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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
하얀 잔설 위에
연등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부석사의 모습은
예쁘다, 좋다라는 감정보다
저절로 심기일전되는 겨울의 산사 풍경이었다.
(조경화 님의 사진)
빈 의자가 있는 곳
(대장님 사진)
온기가 없는 겨울의 빈의자는 나를
무념으로 다가가 앉아 보게 한다.
햇볕에 녹다 만 잔설들이 엉겨서 단단해져 있다.
(향기야 님 사진)
사람도 따뜻하게 사랑하다가
냉정해지면 마음이 이렇게 얼어버리겠구나
손으로 어루만져 보았지만 잠잠하게 거부한다.
소중한 사람이라면 일정 선을 긋고 순리에 맡겨 염원할 뿐
섣불은 감정으로 화상을 입게 해 선 안되겠구나.
성철 스님의 빈 의자가 떠 오르며
잿빛 가사 입은 마른 모습까지 연상된다.
이 곳의 의자는 성철 스님의 작은 빈 의자완
사뭇 다른 벤치에 가깝지만
절 마당이라서 생각이 꼬리를 물었나보다.
잠시지만
차가운 얼음에 비유해 애증후박의 훈련이 안돼
힘든 나를 일깨워 줘 또 하나 배운다.
겨울의 산사는 예기치 못했던 선물을 툭 던져주었다.
이 번 여행에서 보석을 주워 가는구나.
쌍화차가 있는 곳
찻집을 기웃거리다 슬며시 들어가
향기야 님과 창가에 앉아본다.
(대장님 사진)
"아~쌍화차 한 잔 만 마시면 그림이 되겠는데..."
지갑을 버스에 두고왔구나.
때 마침 들어오신 대장님께서
"여기 쌍화차가 보약이래요 드셔보세요"
향기야 님과 이중창으로
"현금이 없어요."
그래서 대장님께 얻어 먹은 부석사 쌍화차
(대장님 사진)
인심도 후하게 찻잔이 아닌 대접으로 나온 쌍화차
대추 고명만 없었다면 영락없이 한 대접의 사약 모습이었다.
빈 잔을 부탁해서 팔 인분으로 만들고서야
상업적이지 않은 푸근한 정으로 산사와 어울리는 향기를 즐겼다.다.
절 뒷마당 계단을 좀 올라가면
세번 두드리며 소원을 빌어보라는 팻말과 함께
종이 얌전히 매달려있다.
(박짱 님 사진)
사람들이 종을 두드리면서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저마다 다른 소망이 있겠지만
소원의 어두엔
한결같이 온 가족의 건강을 빌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주문처럼
"온 가족의 건강과........."로 시작하니까
나도 빌어본다.
오늘도
온 가족의 건강과 모놀의 건강을 비나이다.
(요건 완전 大賞에 대한 립써비스 같다ㅋ)
안면암
꽃지 해변 등 아름다운 곳은
다른 사람들의 사진으로
또는 후기로
교감을 하셨으리라 짐작하면서 생략합니다.
(초우 님 사진)
다만
이 땅에서 아내의 모습으로
어머니의 모습으로 살다가
여행을 통해서 혼자가 되어보며
내재된 의식에서 자유로워지며
복병처럼 숨어 있던 일들로 복잡해진 삶의 좌표들을 다소 정리를하며
의식하는 자아가 보는 객관적인 자기 모습도 추스리며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풍경을 오감으로 체험하며
삶의 때로 혼탁해진 영혼들을 치유할 자생력을 얻고자
답사에 합류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
다시
부메랑처럼 일상의 자리로 돌아가
안도하며 또 그렇게 무사안일의 매너리즘에 빠지는
우리의 삶들이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방금 전까지만해도
해넘이에 취하고
할미 할아비 바위의 전설로
촉촉했던 감성들은
(색동저고리 님 사진)
횟집 앞에 즐비한 활어들을 보자
이 땅의 아줌마들답게 내일의 밥상을 염려하는 씩씩한 본연으로 회귀한다.
(향기야 님 사진 )
그래서
횟감을 눈여겨 보며
새우를 저울에 달아보고
말린 간재미를 뒤적거려 보고
파래김을 들썩거려 보며
간장게장의 맛보기를 음미하곤 다투어 지갑을 연다.
이것 또한
집을 떠나야 경험 할 수 있는 것.
이렇듯
다양한 체험은 다음 달에도 있고
그 다음 달에도 준비되어 있어 연금을 타는 것 마냥 흐믓하다.
그리곤
답사의 부산물들은
이렇게 정갈한 모양으로 밥상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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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매야 ~~ !! 아낙언니 감성풍부하시고 진짜 주부시다 ~~~
글도 잘읽었구요,,,,,또 맛있는 음식도 구경 잘했어요 ~~~
온 가족이 맛있게 드시면서 웃는 소리가 들리는듯 ~~~
사진 크기가 다 달라서 산만해졌넹~~ㅎㅎㅎ 여러 사람의 사진을 빌린 탓!!!
빌려온 사진이라도 크기 조정이 가능할텐데....할 줄 몰라서...... 답답했네~ 휴~~(넋두리)
대산 뭐해? 손녀 딸 봐? ㅎㅎㅎㅎ
아낙여사님 글도 맛깔나게 쓰셨네요.대단한 내공이십니다.부럽습니다.담기회에 또 만나요.
네~~~ 감사합니다~~ 또 만나요^^*
잉~~나 저 생선 묵고잡다~~~
언니 글솜씨는 누구도 따~~라갈수가 없어~~~
말린 농어인데...겁나 맛있어야~~(염장질) ㅋㅋㅋㅋ
빈 의자의 글도 맛있고 식탁에 놓여진 저 농어도 맛있겠고...ㅎㅎ
새해에는 답사 굶을 일도 없으실테고...건강하시기만 하면 되겠네요~
더 자주 만나 뵙길 희망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중한 사람이라면 일정선을 긋고 순리에 맡겨 염원할 뿐 섣불은 감정으로 화상을 입게 해선 안되겠구나.
그 일정 선을 긋고 사는게..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것인지...
있는 그대로 봐주어야 한다 해놓고도 ...내 안에 잡아 넣으려는 그 애씀이 사랑이 아니라는걸 머리는 아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하는 그 괴리감..
제가 겨울 찬바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머리를 텅비게 해서 인지도 몰라요
장자가 그랬죠 ..텅빈 배는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텅 텅 비어내고 싶어라
"빈 의자" 이 제목이 강력한 마력으로 끌어 당깁니다^^*
빈 의자~~!! 서 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
우리 모놀의 격이 점점 높아져요
진도를 따라 잡을 수가 없어요, 아낙 누님의 무한한 능력에 반하며.....
아낙님~ 말씀 하나 하나가 저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히 적셔주시네요. ㅎ ㅎ ㅎ
빌려온 사진에 저작권 초상권을 운운할 수 없을 것 같은 . . . ㅎ ㅎ ㅎ
올 한해 아낙님의 답사후기를 12번은 볼 수 있는 거지요? ㅎ ㅎ ㅎ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마음을 나눌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아낙님~ 항상 건강하시고 풍요로운 설 명절 맞이하세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언니의 감성에 나도 실려갑니다.
사진을 안찍어도 얼마든지 사진답사후기가 되는구나.ㅎㅎㅎ
절대로 네버~~저작권 어쩌구저쩌구 안할께~~ㅎㅎ
다음에도 내사진 많이 빌려 줄께 멋지게 쓰기만 하삼!
머식이님 말대로 정말 우리의 격이 높아졌어
모놀의 보배여~~
진짜 멋있다. 그런데 사약같은 보약은 언제 마신겨? 엄청 부럽넹^^* 역쉬 1등감이여~~~~ 모놀의 보배여~~~(2)
내가 안면도에 갔더라면 아낙님의 후기가 나의 후기라고 우기는건데............
그대의 마음을 다 퍼가고 싶습니다.
감동백배입니다. 아낙언니는 세파에 다치지도 않으셨나 봅니다.
문학소녀로 영원히 우리곁에서 늘 일깨워 주시길 소망합니다.
아낙수나문님 다 나열하지 않아도 재주가 참 많으십니다^^
많이 느끼고, 배우고, 갑니다. 수고하셨읍니다.
언뉘, 나 언냐 영원한 팬인거 알쥐? ㅎ ㅎ ㅎ 언냐 근데 이후기도 좋은데 난 사실 조 아래 독백후기가 더더더 좋아요^^
사진도 글도 너무 멋져요ㅎ역쉬 모놀 대상수상자!!!!
폭풍감동입니다.멋진 후기 잘 감상했습니다.
맛있겠다~~~쩝
아..아낙님...부라보!! 원더풀!! 앤드 러블리~~~~~!!
아낙 언니..빈의자..다시 읽어요... 저는 빈 의자 만나면... 늘 사진찍게 되요...그 의자에 앉았던 사람들... 은 지금 어디 서 무얼할까?
앞으로 이 의자에 앉을 사람들....별게 다 궁금해져요....제 마음에도. 빈의자...있나 봐요.....그래서...늘 사람이 그리운가봐요....
와우!!!! 여러가지로 재주가 많으시네요. 부럽습니다
계속 반하고 있습니다.
멋진 글과 음악에 취해봅니다... 역시 모놀 대상을 받는 분은 감성이 남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