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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여기는 강원도 인제다. 제12사단 을지신병교육대라는 곳이다. 춘천에서 이리로 옮겨온지 벌써 8일이 지났다. 그냥 적당히 몸만 힘든 곳인줄 알았는데 정신적으로도 열라 피로하다. 교육시간에 졸려도 잠 제대로 못자는 그런 곳이다. 진짜 따뜻한 강의실에서 나른한 오후를 맞았던 1년 전이 그립니다. 으... 좋은 작업환경에서 편안하게 일했던 며칠 전이 그립다. 담배 한 대가 아쉬워도 꽁초 줍기 무서운 곳이 군대인 것 같다.
군대가면 초코파이가 그립다고 그래서 코웃음 쳤더니만, 여기 와서는 사회에 있는 건 모조리 입에다 쳐넣고 싶은 심정이다. 밥은 뭐 내가 해먹는 거 보다는 맛있지만, 맨날 짜거나 싱거운거만 들어오니깐 미치겠다. 진짜 사람이 민물․바닷물이 되어가는 느낌을 아는지 모르겠다.(예비역들은 알겠구만...)
몰랐는데 여기가 최전방 부대란다. 뭐 이런데로 올줄은 그나마 예상은 했었지만, 환경이 이렇게 열악한 곳일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물이 없어서 씻는것도 불편한 곳이다. 이제야 군대가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인건 사회에서 보다는 잘은 아니지만 많이 먹는다는거다. 군대가면 살찐다는게 맞는가보다. 많이 먹고 얼차려좀 받고 보니깐 몸 상태가 좀 나아지는 듯도 싶다. 물론 온통 무미 건조한 음식들이다. 취사병님들도 나름대로 노력은 하시겠지만, 그래도 사회의 음식 수준을 기대하기는 힘든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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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이다. 앞장은 일주일 전에 쓴거고 오늘은 11월 20일이다. 사격이 이번 주에 끝났다. 다행히 나는 합격했지. 하하... 전날 연습사격때는 진짜 못했는데 당일에는 총에 불이 붙더구만 --;
군대라는 곳이 이런 곳이다. 편지 하나 완성할 수도 없는 곳... 시간에 쫓겨서 사는게 하루의 일과다. 편지 하나도 하루만에 못쓰고 일주일에 걸쳐서 쓰는 곳이다. djWJaus 이 편지도 지금 못쓰고 끝낼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임용고사도 얼마 안남았구나. 12월 5일이었나? 맛있는 엿이나 초코렛 같은거 못사줘서 참 미안할 따른이다. 근데 어쩌냐. 초코렛 살 형편도 못되는 날 이해해라. 여기서 돈도 못쓰고 주는 밥만 먹는 닭장 속의 닭 신세다. 당장 나의 퇴소 날짜만 기다려지는 이 몸을 이해하길.. ㅋㅋ. 이제 20일 남았다. 그 날이 기다려진다. 사회에서는 이등병보고 밥도 안되는 것들이라고 놀렸는데 훈련소에 있으니까 이등병이 이등별이다. 시간은 안가는데 미치겠다. 벌써 한 달은 지나 갔어야 하는데 아직 입대후 18일밖에 안지났다. 아무튼 임용고사 보는 애들이 몇명이었냐? 꼭 열심히 해서 합격하기 바란다. 아마 내 100일 휴가가 시험 모두 마친 시기일테니 그때는 바쁘단 핑계대지말고 얼굴이나 한 번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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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외곽경계근무서고 바로 일하고 오느라 손이 많이 떨린다. 그만 쓸까 했는데 개인적으로 한마디씩 해줘야지. 그냥 생각나는대로 순서 없이 적으마
왜 처음에 떡쇠가 생각이 날까-아마 가기 전 날에 그 방에서 마지막으로 본 사람 중에 하나라서 그런가보다. 이제는 공부 열심히 하고 있을 지 궁금하네. 이제 15일 남았냐? 꼭 붙어서 그간의 빚을 갚도록 하렴. 길러준 은혜를... 흐흐. 100일 휴가 나오면 복귀하기 전에 한 번 서울갈테니 한 잔 하자.
유필환-잘지내냐? 가기 전 날에 마지막으로 봐서 반가웠다. 내가 지금 훈련병으로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장교를 생각하고 있다면 꼭 해보길 바란다. 그 나이제 사병으로 들어오는 건 좀 그런거 같다. 기간을 생각하지 않고 하는 얘기다. 뭐 내가 힘들다는건 아니고. 공부도 열심히 해라-
남자들은 끝났나? 아니군 영인이. 니 수양록 보고 속으로 일기는 무슨 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일기 쓰는 맛에 산다. 지금 니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제대한 것도 부럽고 운전병이었던 것도 부럽다. 으-휴가나가면 저번처럼 너네 방에서 맥주나 한모금 하자.
혁태는 복학했냐? 알바는 끝났는지... 학교 다닐려면 진짜 심심하겠다. 후배 아는 애들은 많이 생겨야 될텐데- 동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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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너 제대하자 마자 졸업할 때가 되었으니 말이다. 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휴가 나오면 한 번 보자. 지금 군대에 쌓인게 많아서 전역자들한테 할 말․듣고 싶은 말이 많다.
지금 남자들은 다 끝났지? 군대간 애들은 빼고 할랬더니 윤종필이 생각난다. 군생활 편하게 하니까 기분 좋냐? 나도 이제는 이 생활이 적응될려고 한다. 이제는 눈 감고도 살겠다. 근데 일주일마다 한 번 나오는 건 진짜 부럽다. 나도 사회로 나가고 싶지만 이제 마음을 다잡을때지.. 편지도 검사하면 이 글이 좀 의심스럽겠지만 이미 들어온 이상 군대에서 2년 동안은 맘잡고 살아야겠다. 휴가 나오면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자. 입대 전에 그나마 제일 많이 본 것 같다. 학교 다니는 애들보다 말이다-
점점 머리가 혼란해진다. 학회별로 해야겠다.
버들이는 잘지내냐? 학교 안다니고 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일 맘껏 하면서 살고 있겠구나(아닌가?) 지금 사강반 애들 중에서 선배 둘이나 나가서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겟는데 니가 한번씩 살펴보도 잘 이끌어나가주렴- 그 때 밥사주기로 해놓거선 입을 닫고 있구나. 휴가나가면 한끼 사다오 --;
수연누님 잘지내십니까? 그 날 저녁식사 진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비싼밥 얻어먹은 적 처음이었슴다. 사회에 있었다면 대접해드려야 할텐데 이거 아쉽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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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꼭 잘보시고 합격하셔서 그날 거기 한번 더 데려가주시길-
야생은 뭐하고 사냐? 학교에서는 머리털 하나 보일까 하더니. 아직 임용고사는 1년 남아서 그나마 안정적이겠다만 앞으로도 수고해서 어엿한 선생님이 되어라- 아마 애들한테 인기는 많을거다. 입으로는 따발총 쏘고 눈으로 레이져 갈기면 애들이 좋아할 듯- 아무튼 항상 잘지내고 건강해라. 휴가가면 밥이나 한끼 사주고
은경이는 지금 진짜 고생 많겠구나. 뭐 너만 그런건 아니겠지만 항상 규칙적으로 살고 있는 듯 해서 보기 좋다. 밥도 맨날 5시 반에 먹고 말이다. 그래도 그렇게 규칙적으로 살다 보면 반드시 결과는 좋게 다가올꺼다. 내가 그 때 밥사줬었나? 이거 한 번 밥을 먹이고 갔어야 하는데- 아 생각해보니까 오박사에서 사줬더구나. 그럼 됐고 다음에 니가 사라.
경리도 시험준비는 하고 있겠지만 내가 공부하는 걸 못봐서 잘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입대 전에 니가 하도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다녀서 무슨 일 있는지 알았는데 아무것도 아니겠지? 시험도 얼마 안남았는데 피시방에서 카트라이더 그만하고 꼭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
은주는 잘살고 있느냐? 올해 시험 안보는거지? 그래도 너무 널널하게 살지는 말고 항상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바란다. 학회실에서 담배만 피우지 말고. 스터디는 잘돼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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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너도 항상 수고하고 잘 지내고 다음에 밥이나 한끼 사다오-
정수진 뭐 다른 걱정은 필요없고, 돈은 좀 많아졌냐? 밥사주기로 해놓고 내가 연락을 못해서 안사주는 건 좀 핑계같지않은 핑계다. 휴가나가면 꼭 약속이행하기 바란다. 수험생이라고 팅기는 것도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점 명심해라. 안부의 메시지라기보다는 경고 같다 --; 항상 건강하게 공부도 열심히~
여초 현상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이제 시간은 얼마 안남았는데... 이지은 그렇게 엿 사달라고(초코렛이었나?) 난치려서 꼭 한 번 뿌리고 가고 싶었는데 빈손으로 서울에 와서 미안했다. 물질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니? 꼭 임용고사 붙어서 어엿한 선생님이 되어라.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휴가 가면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지 이거는 주소 불러달라고 말해도 응답도 없고, 입대 당일날에 전화해도 안받고 치사하네... 입대 전 날 로즈버드 맛있었다.(입대 전 날이 아니었나? 미안하다) 휴가나아면 영화보여주기로 했던거 꼭 지켜라. 바쁜척말고- 그리고 혹시나 편지 쓰면 한 번이니 두 번이니 하지 말고 답장을 보내라. 주소 적어서-
오원영르 빼먹었었네. 군대에서 먹는 닭고기를 보고 있자니 그 날 니가 사준 닭들이 너무 떠오른다. 그리움의 눈물도 흐른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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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테 말고). 입대 하고 나서 유일하게 내 물품에 니 이름이 적혀 잇는게 있다. 1회용 밴드에 니가 적은 ‘오원영 기증’. 진짜 초등학생글씨 같아서 남보여주기 민망하다. 휴가 나가면 맛있는거 사다오. 요즘 많이 먹어도 먹는거 같지가 않다. 잘살아라.
은희는 잘지내냐? 그때 사준 생과일주스 진짜 맛있었다. 물론 군대와서 느끼고 있는거다. 맨날 군용주스만 먹고 있자니 기분이 찝찝하다. 다음에 보게되면 그런 종류로 한 번 더 대접해주길 바란다. 아직 시험은 안보니 학교에 있을거라 믿는다. 항상 건강하라-
박선영도 고생 많겠다. 수험생이라 그런지 무게 관리도 좀 안되는거 같기도 하고... --; 햄버거도 혼자 맛있게 먹는거 보니까 안쓰럽더라. 밥먹을 시간조차 없이 중광에서 고생하고 있는것보니 동기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해일처럼 솟구친다. 고생한 만큼 결과는 좋을거다. 힘내라-
다운이도 마찬가지... 수험생이라고 맨날 병을 달고 다니니 보기가 안타깝다. 그래도 이제 고생 조금만 더하면 기다리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게다. 너무 무리하진 말고 건강관리는 항상 철저하게 하렴. 이관희가 찝쩍러려도 그냥 무시하고 학업에 전념하길- 꼭 좋은 선생님이 될거다.
한지은... 역시 고생 많겠지만 니가 시험 본다는건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 그렇게 1학년때는 얼굴도 기억 안날 정도더니 말이다. 그래도 시작한 만큼(이제 끝나가는구나)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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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월급 받으면 좀 풀고- 휴가나가면 월급좀 들고 와라.
한나는 아직 1년 남았냐? 별로 안보이니 고생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르겠다. --; 그래도 잘살고있는 모습 가끔 봐서 다행이었다. 입대 전날에 너도 있었던가? 기억나긴 한다. 아줌마들 입는 빨간 스웨터 입고 있었던가? 아무튼 휴가 나가면 밥이나 한 끼 하자.
다됬나 싶었는데 성회도 제대 했겠다는 생각에 펜을 못놓는다. 학교는 다니나? 부럽다. 으 휴가나가면 함께 고스돕이나 한겜하자. 김재웅도 있으면 좋을건데 말이다. 복수를 해줘야 되는데
이관희도 자주 나오니 편지를 볼 수 있겠군. 은근히 군 생활 편하니 너무 배아파 하진 마라. 사격도 20발중에 2발 맞추는 너보단 7~9배 많이 맞췄다. 쓰레기- 잘살아라.
또 하루가 지났다. 오늘은 11월 21일 일요일이다. 그래도 이렇게 편지를 완성하게 되니기쁘구나.
잠시 후면 종교행사다. 오늘이 두번째다. 초등학교 이후로 교회 가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염불보다는 잿밥이라고 그랬던가- 나는 사회에서는 설마 그렇겠나 했는데 요즘은 초코파이가 너무 땡긴다. 그래서 교회를 간다. 모르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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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다 보면 신앙심이 생겨날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하루하루 먹고 사는게 너무 급하다.
이만 줄인다. 너희들에게 너무 맣은 지면을 할애하느라 편지지가 모자랄 지경이다. 이게 10장째다.
추운 겨울이다. 비록 이곳은 눈한번 안내리고 낮에는 덥기까지 하지만 서울은 어떨까... 건강 관리 조심하고 항상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휴가 나가면 너무 꺼리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마추 쳤으면 한다.
이상-
2004. 11. 13~11.21간 작성
백순우
첫댓글 ㅋㅋㅋ 재밌다..~~! 왜이리 재밌징..ㅋㅋㅋㅋㅋㅋ
치느라 힘들었다 -_-;
불쌍하다ㅋㅋ
짜식...아직 남이 남았다...ㅋ 운전병인게 뭐가 부럽냐...-_-; 운전병도 운전병 나름이지...난 차라리 보병이 낫더라.
지금은 편하다니 다행이다만 전경인게 마음에 걸린다. 항상 스트레스 조심~!!!
백순우 편지가 아주 일상적이군..특히 나에 대한 부분이...냉소로 가득하고먼~^^;
추천까지 해주다니 감사한 걸
몸 조심해 군대야 뭐 언제나 상대적인거니까 자기가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거야 몸만 성히 나오면 성공한 거야.... 화이팅 궨한 꼰대한테 개기지 말고 잘 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