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기아 장성호(27)의 헬멧 측면에는 ‘JSMSJ’라는 영어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바로 아내 진선미씨(JSM)와 딸 서진양(SJ)의 영문표기 첫 글자다. 헬멧에만 있는 게 아니다. 유니폼과 속옷에도 쓰여 있다. 이 다섯 개의 영문자가 장성호에게는 ‘절대반지’와 같은 위력을 발휘한다. 장성호는 “이니셜을 볼 때마다 그냥 뿌듯해지고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장성호는 아내와 딸의 이니셜을 새기기 전 ‘지존무상’이라는 글씨를 새겼다.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결혼 전 장성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야구뿐이었다. 야구판에서 최고가 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태어난 지 16개월된 딸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
가족의 힘은 하와이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장성호는 최근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13일(이하 한국시간)에는 4타석에 나와 3안타를 때렸다. 지난 10일에도 4타석에서 2루타 1개 포함,2안타를 쳤다. 박승호 기아 타격코치는 장성호의 타격에 대해 “타격의 교과서다”고 극찬했다. 14일 장성호를 상대한 좌완투수 이윤학(22)은 “체인지업을 던져도 속지 않아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랑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장성호는 지난 시즌 내내 괴롭힌 왼쪽 팔꿈치 부상에서도 깨끗이 회복했다. 전혀 통증이 없다.
장성호는 매일 밤 아내와 딸의 사진을 보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는다. 올시즌 그의 목표는 타격왕 등극. ‘JSMSJ’와 함께라면 타율 3할5푼 160안타 달성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