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연습생 시절 사진은 잊을만하면 회자되곤 합니다. 그때부터 외모가 뛰어나서, 혹은 현재와는 너무 다른 이미지여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하죠. 지금보다 앳된 얼굴, 살짝 긴장한듯한 어색한 포즈 등을 보며 일반인으로서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 또한 유명인의 과거 사진을 굳이 찾아보는 이유 중 하나일 텐데요. 연예인은 아니지만, 한 장의 오래된 사진 속에 모여 있어 화제가 된 인물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사진 속 인물들이 과연 누구인지, 그 사진이 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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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법대 85학번 MT 사진?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서울대 법대의 위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옵니다. 한무리의 대학생들이 MT를 떠나 찍은 듯한 이 사진 아래로 본문에서는 이들이 서울대학교 법학과 82학번임을 알리고 있는데요. <주간 경향>의 확인에 따르면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서울 법대에 소속된 학생들인 것은 맞지만 모두 82학번인 것은 아니고, 서울 법대 국제법학회 회원들이 85년에 MT를 떠나 함께 찍은 사진이라고 하네요.
출처: the L / 시사저널e |
사진 속에 붙은 설명을 보면, 이 사진 속 인물들은 대부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법대 출신인 만큼, 물론 법조계 인사들이 가장 많죠. 판검사, 대형 로펌의 수석 변호사, 국내외 명문대 로스쿨의 교수님들도 있습니다. 가운데 주홍빛 원피스를 입고 환하게 미소 짓는 나경원 의원의 모습도 보입니다. 나 의원이 서울 법대 82학번인 것을 감안하면, 사진 속에 함께 찍힌 학우들도 82학번 혹은 80년대 초반 학번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똥파리 학번의 파워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서울대학교 82학번의 별명은 '똥파리'였습니다. '82'의 발음이 '파리'와 비슷해서기도 했지만, 유난히 인원이 많은 학번이라는 이유로 선배들이 놀리듯 붙여준 별칭이기도 했죠. 82학번의 수가 많았던 건, 베이비 붐 세대의 끝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63년생 들은 그 자체로도 수가 많았을 뿐 아니라 1981년 졸업 정원제를 도입하면서 입학생 수가 졸업생의 130%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81년 서울대가 정원 미달 사태를 겪자, 그 다음 해에는 학생들이 서울대로 상향 지원하는 현상이 발생해 서울대 82학번은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똥파리'처럼 그 수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출처: 조선일보 |
별명은 똥파리지만, 이들은 후일 대한민국 정·재계 그리고 법조계를 주무르는 실력자들이 됩니다. 2011년에 작성된 '동기 주소록'에 따르면 서울 법대 82학번 중 47명은 법원에, 19명은 검찰에 진출했으며 행정부에 12명, 학계에 32명이 몸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의 청춘은 82년
출처: 국민일보 / 서울경제 |
서울 법대 82학번 중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인사들도 꽤 됩니다. 원희룡 제주 도지사 역시 그들 중 하나인데요. 그는 1982년 치른 학력고사에서 339점(만점 340점)으로 전체 수석을 차지한 수재였죠.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고 현재 네이버 경영고문, LG 사외 이사 등을 맡고 있는 김상헌 이사도 유명한 '똥파리' 중 한 명입니다.
2017년 5월부터 대통령 비서실 소속이 된 조국 민정수석도 원희룡, 김상헌, 나경원 등과 동기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는 '서울대 82학번 3대 킹카' 중 한 명으로 소문날 만큼 그때부터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모교의 교수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난도 교수도 서울 법대 82학번입니다. '김난도'라는 이름은 몰라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그의 저서에 대해서는 다들 한 번씩 들어보셨을 텐데요. 불안하고 외로운 청춘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와 달리 '왜 청춘은 꼭 아파야 하냐'는 젊은이들의 항변으로 오히려 유명해진 책이기도 하죠. 1982년, 군부독재가 한창이던 시절 그의 청춘은 어떤 모습이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원조는 77학번 선배들
서울대, 그것도 법대 출신들이니 사회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건 어쩌면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른 서울대 동문들과 비교해도 82학번들이 유난히 여기저기서 눈에 띄는 것만은 사실인데요. 82학번에 앞서 77학번도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을 모두 배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2017년 9월부터 현재까지 대법원의 수장을 맡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2013년 3월부터 9월까지 검찰총장을 지낸 채동욱 변호사가 모두 서울 법대 77학번이죠.
출처:오마이뉴스 / 중앙일보 |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 사공영진 대구고법원장 등의 법원 기관장, 올 초까지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낸 최완주 부장판사도 서울 법대 77학번 동기이며 권순일 선관위원장, 2019년 02월 물러난 성낙송 전 사법연수원장 역시 서울 법대 77학번 출신이라고 합니다.
꼭 서울 법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사회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82학번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 경영 82학번인 정영채 NH 투자증권 대표,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이며 2016년 7월까지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맡았던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원장, 연세대 경제학과 82학번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77학번, 82학번의 뒤를 이어 또 어떤 '유난히 잘 나가는' 학번이 등장할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