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하늘에 빛난 별처럼..
교회 개척 초기에 만난 집사님이다.
부모님 장례 예배 은혜를 잊지 않고 종종 찾아왔다.
한 사람이 아쉬운 때 하나님께서 보낸 천사였다.
신학 박사 학위 논문 통과를 앞둔 큰아들 위한 기도 요청을 하셨다.
풍부한 성량을 가져 뒷자리에서 찬송을 불러도 예배당이 가득 찼다.
항상 웃는 얼굴에 바쁜 발걸음이다.
최근 남편이 우리 교회에서 믿음의 뿌리를 내리길 원하여 함께 앉았다.
새 신자인 그가 말씀을 사모하여 심방하려는 참이었다.
‘조만간 연락한다’는 반응에 기다렸는데 기별이 없다.
예배 마치고 굴다리 쪽으로 나란히 걸어간 모습을 봤다.
고운 아파트에 사는 건 맞는데 전번을 모른다.
두 주일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명절 선물 명단에 올리고 집을 찾아 나섰다.
아파트 세 동 위치가 각기 달랐다.
만나는 사람에게 물어도 모르쇠였다.
오랜만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권사님 잘 계세요. 도움 구하려고요. 류 집사님 전화 아세요.’
‘중흥교회 50년 다녔는데 모르겠네요. 전도사님께 여쭈고 답할게요.’
원하는 사안은 전달 못하고 생명샘 글 내용만 나열하셨다.
‘목사님, 궁금했는데 친손녀 본 것 축하해요.
아프신 장로님! 그분 맞지요.
목사님 출타하면 새벽 예배 인도하신 분요.
목사님 전대에서 운동하신 것 보고 아는 체 못했어요.
지난날, 가장 힘들었을 때 새벽 기도 나가 은혜받은 것 감사해요.’
권사님께서 교회 근처로 이사하고 사위 목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어느 교단이며 어디 출신이냐?’ 물었다.
친절한 안내에 신뢰하며 권사님을 새벽 기도회에 보냈다.
한자리가 큰 힘이었다.
찬송을 정확하게 부르며 갈급한 심령에 말씀을 채웠다.
교회 앞을 지나며 예배당에 들려 신분을 밝혔다.
‘남편이 저녁 식사 후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시댁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고 살지요.
남편 몸만 빠져나갔어요.’
인품과 인성이 뛰어났다.
가끔 해남 친정어머니 섬긴 모습도 엿보았다.
이사 간 후 ‘생명샘 읽고
목사님께서 어르신 섬기는 일 감동이라’며 후원금을 대셨다.
선교에 관심이 많았다.
명절 때 그 교회에서 만든 송편을 주셨다.
마음 따뜻하고 선한 권사님과 전화 통화는 삶의 활력소였다.
류 집사님 선물 상자는 교회 냉장고에 재웠다.
남창 계곡 별장에 계신 김 장로님은 교회에서 선물 교환을 이뤘다.
늘 싱글벙글하시며 말씀을 이어 갔다.
‘목사님, 꿀 병 가져왔는데 물 타서 드세요.
프로 폴리스는 조석으로 입속에 칙칙 뿌려 주세요.
잇몸 건강에 최고여요.
빈 벌통에 꿀벌 들어와 키웠어요.
말벌! 이놈들이 문제였어요.
꽃가루 묻혀 힘들게 온 일벌을 낚아채 가거든요.
파리채로 때려죽이다 도통 감당할 수 없었어요.
그래 매미채로 말벌을 사로잡았지요.
고도의 손재주로 날개에 농약을 묻혀 살포시 보냈어요.
자기 집에 들어가 함께 죽어 개체 수 줄었네요.’
팔십 넘은 분이 애써 딴 꿀이라 값졌다.
입원한 신 장로님 입이 궁금할 것 같았다.
색다른 간식과 야채 죽을 자전거에 실었다.
페달에 힘이 들어갔다.
왕복 14킬로, 하체가 뻐근하고 등골에 땀이 났다.
안정을 되찾아 퇴원 일정이 잡혔지만 1주일 후 검사할 부분을 남겼다.
그날 밤 꿈에 장로님을 자전거에 태우고 가파른 길을 올랐다.
내리막이 아찔해 장로님을 두고 혼자 탔다.
낭떠러지 협곡이 무서워 브레이크를 잡다가 깼다.
가위눌려 식은땀이 흘렀다.
조급함 없이 병약한 성도들 위해 기도드렸다.
여동생이 어머니와 2박 3일 여행 중이었다.
순천, 진주, 사천에서 산책하고 별미(장어구이, 생선회..) 사진을 올렸다.
어머니가 ‘배부르다’하셨다.
평소 ‘음식 남새 맞기 싫다’는 분이라 흐뭇하게 들렸다.
미선이가 ‘맛난 것 사 드시라’ 보낸 금일봉을 여행 경비에 보탰다.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한 권사님이셨어요.
아프시다니 눈물 나네요.’
‘그래 고맙다. 너도 어렵고 아빠 뒷바라지 만만치 않을 건데..
생각해 줘서 힘이 난다야.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값지게 사용할게..’
어스름한 아침, 시찰회 가는 길에 어머니를 모셨다.
비파 아파트 주차장에서 쉬게 하고 예배당에 들어섰다.
‘날 위하여 십자가의 중한 고통 받으사
대신 죽은 주 예수의 사랑하신 은혜여
보배로운 피를 흘려 영영 죽을죄에서
구속함을 얻은 우리 어찌 찬양 안 할까?’
찬송이 심쿵 하게 만들어 콧등이 시큰했다.
‘구속의 은총을 입은 자들,
합당한 삶을 살게 해 달라’는 목사님 기도가 가슴에 닿았다.
‘죽음의 위기에서 하나님 마음 읽었던 다윗, 모든 자 존귀하게 여기며
기쁨으로 찬양한 그의 삶을 따르자’(시16:8-11)는 설교에 힘을 얻었다.
식당이 ‘담은 하늘채’라 놀랐다.
보름 전 어머니랑 왔지만 점심만 영업해 허탕 친 곳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 문구를 매만졌다.
어머니는 야채샐러드, 콩고기, 잡채, 단호박, 들깨수제비..
골고루 드셨다.
우중에 휠체어로 다니기 어려워 그냥 왔다.
무화과 봉지를 챙긴 어머니가 한발 한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셨다.
아내는 장모님 아파트에서 내렸다.
파리바게뜨 건너편,
휠체어 탄 할아버지와 우산을 든 할머니 앞에
택시(광주 60다 5119)가 섰다.
난 비상등 켜고 내렸다.
부축하고 휠체어를 접어 트렁크에 넣었다.
3분 도움에 흠뻑 젖었다.
운행 중 택시 기사가 창을 열었다.
조수석에 앉은 할머니가 ‘아저씨 고맙습니다!’ 손을 흔들었다.
왜? 그렇게 눈물 났는지 모르겠다.
고단한 노부부 따라 내릴 때 도울걸? 뜬금없이 생각해 봤다.
힘없는 시모와 끝까지 함께 한 룻처럼 용광로 사랑에 빠지고 싶었다.
까만 하늘이 별을 빛나게, 무딘 흙이 가을꽃 돋보인 것처럼..
2023. 9.16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