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다음에 커서 아빠처럼 훌륭한 코미디언 되지 않을래 ? "
몇 달전 한 토크쇼에 아들과 함께 출연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 김형곤씨의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코미디언중 저렇게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자기아이에게 저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연예인에 대해 광대, 딴따라라는 식의 편견이 정서로 오랫동안 남아있던 우리사회에서 특히 코미디언은 가수나 연기자보다도 더 격을 낮추어보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요즘의 젊은 연기자들이나 가수들중에도 ´ 시트콤 ´을 그저 정통(?) 연기를 하기위한 연습코스쯤으로 여기는 풍조가 있는걸보면 코미디언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은 세태가 많이 변한 요즘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른바 ´ 넘어지고 자빠지는 ´ 슬랩스틱 코미디가 늘 저질시비에 휘말리곤 했던 우리사회에서 80년대 시사풍자 코미디의 등장은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프로가 MBC에선 김병조씨의 ´ 일요일밤의 대행진 ´이었고 KBS에선 김형곤씨의 ´ 회장님 우리회장님 ´이 있었습니다.
´ 잘되야 될텐데 ´, ´ 입사전부터 생각해 두었습니다 ´, ´ 처남만 아니면 잘라버려야 하는건데 ´등등 우리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수많은 뼈있는 유행어들을 만들어넸던 ´ 회장님 우리회장님 ´. 김형곤씨는 그 회장님 코너에 뒤이어서도 ´ 탱자 가라사대 ´, ´ 꽃피는 봄이오면 ´같은 프로등으로 그야말로 시사풍자 코미디계의 1인자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 회장님 우리회장님 ´을 과감하게 연극무대로 옮기는 당시로서는 참 보기드문 시도를 하기도 했던 김형곤씨. 얼마전엔 ´ 병사와 수녀 ´, ´ 왕과 나 ´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참 다재다능한 천부적인 코미디언이로구나 하는 감탄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러고보니 김형곤씨의 나이도 어느덧 40대 후반이었군요. 가수나 탈렌트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도 어느정도 활동할수 있는 영역이 있는 반면에 코미디언은 10여년전 한창 활동을 하던 사람중에도 지금은 브라운관에서 얼굴을 보기 힘든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 코미디언 ´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랬기에 몸소 ´ 코미디 클럽 ´같은 무대를 만들어보기도 하며 꾸준히 자신의 활동영역을 만들어보려 노력했던 김형곤씨의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얼마전 폭소클럽에 출연해서는 저 유명한 ´ 역대 대통령과 방귀시리즈 ´를 특유의 재담으로 늘어놓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방귀시리즈를 노무현 대통령 편에 와서는 뭔가 망설이는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이렇게 한마디를 던집디다. " 정권 바뀌면 하겠습니다 ! "
16대 국회가 참 X같다고 생각했었는데 17대 국회는 X도 아니더라는 평을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하기도 했던 김형곤씨. 20대의 청년시절에 80년대를 보낸 그의눈에 그 당시 사회상은 과연 어떻게 비쳤던것일까. 한번쯤 진지하게 그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기도 했는데 그럴 기회는 이제 영영 오지 않을것이란 생각에 아쉬움이 한층 더해지더군요. - 시간이 좀 더 흐른뒤의 김형곤씨의 회고록이나 고백수기같은게 한번쯤은 책으로 나오지 않을까 은근한 기대도 해보았었거든요.
그러고보니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어린이날 한 특집프로였습니다. 연기자들이 에디슨,나이팅게일,슈바이쳐등 세계의 여러 위인들로 분장 무대에 나오고 사회자가 ´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 앞으로 와 서세요 ´하는 말에 많은 어린이들이 각자 존경하는 인물 앞으로 가는 그런 순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생뚱맞게 그 마지막에 김형곤씨가 나오더군요. 사회자도 당혹스러운 듯 ´ 아니 ! 김형곤 아저씨가 왜 나오세요 여기 ? ´하는 멘트를 하기도 했는데. 그때는 그저 웃기기 위한 설정쯤 되려니 생각했었는데 지금와 생각하면 반드시 그런 의미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김형곤씨의 돌연사소식에 그저 충격과 놀라움을 금할길 없을 따름입니다. 아직 웃겨야할일이 아니 웃기지도 않은 일이 너무도 많은 우리사회에 꼭 있어주어야 할 사람이 사라진것만 같아서.
오늘 또 우리사회의 큰 별 하나가 졌습니다...
p.s : 김형곤씨를 인터뷰한 일이 있는 월간조선의 자유기고가 이근미씨 홈피에 우연히 들렀다가 이채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네요.. 김형곤씨 휴대폰엔 애국가가 녹음되어 있다고 합니다..
/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 발췌-훼드라님의 글
첫댓글 갑작스런 죽음 앞에 우리는 늘 아쉬움과 당황함을 느껴봅니다...우리 모두에게도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데 항상 난 아닐거라는 궤변같은 믿음(?)을 가지고 천년만년 살듯하지요...항상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 박사모가이길...^^
정치적인 코메디로 거짓을 위장한 부류를 혼내주는 역활을 하셨었는데....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하늘나라에 가셔서 아무런 제약 없이 신나게 웃겨주십시요^^
아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