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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상대1.7동기회 원문보기 글쓴이: 海松
바람을 그리다; 申潤福∙鄭敾展 -DDP 澗松美術館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바람을 그리다: 申潤福 ∙鄭敾 展>을 개최하였다.
300여 년 전 가장 한국적인 예술을 만들었다는 蕙園 申潤福과 謙齋 鄭敾, 비록 그린 對象은
달랐으나 朝鮮의 멋과 魂을 표현했던 그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였다.
(*蕙: 풀 이름 혜 *謙: 겸손할 겸)
바람은 우리 山河의 높은 바위, 푸른 숲에도 불었지만 우리 男女의 가슴에도 불었으며,
이럴 때 漢陽 사람들의 마음에 부는 바람[風俗]을 그린 이가 眞景風俗畵家 蕙園 申潤福이며,
南山에서 金剛山까지 山河에 부는 바람[風景]을 그린 이는 謙齋 鄭敾이었다.
蕙園 申潤福과 謙齋 鄭敾은 朝鮮 後半文化의 黃金期였던 眞景時代의 畵家로
蕙園은 風俗畵의 大家, 謙齋는 眞景山水畵의 大家였다.
전시하는 작품은 蕙園의 작품 30점과 謙齋의 작품 26점으로, 蕙園은 양반층의 風流나
男女間의 戀愛, 享樂的인 생활을 주로 그렸으며, 謙齋는 朝鮮의 山川을 畵幅에 담아 對象은
달라도 그린 것은 모두 바람의 결[風流圖]이기에 전시제목을 ‘바람을 그리다’로 했으며,
비록 그린 다른 對象은 달랐으나 朝鮮의 멋과 魂을 표현했던 그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였다.
*蕙園 申潤福(1758~?)
조선 후기의 風俗畵家로 檀園 金弘道, 兢齋 金得臣과 더불어 조선시대 三大 風俗畵家로
지칭되는 蕙園 申潤福은 畵員이었던 申漢枰의 아들로 圖畵署의 畵員으로 僉節制使를 지냈으며,
風俗畵를 비롯하여 山水畵와 翎毛畵(*새와 짐승 등을 그린 그림)에도 능했다.
(*兢: 떨릴 긍 *枰: 바둑판 평 *僉: 다 첨 *翎: 깃 영)
산수화는 檀園 金弘道의 영향을 토대로 참신한 색채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을 남기기도 했으나
素材 선정이나 포착, 構成方法, 인물의 표현방법과 設彩法(*색을 칠하는 방법) 등에서
檀園와 큰 차이를 보였다.
兩班層의 風流와 男女間의 연애, 妓女와 妓房의 세계를 都市的 감각과 諧謔으로 펼쳐 보였다.
(*妓: 기생 기 *諧: 화할 해 *謔: 희롱할 학)
그의 작품에는 대부분 짤막한 贊文과 함께 자신의 款識와 圖印이 곁들였으나 年記를
밝히지 않아 畵風의 변천 과정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款: 항목 관 *識: 적을 지)
*款識(관지): 글자 따위를 陰刻한 것과 陽刻한 것을 아울러 이르는 말.
蕙園 申潤福은 檀園 金弘道와 더불어 조선 후기의 風俗畵를 개척한 대표적인 畵家로 後代의
畵壇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대표작으로 <美人圖>와 <風俗圖 畵帖>(국보 135호)이 있으며, <風俗圖 畵帖>에는 端午圖,
蓮塘의 女人, 巫舞圖, 山窮水盡, 船遊圖 등 連作 風俗畵 30여 점이 들어 있다.
(*帖: 문서 첩 *蓮: 연꽃 연 *塘: 못 당 *巫: 무당 무 *窮: 다할 궁)
전시장에는 最尖端의 미디어아트가 함께 전시되고 있으나 ‘아날로그 世代’라서 종전의 방식으로
전시된 작품 위주로 올리며, 지난 5.17(목) DDP 디자인박물관에서 카메라 촬영은 금지,
휴대전화로만 허용되어, 시원치 않은 사진을 정리해서 2회로나누어 올린다.
바람을 그리다; 申潤福∙鄭敾展-DDP 澗松美術館(2-1): 蕙園 申潤福
바람을 그리다; 申潤福∙鄭敾展-DDP 澗松美術館(2-2): 謙齋 鄭敾
2018. 06. 26 景福 34, 孤 山 朴 春 慶
바람을 그리다; 申潤福∙鄭敾展-DDP 澗松美術館(2-1): 蕙園 申潤福
都市의 바람 風俗 – 蕙園 申潤福
(01) 都市의 바람 風俗 –蕙園 申潤福
(02) 蕙園 傳神帖(申潤福筆 風俗圖 畵帖)
漢陽 곳곳의 장면을 담은 각 작품들을 인스타그램의 포스팅 형식으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申潤福筆 風俗圖 畵帖 -국보 제135호 -異稱; 蕙園 風俗圖, 蕙園 傳神帖
조선 후기의 畵家 蕙園 申潤福(1758∼?)이 그린 <端午風情>, <月下情人> 등
連作 風俗畵 30여 점이 들어 있는 畵帖으로 각 면은 가로 28㎝, 세로 35㎝이다.
<申潤福筆 風俗圖 畵帖>은 주로 閑良과 妓女를 중심으로 한 남녀 간의 愛情과 浪漫,
양반사회의 風流를 다루었는데, 가늘고 섬세한 부드러운 筆線과 아름다운 색채가
세련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畵帖은 日本으로 유출되었던 것을 1930년 澗松 全鎣弼이 구입해 새로 틀을 짜고
葦滄 吳世昌이 跋文을 쓴 것으로 미술작품으로서뿐만 아니라 18세기 말 당시 社會相의
일면을 보여 주는 것으로 生活史와 服飾史 연구에 귀중한 작품으로 평가 되고 있다.
(*澗: 산골 물 간 *鎣: 줄 형 *葦: 갈대 위 *滄: 큰 바다 창 *跋: 밟을 발)
*申潤福筆 風俗圖 畵帖에 실린 그림
聽琴賞蓮, 妓房無事, 靑樓消日, 月下情人, 月夜密會, 春色滿園, 少年剪紅, 舟遊淸江,
年小踏靑, 賞春野興, 路上托鉢, 納凉漫興, 林下投壺, 巫女神舞, 酒肆擧盃, 雙劍對舞,
携妓踏風, 雙六三昧, 聞鐘尋寺, 路中相逢, 溪邊佳話, 井邊夜話, 三秋佳緣, 漂母逢辱,
夜禁冒行, 遊廓爭雄, 尼僧迎妓, 端午風情, 紅樓待酒, 嫠婦耽春 등 30점.
(03) 문종심사(聞鐘尋寺), 종소리를 들으며 절을 찾다. (*尋: 찾을 심)
안개기운 자욱한 깊은 산 속 절간 문 앞에서 佛供하러 온 施主를 比丘尼가 맞이하고 있다.
말 탄 부인은 정갈한 素服차림에 옥색너울을 두른 淸楚한 차림으로 보아 士大夫家 夫人으로
보이는데, 士大夫家의 여인들이 절에 출입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보던 시절인데,
절을 찾은 이유가 궁금하다.
畵題
松多不見寺(송다불견사), 人世但聞鐘(인세단문종). (*但: 다만 단)
소나무가 많아 절은 보이지 않고, 인간 세상에는 다만 종소리만 들린다.
(04) 주유청강(舟遊淸江), 맑은 江에서 뱃놀이하다.
녹음이 우거지고 산들바람 부는 어느 날, 두 세 자제들이 漢江에 놀잇배를 띄우고 餘暇를
즐기는 듯하다.
新綠이 그늘진 절벽 밑을 감돌아 나가는 배에서는 시원한 笙簧소리와 맑고 긴 젓대 소리가
江心으로 어울려 퍼지는데, 뱃전에 엎드려 일렁이는 잔물결에 손을 담가 보는 여인 옆에는
선비가 정겹게 턱을 고이고 지켜보고 있다. (*笙: 생황 생 *簧: 서 황)
*笙簧(생황): 國樂器 중 管樂器로, 17개의 가느다란 대나무 관대가 통에 동글게
박혀 있는 악기.
*젓대[大笒]: 國樂의 대표적인 관악기로 黃竹 또는 雙骨竹으로 만든 橫笛.
(*笒: 첨대 금 *笛: 피리 적)
이에 질세라 어깨를 감싸고 담뱃대를 물려주는 한 쌍의 남녀 옆에는 詩想에 잠긴 여유를
보이는 中年의 兩班은 몸에 밴 敎養이라고 할 수 있다
畵題
一笛晩風聽不得(일적만풍청부득), 白鷗飛下浪花前(백구비하랑화전)/
젓대소리 늦바람으로 들을 수 없고, 백구만 물결 좇아 날아든다. (*鷗: 갈매기 구)
(05) 납량만흥(納凉漫興), 바람들이의 질펀한 흥겨움.
한 무리의 선비들이 한여름 계곡으로 納凉(避暑)놀이를 간 모양인데, 자못 興이 올랐는지
한 선비는 風樂에 맞춰 기생과 춤을 추고 있다. 손발이 척척 맞는 몸짓으로 보아 둘 다
춤 솜씨가 보통을 넘는 것 같다.
춤추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사람이나 옷 매무새가 헝클어진 것으로 보아 거의 破興에
가까운 모습이다.
(06) 노상탁발(路上托鉢), 길거리에서 施主를 받다. (*托: 맡길 탁 *鉢: 바리때 발)
僧侶들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大路에 나와 托鉢行脚하고 있다.
人情에 약한 아낙네들을 만난 고깔 쓴 才談僧이 부채를 펴 들고 辭說이 한창이다.
나들이 나온 여인들은 쾌활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그 중 한 명은 치마를 걷고 주머니를
뒤져 施主 돈을 내려는 참인데 지나가던 젊은 선비는 여인들에게 눈길이 쏠려있어
그 마음을 짐작케 한다.
*托鉢(탁발): 道를 닦는 승려가 經文을 외면서 집집마다 다니며 동냥하는 일.
(07) 기방무사(妓房無事), 기방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
초여름의 妓房 풍경으로 한낮에 열어젖힌 방문 너머로 玉色저고리의 젊은이가 누비이불을
끌어 덮고 있는데, 머리를 늘어뜨리고 다홍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입은 妓生이 발치에
엎드려있다.
인기척에 놀란 표정으로 보아 조금 전 방안에서 있었던 일이 짐작된다.
외출했다 돌아오는 듯한 기생은 가리마도 벗지 않은 채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08) 노중상봉(路中相逢), 길에서 서로 만나다.
夫婦同伴으로 나가다가 길거리에서 이웃마을의 아는 부부를 만났다.
엄격하게 內外하는 士大夫 兩班들과는 달리 반가운 말을 나누는 모습에서 당시 常民生活의
구수한 일면을 엿볼 수 있다.
패랭이와 두루마기 차림의 남자들과 쓰개용 삿갓을 쓴 여인들의 모습에서 당시
常民階層의 옷 차림새를 알 수 있다.
(09) 주사거배(酒肆擧盃), 술집에서 술잔을 들다. (*肆: 방자할 사)
조선후기 장안의 선술집 모습으로, 가마솥 두 개를 걸어놓은 부뚜막 위에 안주를 담은
그릇을 벌려 놓고 酒母가 손님의 청대로 술을 따라주고 있다.
선채로 술을 마시는 도포차림의 선비, 붉은 옷의 武藝廳 別監, 깔때기를 쓴 羅將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보인다.
울타리 안에는 분홍 꽃이 만발해 선비의 청포색과 조화를 이루고 주모의 남색치마는
별감의 진홍색 上衣와 對比되어 색채의 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武藝廳[武藝別監]: 조선시대 왕의 호위를 맡은 武官의 관청.
畵題
擧盃邀晧月(거배요호월), 抱甕對淸風(포옹대청풍) /
술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술 항아리 끌어안고 맑은 바람 대한다.
(*邀: 맞을 요 *晧: 밝을 호 *甕: 독 옹)
(10) 홍루대주(紅樓待酒), 기생집에서 술상을 기다리다.
閑良 셋이 妓房을 방문했는데, 色色의 갓끈치레에 청색과 보라색 저고리를 입은 것으로 보아
양반집 子弟인 듯 하다. 그 중 한 명은 알상투에 편안한 자세로 있으니 이들의 관계가
짐작된다.
접대하러 나온 기생은 남치마에 옥색저고리를 입고, 무릎을 세워 整肅하게 앉아있으며,
벌거숭이 어린 것을 데리고 술을 받아오는 기생어미의 천연스러운 표정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11) 쌍검대무(雙劍對舞), 쌍검으로 마주보고 춤추다.
勢道 높은 양반집에서 칼춤을 즐기는 광경으로 三絃六角을 갖춘 樂器 구성, 掌樂院 樂工과
妓生의 數에서 盛大함이 보인다. (*絃: 줄 현 *掌: 손바닥 장)
*掌樂院(장악원): 조선시대 宮中에서 연주하는 음악과 무용에 관한 일을 담당한 관청.
칼춤을 추는 기생들은 靑紅의 강렬한 對照를 보이는 衣裳을 입고 날렵한 동작과 흩날리는
치맛자락에서 활기찬 律動感이 느껴진다.
珍貴한 구경에 觀客들은 陶醉했으며, 왼쪽 위의 子弟郎官은 지루한 듯 외면하고 있어
웃음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陶: 질그릇 도)
(12) 무녀신무(巫女神舞), 무당의 神 춤.
여염집 안마당에서 소박하게 굿판이 벌어져 장구와 피리가 굿 가락을 연주하는 가운데
무당이 呪文을 외우며 춤을 추고 있다. (*呪: 빌 주)
굿 주인인 中年 아낙은 개다리소반에 쌀을 받쳐놓고 致誠이 한창인데 松花色 저고리의
댕기머리처녀는 턱을 괸 채 구경꾼인 듯 지켜보고 있으며, 초록 장옷을 입은 젊은 여인은
담장너머 사내에게 한눈을 팔고 있어 굿의 효험이 있을지 모르겠다.
(13) 월야밀회(月夜密會), 달밤에 몰래 만나다.
人跡이 끊긴 보름달 밤중에 골목길 모퉁이 담 아래에서 남녀가 은밀하게 만나고 있는데,
戰笠을 쓰고 방망이를 든 軍校가 여인을 힘주어 끌어안은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여인의 저고리 소매깃으로 보아 有夫女인듯한데 애틋한 密會는 남자의 옛정을 못 잊어
만났을 것이다.
오른쪽 담 모퉁이에 바짝 붙어 미묘한 눈길로 지켜보는 여인은 이 만남을 주선한
張本人인 것 같다. (*跡: 발자취 적 *笠: 삿갓 립)
(14) 휴기답풍(携妓踏楓), 기생을 데리고 단풍놀이를 가다. (*携: 이끌 휴)
風流를 아는 젊은이가 기생을 가마에 태우고 단풍놀이를 나왔다.
고갯마루의 가을바람에 옷깃이 휘날려 玉色 누비저고리에 藍色 香囊이 드러난다.
기생은 물빛 쓰개치마를 쓰고 담뱃대를 빼 물었는데, 가마를 멘 떠꺼머리 종도 단풍 가지를
머리에 꽂아 나름대로 멋을 부렸다. (*藍: 쪽 남 *囊: 주머니 낭)
詩句; 洛陽才子 知多少(낙양재자 지다소) / 서울의 멋쟁이는 얼마나 되는지.
(15) 월하정인(月下情人), 달빛아래 情이 깊은 사람들.
눈썹 달이 희미하게 비치는 밤중에 등불을 든 젊은 선비가 쓰개치마를 쓴 妙齡의 여인과
만났다. 호젓한 담 모퉁이에서 여인은 무언가 야속한 듯 새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사내는 여인을 달래려는 듯 품속을 더듬어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러나 서로 애틋한 마음은 모를 리 없을 터이니 남녀의 情은 밤과 함께 깊어간다.
畵題
月沈沈夜三更(월침침야삼경), 兩人心事兩人知(양인심사양인지) /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 안다.
(16) 야금모행(夜禁冒行), 야간통행금지를 무릅쓰고 간다. (*冒: 무릅쓸 모)
겨울 밤, 都城의 통행금지시간의 단속풍경이다.
巡邏軍에게 檢問 당한 이 兩班은 品階가 상당한지 겁먹기는커녕 고개를 살짝 숙여 양해를
구한다.
순라군의 화려한 복색과 누비저고리에 털 토시, 毛皮로 만든 風遮를 갖춘 선비의 옷차림도
만만치 않다.
옆의 기생도 여유만만하게 허리에 손을 얹고 담배를 피우고 있어 兩班의 威勢를 알 것
같다. 夜深한 밤에 통행금지를 어겨가며 길을 나선 까닭이 궁금하다. (*遮: 가릴 차)
*風遮(풍차): 겨울에 추위를 막기 위하여 머리에 쓰는 防寒用 두건의 하나.
(17) 쌍륙삼매(雙六三昧), 상륙놀이에 빠지다.
주사위를 던져 말을 움직여 勝負를 가리는 쌍륙은 三國時代부터 유행하는 놀이로,
바위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한 쌍의 남녀가 판을 벌이고, 다른 한 쌍은 觀戰하고 있다.
놀이에 沒入해 소매는 걷어붙이고 탕건은 내동댕이쳤는데, 여인의 모습은 비교적
여유로워 보인다.
觀戰하는 두 사람의 표정은 흥미로우나 이 승부의 결말은 이미 난 것 같다.
詩句
雁行聲歷歷(안행성력력), 人靜漏迢迢(인정루초초) /
기러기 발 비껴가는 소리 뚜렷하고, 사람 기척 끊어질 때 물 듣는 소리만 아득하다.
(*雁: 기러기 안 *漏: 샐 루 *迢: 멀 초)
(18) 삼추가연(三秋佳緣), 가을에 맺은 아름다운 인연.
가을날 햇볕이 따사로운 국화꽃밭에서 男女가 情을 나누었나 보다.
청년이 웃통을 벗은 채 묘한 미소를 띠며 버선발에 대님을 매고 있다.
반면 어린 티가 나는 여인은 황망한 듯 옷자락조차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는데, 가운데서
술을 권하며 입을 가리고 소곤거리는 老婆가 오히려 얄미워 보인다.
詩句
秋叢繞舍似陶家(추총요사사도가), 遍遶籬邊日漸斜(편요리변일점사)
不是花中偏愛菊(불시화중편애국), 此花開盡更無花(차화개진갱무화)
가을꽃 무더기로 집 둘레에 피었으니 陶淵明의 집 같구나. 울타리 아래 줄지어 핀
꽃 위로 해는 기운다.
꽃 중에 菊花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 꽃이 지고 나서 다시 꽃은 없으리라.
(*叢: 모일 총 *繞: 두를 요 *遍: 두루 편 *遶: 두를 요 *籬: 울타리 리 *偏: 치우칠 편)
(19) 상춘야흥(常春野興), 봄을 즐기는 들놀이의 흥겨움.
진달래꽃 화사한 봄날 高官大爵들이 郊外로 나들이 나온 情景이다.
오른쪽에는 두 부하 郎官이 호위하듯 서있고, 樂工들은 音을 調律하고있다.
여종이 술상을 들여오는 것으로 보아 이제 막 시작한듯한데 베개와 담뱃대, 화로까지
갖춘 것을 보면 꽤 길어질 것 같다.
가운데 主賓 옆에 앉은 어린 妓生은 자줏빛저고리차림으로 다소곳하게 앉아있으나
진홍색 속고름이 밖으로 드리워져 자못 誘惑的인 姿態를 보인다.
옆의 기생이 長竹을 든 채 아니꼬운 듯 바라보는 것도 그 이유를 알만하다. (*爵: 벼슬 작)
(20) 연소답청(年少踏靑), 젊은이들의 봄나들이. (*踏: 밟을 답)
봄철에 兩班 家門의 젊은 閑良들이 野遊會를 계획한 모양이다.
각자 말 한 마리씩 마련하여 아름다운 용모의 기생을 태우고 나들이에 나섰다.
보라색과 옥색으로 누빈 저고리에 香주머니를 차고 띠를 늘어뜨려 한껏 멋을 부린 모습이다.
기생들도 트레머리에 꽃가지를 꽂고 가는 허리를 드러내며 魅力을 뽐내고 있는데
兩班家 子弟들이 그 앞에서 담배에 불 붙여 待令하고 말구종을 自處하는 모습이 속없고
우스꽝스럽다.
*말구종[말驅從]: 말을 타고 갈 때에 고삐를 잡고 앞에서 끌거나 뒤에서 따르는 하인.
(*驅: 몰 구)
(21) 청금상련(聽琴賞蓮), 가야금소리 들으며 연꽃을 감상하다. (*琴: 거문고 금)
高雅한 저택의 後園에서 주인이 친구들을 초청해 연꽃을 감상하는 宴會를 베풀고 있는데
연못을 거치는 산들바람이 맑은 香을 실어오고 가야금의 청아한 旋律은 나뭇가지 끝을
감돈다.
세련된 의복차림으로 보아 지체 높은 兩班 間의 氣稟이 느껴지나 衣冠을 벗어 던지고
노는데 거리낌이 없으니 아주 친한 사이임을 짐작할 수 있다. (*稟: 여쭐 품)
上端 詩句
座上客常滿(좌상객상만), 樽中酒不空(준중주불공), 吾無憂矣(오무우의) /
座上에는 손님들이 항상 가득 차있고, 항아리에는 술이 비지 않으니, 나는 걱정이 없다.
(*樽: 술통 준)
(22) 니승영기(尼僧迎妓), 비구니가 기생을 맞이하다.
버들가지에 새잎이 돋아날 무렵 妓生이 절 나들이에 나섰는데, 연둣빛 장옷에 桃花色
연분홍저고리와 쪽빛남치마를 차려 입어 姿態를 뽐낸다.
山門 입구인지 해묵은 버드나무가 드리운 가지 아래에서 삿갓 쓴 比丘尼가 허리 숙여
合掌하며 맞이하는데, 相反된 길을 걷고 있는 두 여인의 相逢은 여러 가지 想像을
자극한다. (*桃: 복숭아 도 *掌: 손바닥 장)
(23) 청루소일(靑樓消日), 기생집에서 歲月 보내기.
문설주에 기대앉은 風流客이 무료함을 달래려고 기생에게 笙簧 연주를 부탁한 모양이다.
망건 자국이 선명한 이마 위로 탕건만 쓴 편안한 차림이 단골손님으로 보이는데,
문간에서 난 인기척을 들었는지 視線이 오른쪽을 향해 있다. 같은 집에 사는 기생인듯한
여인이 妖艶하게 뜰 안으로 들어서는데 호기심 어린 남자의 표정과 짜증 섞인 여자의
얼굴이 흥미롭게 대조를 이룬다. (*笙: 생황 생 *簧: 사 황 *艶: 고울 염)
(24) 표모봉욕(漂母逢辱), 빨래하던 여인이 욕을 보다. (*漂: 떠다닐 표 *辱: 욕될 욕)
바위 밑을 흐르는 시냇가 빨래터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지나가던 젊은 僧侶가 여인의 美色에 반했는지 戒律을 잊고 달려드는 것을 노파가
빨래방망이를 휘두르며 막고 있다.
長衫과 僧巾을 벗어 던지고 달려드는 모양새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젊은 여인은
질겁했는지 맨발 위 벗은 정강이를 감출 새도 없이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衫: 적삼 삼)
(25) 정변야화(井變夜話), 우물가의 夜間 對話.
바위산이 줄기 져 이어진 산밑 동네의 봄밤 우물가에서 아낙네 둘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행주치마에 손을 묻고 턱을 괸 채 하소연하고 있는 여인 옆에는 또 한 여인이 한 손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同病相憐의 情을 나누고 있다.
이때 돌담 너머에서는 점잖은 양반이 체면도 없이 담장에 손을 얹고 엿보기에 한창인데,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세 사람 사이에 숨겨진 사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憐: 불쌍히 여길 련)
(26) 이부탐춘(嫠婦耽春), 과부가 봄빛을 즐기다. (*嫠: 과부 이 *耽: 즐길 탐)
봄바람 긴 햇살이 따사로운 대낮, 後園 깊숙한 別堂에서 素服차림의 靑孀寡婦가 봄기운을
즐기고 있다.
담 밖의 古木에는 가지마다 오얏꽃과 복사꽃이 만발해 있고, 뜰 한가운데는 개와 새가
짝짓기에 여념이 없다.
이 민망한 광경을 소복차림의 과부와 젊은 여종이 바라보고 있는데, 그 姿勢와 표정에서
저마다의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다. (*孀: 홀어머니 상 *寡: 적을 과)
(27) 유곽쟁웅(遊廓爭雄), 유곽에서 사내다움을 다투다. (*廓: 둘레 곽)
기생집 앞에서 한차례 주먹다짐이 있었던 모양이다.
싸움꾼의 동료인듯한 사람이 주워 든 갓이 모자와 테가 떨어진 것을 보면 꽤 심한 激鬪인 듯
하다.
가운데 중년남자는 호기롭게 웃통을 벗어 던지지만 武藝廳 別監이 방망이 끝을 처든 것으로
보아 상황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술집에서 시끄러운 시비기 벌어지는 것은 한결같다. (*激: 격할 격)
*遊廓(유곽): 娼女들을 일정한 구획 안에 모아 영업한 公認賣淫業所 또는 공인매음지역.
(*淫: 음란할 음)
(28) 임하투호(林下投壺), 숲 속의 투호놀이. (*壺: 병 호)
投壺는 일찍부터 士大夫들이 즐겨 하던 놀이였다.
경치 좋은 山亭 주변에서 양반들과 기생이 함께 투호판을 벌인 듯 하다. 제법 진지한
승부를 펼치는 듯 왼쪽의 젊은 선비는 갓을 벗어 던지고 도포 끈도 옆으로 질끈 동여맸다.
항아리 너머 대결을 펼치는 기생은 가볍게 살을 쥐고 여유 있는 표정인 반면 한편인 듯한
중년의 선비는 초조한 표정으로 담뱃대를 물고 있다.
款驅造化入纖毫(관구조화입섬호), 任是妍媸不可悲(임시연치불가비) /
관이 조화를 구사(驅使)해 가는 털을 주니, 예쁘거나 추하거나 슬퍼할 수 없네.
(*款: 항목/정성 관 *驅: 몰 구 *纖: 가늘 섬 *毫: 터럭 호 *妍: 고울 연 *媸: 추할 치)
(29) 계변가화(溪邊佳話), 시냇가의 아름다운 이야기.
아낙네들이 짝을 지어 빨래터에 나와 옷을 빨고 있다.
여인들만의 공간인 이곳에 사냥 나왔던 閑良이 우연히 지나치다 걸음을 멈추었다.
視線은 냇가 건너편에서 머리를 다듬는 여인에게 머물고 있는데 첫눈에 마음을 뺏긴 듯하다.
여인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수줍은 듯 은근히 秋波를 던지고, 웃통을 벗은 채 빨래를 널던
할미는 그 광경을 밉살스러운 듯 눈을 흘긴다.
(30) 단오풍정(端午風情), 단오 날의 風俗 情景.
단오 날 여인들이 냇가에 그네를 매고 머리를 감으며 노는 모습을 그렸다.
인적이 드문 후미진 곳인지 마음 놓고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어느새 바위틈에는 童子僧 둘이 기막힌 풍경을 엿보며 喜喜樂樂 즐거워하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인지 畵家는 화면 오른쪽 인물들에 화려하고 강한 색채를 넣어 시선을 돌리려고
했으나 그럴수록 왼쪽의 민망한 광경은 더욱 은밀하게 다가온다.
(31) 소년전홍(少年煎紅), 소년이 붉은 꽃을 꺾다. (*煎: 달일 전)
늦봄의 고즈넉한 後園에서 소년 티를 벗어나지 못한 새신랑이 여인을 유혹하고 있다.
紗帽冠을 단정하게 쓰고 장죽을 점잖게 든 풍채와는 달리 개구쟁이처럼 벌어진 다리와
붙잡은 팔은 적극적이다.
여인은 짐짓 몸을 뒤로 빼지만 수줍은듯한 표정과 머리를 만지는 손은 그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봄날, 남녀의 실랑이는 우람하게 솟은 怪石과 자주 빛 붉은 꽃송이가 어우러져 한층
高潮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紗: 비단 사 *帽: 모자 모)
密葉濃堆綠(밀엽농퇴록) 繁枝碎剪紅(번지쇄전홍) /
빽빽한 잎에 푸르름이 쌓이니, 무성한 가지들은 붉은 꽃송이를 뿌려 떨군다.
(*濃: 짙을 농 *堆: 쌓을 퇴 *繁: 번성할 번 *碎: 부술 쇄 *剪: 자를 전)
(32) 춘색만원(春色滿園), 봄빛이 전원에 가득하다.
젊은 선비가 나들이에서 한잔 술에 취해 귀가하는 중에 洞口 밖에서 美貌의 여인과 마주쳤다.
田園에 봄빛이 가득한 오후, 호젓한 만남에 선비는 짐짓 손을 뻗어 수작을 부린다.
삼색저고리에 남색치마를 정갈하게 갖춰 입은 여인도 秀麗한 외모에 맵시 있게 차려 입은
선비가 싫지 않은 듯 공연히 채소를 뒤적인다.
春色滿園中(춘색만원중), 花開爛漫紅(화개난만홍) /
봄빛이 田園에 가득하니, 꽃은 피어 난만하게 붉었구나.
(*爛: 빛날 난 *漫: 흩어질 만)
- 바람을 그리다; 申潤福∙鄭敾展-DDP 澗松美術館(2-2): 謙齋 鄭敾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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