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물에 빠지기 전에 뇌진탕으로 죽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해로 온 동네가 난리를 치는 중에 누군가가 형식의 집으로 건너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형식의 처를 몽둥이나 돌로 쳐 죽이고 수해로 죽은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물속에 던졌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니면 집이 산사태로 파손되는 과정에서 집안에 높은 곳에 있던 물건이 떨어지면서 순영의 뒷머리를 때렸거나
그러나 집이 완파된 것이 아니어서 위에서 떨어지는 물건 중 뒤통수를 쳐서 뇌진탕을 일으킬 만한 그런 물건이 거의 없고 떨어지는 물건으로 뒤통수를 맞는다는 것도 어려운 일 같으며 혹 집안에 물건이 떨어져 사고가 났다면 순영의 시체가 집 안에 있어야 하지 강에서 발견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죽었으면 영애라도 살아있어야 하는 데 영애도 없어졌으니 타살일 가능성이 크다.
순영을 죽인 범인이 영애까지 죽인 것이 아닌지?
이렇게 해서 형식의 처 순영이 타살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아니, 거의 타살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믿게 된 경찰이 영월경찰서에 수사전담반을 차렸다.
큰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악행을 하거나 못된 짓을 한 적이 거의 없어 앙심을 먹은 사람이나 위해를 당할 만한 동기가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동네 사람들과 우애가 깊은 형식이네라 처음부터 수사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다. 다만 비 오는 날 수해로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 외따로 떨어진 형식이네 집에 도둑질하러 갔다가 순영이한테 들키자 우발적으로 일으킨 사건이 아닌가 하고 추측은 하지만,
홍수와 홍수 후, 여러 날 동안 복구 처리로 현장도 보전되어 있지 않아 현장에서 증거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타살일 것이라는 심증은 있지만, 그것을 증명할 물증도 없고 범인의 흔적은 찾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여 설치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하게 되자 수사반을 해체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타살인 것 같다는 심증은 있지만 아무 증거도 찾지 못한 사건 수사에 부족한 경찰병력으로 무조건 매달릴 수 없는 일이기에 형식의 간절한 부탁에도 전담수사반은 해체하고 관할 파출소에서 담당하여 조사하는 것으로 하였다.
명목상에는 그렇지만 사실상 수사가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고 죽은 사람의 한도 풀어주지 못하게 된 형식은 누군지도 모르는 대상 없는 살인자에게 갖은 욕설하며 분루를 삼키는 한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애를 먹이던 수사가 수사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자백으로 범인을 잡았는데 범인은 의외의 인물로 형식을 형님! 형님! 하며 따르던 형식의 산림계직원인 최영돈 이었다.
잡힌 범인을 보고 형식은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영돈이! 자기가 데리고 있는 직원 영돈이!
동생같이 자기를 따르던 영돈이,
자기가 그렇게 어여쁘게 보아주던 영돈이,
집사람 순영이 시동생같이 잘해 준 영돈이,
영애가 삼촌처럼 따르던 영돈이,
그래서 자기에게 원한이나 다른 오해가 전연 있을 수 없는 영돈이 범인이라니 이런 일이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무엇 때문에 영돈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야 했단 말인가?
이런 것이 세상이란 말인가?
이것이 세상인심이란 말인가?
형식의 허망한 마음, 배신감, 세상을 저주하는 마음은 하늘만 하다.
범인의 자백에 따른 범행동기와 저지른 범행은 이러하다.
학교 다닐 때 별 재원이 아니었던 영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취직자리를 구했으나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실력으로는 취직도 쉽지 않아 집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를 돕다 몇 마지기 안 되는 농사는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자신을 위해서 면사무소라도 들어가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이삼 년 준비하여 5년 전 어렵게 지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영월 면에서 근무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면사무소 일을 시작한 영돈은 2년 전 산림계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영돈이 산림계로 옮긴 지 며칠 안 돼 계 회식 있었다.
회식 후에 헤어지기가 너무 이르니 우리 집에 가서 2차로 한 잔 더 하자는 형식의 제안으로 따라가는 직원들과 함께 형식이네 집에 간 영돈은 거기서 형식의 처 순영을 처음 본 순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형식의 처 순영의 미모뿐만 아니라 모습이 자기가 그리던 이상형이였다.
고등학교 때 가끔 연애 소설을 읽으며 설레는 가슴을 안고 나의 여자는 이런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고 그리던 그런 모습을 순영에게서 본 것이다.
자주 저지르는 남편의 직장 직원들 초대에 이골이 나 형식이 직원들을 데리고 간다는 연락을 받고 대강 준비를 끝낸 순영이 들어오는 직원들을 맞으며 어서 오라는 인사를 할 때 영돈은 그 인사를 받으며 순간적으로 가슴이 오그라드는 전율을 받았다.
다른 직원들은 종종 있는 일이라 그런지 순영에게 정답게 인사를 하고 여직원들은 순영을 돕는다고 주방으로 몰려가고 했으나 형식의 집 방문이 처음인 영돈은 다른 남자 직원들 틈에서 엉거주춤 인사를 했다.
그런 영돈을 형식이 이번 인사에서 산림계로 온 최영돈이라고 정식으로 순영에게 인사시킬 때는 황홀한 눈길로 순영을 쳐다보았고 그리곤 순영을 보는 시선을 한참 동안 떼지 못했다.
영돈의 가슴은 두 방망이질로 터질 것 같고 머릿속은 물 끓는 가마솥 속 같았다.
어떻게 이런 여자가 있을까? 자기가 꿈속에서나 그라던 그런 여자를 보다니
아니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다니.
자꾸 순영에게로 가는 눈길을 다른 사람이나 순영이 눈치채고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억지로 참아야 했다.
영식의 집에서 2차 회식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밤새도록 순영의 생각을 했고 잠을 자며 꿈속에서도 순영을 만났다.
이렇게 순영을 만나서 첫눈에 반하고 회식 후 몇 번 형식의 집에 가면서 순영에 대한 사모가 깊어지며 가슴에 불이 붙었으나 이미 결혼하여 한남의 여자이고 한 어린이의 엄마, 더욱이 자기 직장의 상사의 처라 어쩔 수가 없는 처지임도 익히 알기에 단념하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모의 정이 깊다고 하더라도 만나지 않으면 잊을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형식의 집에 가는 것을 삼가려고 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지 않은가.
그러나 사랑은 감정으로 하는 것이고 사랑에서는 이 감정은 늘 이성을 이긴다.
그래서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려면 무한한 이성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러기에 조그만 핑계가 생기면 그 노력은 곧 허물어진다.
영돈의 경우도 그랬다.
부하직원을 아끼고 직원들의 화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형식은 회식이 끝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으로 데리고 가는 버릇 때문에 영돈은 자기의 다짐을 허물고 다시 형식에 집에 가게 되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오늘 첨으로,이글을
일게 되었네요
다음회도 기대 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순진한 한사람의 비극이 시작되네요 사모의정이 악을낳는~~~
구리천리향님!
무혈님!
만동님!
지키미님!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날씨의 변화가 심합니다. 이런 때 일 수록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