 나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보았을 때 느끼지 않았던 것을 느끼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이 기분이 더욱 심해졌다. 다양한 사람들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원숭이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걸음, 표정, 움직임은 굉장히 동물 같았다.
내 몸에서 땀이 삐질삐질 나는 것이 느껴졌다. 숨소리는 강아지가 헉헉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손가락의 손톱과 털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버스에 사람이 많아질수록 나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매일 보았던 광경이었고 모두 옷을 입고 있었지만, 버스 손잡이를 잡거나 벨을 누르려고 몸을 피는 모습, 하품하거나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동물원에 온 것 같았다.
나는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렸다. 날이 더워 모두 짧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내 옆을 지나갈 때마다 움질거렸다. 나는 나 자신도, 주변도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수영장으로 향했다.
에어컨이 틀어진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자 조금 차분해졌다. 이곳은 나의 일터였고 나는 성인이었으며 사회인이었다. 이제 탈의실에서 수영 슈트를 입기만 하면 된다. 마음을 가다듬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사람이 없었다. 나는 옷을 벗고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샤워실 거울과 마주쳤다. 얼굴을 볼 시간도 많지 않은데 평소에 내 신체를 자세히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오랜만에 나는 내 전신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벌거벗은 형상은 나라고 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동물을 보고 있었다. 두 개의 기둥 같은 것이 하나의 몸통과 연결되어 있었다. 몸통에는 세 개의 기둥이 자라 있었는데 위쪽에 있는 짧은 기둥은 털이 길게 자라 있었다. 형태는 원숭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물렁물렁한 살과 털 아래로 보이는 핏줄과 근육은 원숭이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과도 비슷했다. 머리는 말을 닮아 있었다.
샤워장 안으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분명 인간이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었다. 나는 인간과 다른 동물의 공통점을 느끼는 것을 넘어 인간을 개, 토끼, 물고기 같은 낯선 동물로 인지하고 있었다.
나는 강습을 시작했다. 나는 이 동물들에게 물에서 움직이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들은 열심히 움직였고 땀을 흘렸다. 그들은 그러려고 이곳에 왔다.
강습을 마친 후 거리로 나갔다. 수많은 사람과 함께 걸었지만, 양이 되어서 양 떼 사이를 걷는 것 같았다. 백화점을 지날 때 광고판 속 모델들을 보았다. 멋지다, 혹은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동물적인 모습을 깎아내려고 한 것이 신기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들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나는 외로웠다. 거리로 나가기만 하면 수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동물들 사이에 서 있는 것에 불과했다. 더 심한 것은 내가 그 동물 중 하나라는 것이다. 나는 적응할 수 없었다. 몇 초마다 내쉬는 숨소리는 거슬렸고 몸을 긁어야 한다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변기에 앉아야 할 때면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난다는 것에 다시 화가 났다. 무언가를 먹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일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도 우스웠다.
다시 며칠이 지났다.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지쳐 보이는 생물이 있었다. 나는 그 생물을 노려보았다. 저것이 과연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가 95퍼센트 이상 같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이제 내가 동물이라는 것이 온전히 느껴졌다. 그렇지만 겉모습과 상관없이 살 뒤에는 변함없이 나라는 존재가 있었다. 나는 동물이었지만 한 끗 차이로 다른 동물들과는 달랐다. 작지만 적어도 다시 집 밖으로 나갈 마음을 줄 정도의 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