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의 발가락을 위한 서정곡(抒情曲)
김은상
주여!
은사시나무의 춤이 달 속으로 거울의 수면(水面)을 짖어
대나이다 늦잠을 잔 호두까기 인형이 목을 졸라
새벽이 비명을 바늘로 간직하나이다
유기견처럼 골목을 쏘다니며 봄을 판 아그네스의 나의 아
그네스는 허공에 구름을 그리는
붉은 첼로였으니 아아,
내 사랑을 위해 버려도 되는 아그네스 나의 아그네스는
사과꽃 축축한 그림자로 지평선 아래 잠겼나이다
그리움을 간직하는 일이 시간(屍姦)인 줄 알고 있으나
해오라기보다 아름다운 발목을 가진 아그네스
나의 아그네스의를 위해
발톱이 삼킨 열 개의 초승달을 흥얼거리나니
혀가 혀 위해 쓴 밀어들은 꽃등에 그어진 금들을 핥아주
는 거래였으므로 주인 없는 정원 같은 아그네스
나의 아그네스는
화원을 망친 무지개를 붙들지 않았나이다
그네에서 태어난 자들에게 면류관은 지구의 기울기로 서
있는 사자 모양의 분수대이므로
천둥벌거숭이 성부(聖父)는 두통을 앓아야 합니다
땅과 신발 사이에서
가볍게 흔들리는 춤
발소리와 바람소리 사이에
서 일렁거리는 나와 당신의 콧노래
아그네스,
길 앓은 양의 죄는 출생이어서
소년은 거리를 떠돌았나니 입술에 고인 변명
셔플리듬으로 골목을 절뚝거리나이다
(미련한 코흘리개여) 오오,
신(神)이 두통을 앓는 저녁을 잉태하기 위해*
내 마음을 간(肝)에 있고
별똥은 바람의 목청을 삼키나니
사랑을 위해 잃어도 되는 아그네스 나를 사랑한 아그네
스는 발가락이 고와서 고장 난
괘종시계가 두렵지 않나 하였나이다
*세사르 바에흐의 시「같은 이야기) 중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를 변주했다,
ㅡ 김은상 ㅡ
전남 담양 출생
2009년 <실천문학>등단
213년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4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