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침수한 물은 그 도로의 형태로 보아 꽤 깊을 것이고 더욱이 물이 불어나고 있고 물살도 급해서 걸어서는 건널 수 없을 것이다.
동강에서 헤엄을 치며 자란 탓에 수영에는 어느 정도 자신을 가지고 있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도구를 의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그 도구는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취급하기도 편한 도구여야 한다.
어떤 것을 사용하여야 하나하고 한참을 생각하다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옷이 젖기는 만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며 마침 동강에서 물놀이하러 다니며 쓰느라고 마련해 두었던 타이야 튜브가 바람이 빠진 채, 광에 있는 것이 생각나 그것을 사용하기로 하고 물에 빠져 젖은 옷을 입은 상태로 순영을 만날 수 없어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비닐포대에 한 벌의 겉옷을 싸가지고 건너가기로 마음먹었다.
부지런히 집으로 갔다.
높은 곳에 있어 침수 피해의 걱정이 전혀 없는 영돈네 집에서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있는데 모두 온 마을이 수해로 난리가 나 조그만 일손이라도 부족한 실정이므로 일손도 돕고 비로 수해를 당한 사람들을 위로하느라고 마을회관에 가서 아직 아무도 안 돌아와서 집이 비어있었다.
광에서 튜브를 찾아 꺼내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꺼내 비닐봉지를 찾아 싸가지고 나와 부리나케 순영이네 집이 있는 쪽으로 혹 누가 볼세라 몸을 낮추어 숨기며 도독 고양이처럼 골목길을 따라 달려갔다.
수해로 모두 피신했고 또 빗속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도독이 제 발 저리다고 엉큼한 생각을 가지니 마음이 불안한가 보다.
이렇게 순영이네 집으로 향해가며 영돈은 생각한다.
‘그래! 오늘 마지막으로 순영을 만나 내 마음속의 사랑을 고백하자. 사랑한다고 아니 사랑했노라고,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사랑했노라고, 그러나 내가 친형같이 생각하는 직장 상사 형식의 아내이고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잊겠노라고, 다만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는 것만 잊지 말아 달라고, 그리고는 남자답게 깨끗이 잊고 올가을에는 장가를 가자. 그래!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하고 나면 정말 잊고 장가를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물가에 도착하여 입으로 불어 튜브에 바람을 넣고 튜브 가운데 공간에 몸을 끼우고 물속으로 들어가 옷이든 비닐봉지가 물에 젖지 않도록 두 손으로 높이 들고 발로만 헤엄을 쳐 물을 건넜다.
물살이 제법 세고 깊어 10여 미터 정도 되는 거리가 영돈을 애먹여 보통이면 쉽게 건널 거리를 10여 분 이상 애를 써 어렵게 건넜다.
영돈이 물을 건너 순영이네 집 근처에 와보니 조금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순영이네 집은 담장 밖에 마당의 가를 돌아 흐르고 있는 개울에 물이 많이 불어 세차게 흐르고 있지만, 그때까지도 영순네 집은 침수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그리고 그 개울물은 영돈이 건너온 침수지를 거치지 않고 휘돌아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만약 그 물이 침수지 쪽으로 흘러 영돈이 그 흐르는 물을 안고 건너야 했다면 급한 물살 때문에 영돈이 발헤엄만으로 건너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대문 앞 추녀 밑에서 젖은 옷을 갈아입은 영돈이 대문에 붙은 초인종을 누른다.
그때 순영은 아침나절 침수된 도로 때문에 집까지는 못 왔어도 먼발치로 형식이 다녀가고 나서 계속되는 비로 집안 이곳저곳을 치우며 비설거지를 하다 오후 늦게 형식의 말이 생각나 집 뒤로 돌아가 보고 형식이 말대로 집 뒷산에서 내려와 집 담장을 끼고 뒷마당 가를 지나는 개울의 둑이 집 뒤에서 다른 곳보다 낮아 그곳에서 곧 물이 넘쳐 집으로 들어올 것 같은 것을 보고 형식에게 연락할까 하다가 다른 사람들, 직접 수해를 당한 사람들을 돕느라 바쁜 형식을 부르기가 무엇하고 더욱이 형식이 침수된 도로를 건너와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빗속에서 칭얼거리는 딸애를 달래며 비를 맞으며 광에 있던 마대를 꺼내 근처에 산 흙을 퍼 담아 옮겨다가 개울둑을 높이는 힘든 일을 밤이 꽤 깊도록 혼자 하다 이제 겨우 끝내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초인종 소리를 들은 순영은 형식이 돌아온 줄 알고 반가움과 자기 혼자 힘으로 힘든 일을 한 것도 자랑하고 남편한테 ‘잘했다. 대단하다’라는 칭찬도 듣고 싶은 마음으로 대문으로 달려가
“오늘 밤에는 못 들어올 줄 알았는데 웬일이에요?”
하며 대문을 열다가 영돈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라고 당황하며
“영돈씨가 이 밤중에 무슨 일이에요?”
하고 묻는데 영돈에게서 술 냄새가 확 끼친다.
“비가 이렇게 심하게 오기에 형수님이 잘 계시나 보려고 왔지요.”
“길도 물에 잠겼는데 어떻게?”
“그까짓 도로가 잠긴 것이 문제입니까? 이 홍수에 형수님이 잘 계시나 걱정이 되는데.”
이렇게 대답하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영돈을 보며 순영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영돈을 잘 달래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래요? 고마워요. 그렇게 걱정하고 비가 오는 데 이곳까지 와주어서. 낮에는 수재민 돕느라 고생했을 텐데.”
“형수님 별말씀을 다 하세요. 형님이 바쁘시니, 나라도 와보아야지요.”
그렇게 말하는 영돈을 본 순영은 순간적으로 모멸감을 느꼈다.
순영을 보는 영돈의 눈에서 욕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때 순영은 흠뻑 비를 맞으며 일을 하고 난 후라 여름의 얇은 옷 원피스가 비에 젖어 모두 살갗에 붙어 거의 맨몸과 같이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얼른 손을 들어 몸에 붙은 옷들을 떼며 아무래도 오늘 밤을 무사히 넘기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다.
영돈은 비에 젖어 몸의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순영의 모습에서 섹시함을 느끼며 처음에 건너올 때 가졌던 자기의 마음, 자기가 순영을 참으로 사랑하고 그래서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며 이 말을 하고 싶어 오늘 저녁 침수된 도로를 건너왔다는 말만 하고 돌아가겠다던 생각은 잊고 불같이 일어나는 욕정에 와락 껴안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그윽이 순영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모양을 보고 순영은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얼른 옆으로 돌아서며
“어려운 걸음을 해주어 고마운데 이렇게 나는 잘 있으니 이제 돌아가 줘요. 비설거지는 내가 다해서 이제는 할 일이 없어요. 그리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이제 막 잠이든 영애가 깨겠어요.”
순영의 말에 정신이 든 영돈이 시선을 거두며
“할 말이 있습니다.”라고 한다.
“할 말이 있으면 내일 날이 밝고 영애 아빠도 계실 때 와서 해요.”
“아니 지금 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내일 하면 안 돼요?”
“지금 해야 됩니다.”
이렇게 영돈이 고집하자 이런 모골로 영돈과 길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순영이
“그래요. 그럼 무슨 말인지 몰라도 잠시만 기다려 줘요. 들어가서 옷 좀 갈아입고 나올 테니.”
하고 방으로 향하여 돌아섰다.
이 순간 영돈에 눈에는 돌아서는 섹시한 순영의 모습이, 비에 젖은 머리에서는 한두 방울 물기가 흐르고 비에 젖은 얇은 옷이 몸에 착 달라붙어 몸의 윤곽이 그대로 보이는 순영의 뒷모습이 옷을 벗은 것보다 더 섹시해 보였다 그 섹시함에 또 술기운으로 이성을 잃은 영돈이 “혀 형수!”하며 뒤에서 순영을 끌어안았다.
깜짝 놀란 순영이
“왜 이래요?”
하고 몸을 틀며 빠져나오려고 하자 영돈은 껴안은 팔에 힘을 더 주어 더 품으로 껴안으며
“우리 잠시만 이러고 있어요.” 한다.
더욱 당황한 순영이
“영돈씨 술 취했어요? 왜 이래요?”
하며 그 품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친다.
순영이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품 안에서 버둥대는 순영의 몸으로 더욱 색정을 느끼는 영돈은 발버둥 치는 순영을 더욱 힘주어 안으며
“형수! 내가 형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형수도 알잖아.”
하고는 술내 풍기는 얼굴을 순영의 얼굴로 들이민다.
물을 건너기 전 가졌던 생각은 모두 백지가 되고 술기운으로 욕정만 들끓는다.
당황한 순영이 얼굴을 돌리고 발버둥을 쳐 벗어나려 하며
“알았어요. 그러니 나, 옷 좀 갈아입고 나서 우리 얘기해요.”
하고 달랬지만
“그럼 내가 이렇게 안고 방까지 데려다 줄게요.”
하고 점점 팔에 힘을 가 한다.
영돈에게 안겨 방으로 들어간다면 결과는 뻔한 것
화가 난 순영이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하며
“영돈씨 왜 이래요? 놓지 않으면 소리 지르겠어요.”
하고 위협했지만
“소리 찔러 봐요. 이런 밤에 이외 딴 곳에 누가 오나 보게.”
영돈은 이렇게 능글거린다.
방에서 자고 있던 딸애가 밖에서 떠드는 소리에 깨어 나오다가 영돈을 보고 “삼촌 안녕!”하다가 엄마와 영돈이 실랑이를 하는 것을 보고
“삼촌 미워! 왜 우리 엄마 가지고 그래?”
하고 울며 영돈에게 달려든다.
첫댓글 즐~~~감!
잘 보고 갑니다
무혈님!
구리천리향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어제 오늘 계속 비가 오는 군요
좀 꿀꿀한 기분입니다 만 활기 있는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