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가족 22-2, 아버지와 신년 계획 의논
“아버지랑 통화 끝나면 저 바꿔 주세요.
올해 어떻게 지낼지 보성 씨가 먼저 이야기 꺼내 주면 더 좋고요.”
“네, 네. 확실합니다. 빨리요. 빨리.”
이보성 씨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올해 가족과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의논하기 위해서다.
이보성 씨에게는 가족 계획, 이보성 씨를 돕는 사회사업가에게는 이보성 씨 가족 과업 지원 계획이다.
통화가 연결되었는지 이보성 씨가 말한다.
“아버지! 아버지, 난데. 보성이, 보성이요. 밥은? 밥은 먹었어요?” “회사는요? 회사 갔어요?”
“아니, 왜요? 아버지, 내가 말하겠습니다. 내 말 좀 들어 보세요.” “아픈 데는 없어요. 잘 있어요.”
“밥 먹고 양치했어요. 잘하네, 잘했어요.”
이보성 씨가 휴대전화를 들고 걸어 다니면서 통화하는 통에 덩달아 뒤를 따른다.
아버지와 주고받는 대화를 모두 들을 필요는 없지만,
이보성 씨 통화가 끝나면 뒤따라 통화하기 위한 타이밍을 살핀다.
어찌나 멀리 다니는지 집 안에서 방에서 거실로,
집 밖으로 나와 저쪽 복도 끝에서 이쪽 복도 끝까지 왔다 갔다 바쁘다.
“아버님, 별일 없으시죠? 오늘 보성 씨 통화가 기네요.
다름이 아니라 올해 보성 씨 계획 의논드리고 싶어서요.
직접 뵙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텐데 아쉽네요.
작년에 보성 씨 일지 쓴 것도 보여드리고, 지난 계획도 살피면서 의논하면 좋을 텐데요.”
“그러게요. 상황이 아쉽네요. 괜찮습니다.”
“보성 씨 치과 치료하는 날 뵙기는 해도, 그날은 또 여유 있게 의논할 시간은 안 될 것 같아서요.
통화로 주고받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에게 상황과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
아버지의 대답은 올해도 같다.
그 바람을 ‘평안’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뭐 따로 바라는 건 없습니다. 올해도 보성이가 건강하게 잘 지내면 됩니다. 그것뿐입니다.”
“네, 아버님. 머지않아 오래 준비한 보성 씨 치과 치료도 있고요.
올해는 그 말이 또 다르게 들리네요. 때마다 아버지가 함께해 주셔서 잘 준비했고, 또 잘 될 겁니다.
치료 잘 마치고 나서도 아버님 말씀처럼 보성 씨가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게,
지금처럼 일상적인 일로 소식 전할 수 있게 돕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지요.”
“병원 가는 날 아버님 뵐 테니까 저도 걱정이 덜합니다.
그날 뵙고 더 이야기 나눌 수도 있고, 아버님 계획 더 말씀해 주실 수도 있으니까
혹시 있으면 천천히 생각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들어가시고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넘겨받고 아버지와 통화하기 시작할 때, 이보성 씨 집 식탁 앞이었는데,
전화를 끊을 때까지 이보성 씨가 의자에 앉아있다.
직원이 대신 말했지만 함께 있으면서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고,
그러려고 어디 가지 않고 기다린 거라 생각했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부터 이보성 씨의 일이게 느끼고,
그렇게 보이려 의식했던 과정을 하나하나 다시 곱씹는다.
사람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주는 대로 받거나 시키는 대로 할 뿐이면 이름만 사람이기 쉽습니다.
이러므로 복지를 이루는 데 당사자가 주인 노릇 하거나 주인 되게 돕습니다.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겁니다.
묻거나 의논하지 않고 부탁하지 않고 복지를 이루어 주다 보면 하릴없이 그저 주는 대로 받거나 시키는 대로 하기 쉽습니다. (12쪽)
자립은 일부 사업에서 희망하는 ‘목표’이고, 자주는 모든 사업에 적용하는 ‘원칙’입니다. 사회사업으로써 자립케 하기는 어려워도 복지를 이루는 데 자주하게 도울 수는 있습니다. (15쪽)
당사자에게 부탁하기
첫째, 당사자가 하게 부탁합니다.
어려워 보이면 과정을 세분하거나 단계를 나누어 우선 할 수 있는 만큼 하게 부탁합니다. 본을 보여 주고 같이 해 본 뒤에 다시 부탁하기도 합니다.
둘째, 당사자 혼자 할 수 없으면 같이 합니다.
셋째, 대신 해 준다면 당사자가 알고 동의하거나 요청하는 ‘당사자의 일’이게, 당사자의 일에 심부름하는 모양새이게 합니다. 다 해 주게 되더라도 그래도 당사자의 일로 여기고 그렇게 말할 수 있게 합니다. (78쪽) 『복지요결』 발췌
2022년 1월 4일 화요일, 정진호
그러게요. 정진호 선생님이 얼마나 많이 준비했으며 얼마나 구체적으로 의논할지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 만날 수 없는 시절이니 저도 아쉬워요. 선생님의 마음이 아버지와 보성 씨에게 이미 닿았을 겁니다. 우리의 계획을 주관하시는 그 분께도! ‘평안’을 기도합니다. 무슨 일이든 ‘자기 일로 자기 삶으로 여기게’, 사회사업가의 계획. 월평
이보성, 가족 22-1, 아버지와 새해 다짐
첫댓글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부터 이보성 씨의 일이게 느끼고,
그렇게 보이려 의식했던 과정을 하나하나 다시 곱씹는다.”
당사자가 주인 되게, 당사자의 일이게.
상황과 여건이 되지 않아 직접 만나뵙기 어려울 땐 이렇게 도우며 신년 계획을 의논하면 되는 군요. 정진호 선생님의 기록 보며 배웁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