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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내 딸아! ( 39회 )
아무도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부두는 피서 철이 아니라 들어오는 사람이 없기에 아무도 나와 보는 사람이 없이 황량하고 쓸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조금 떨어진 곳에 마을이 눈에 보인다.
송이는 일단 마을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마을로 다가가도 사람의 기척이 들리지 않는 한적한 곳이다.
거의 대부부의 집들이 빈집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없는 것이냐?”
“글쎄요?
저도 그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저기 누군가 이쪽으로 오는구나!”
송이는 할머니가 가르치는 곳을 바라본다.
남자 하나가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인다.
송이는 잠시 기다렸다가 가까이 오는 남자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누구신겨?
그라고 보이 외지인입니다.“
”네!
조금 전 배에서 내렸습니다.“
“이 한적한 섬마을에는 무신 볼일이 있능겨?”
“저, 이곳에 서울 댁이라는 아주머니가 계신다고 해서..........”
“아, 서울 댁을 찾아오셨능겨?”
“네!
집이 어디인지 알 수가 있을까요?“
”따라 오이소.“
남자는 오던 길을 향해서 다시 걷는다.
송이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그 남자를 따라간다.
남자는 노인을 의식해서인지 빠르지 않게 걷는다.
“서울 댁을 잘 아시능겨?”
“글쎄요?
만나보지 않아서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뭐라카드라.
기억상실증이라 카든데............
댁네들을 알아보기나 할지 모르것습니다.“
”심한 증상인가요?“
”아마...........허기사 우덜처럼 촌 것이 뭘 알것능겨?“
“.......................”
“저기 저 집이기는 한디 아마 갯벌에 나가 없능갑소.”
남자는 한 발 앞서 집으로 들어가 사람을 불러본다.
그러나 집은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다.
“사람이 집에 없는갑소.
아마 또 갯벌에 나간 것이갑소.“
“고맙습니다.
이곳에서 기다려보겠습니다.“
”물이 들어오고 있으니 머지않아서 들어 올 거이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하며 인사를 하고는 돌아간다.
“여기가 누구네 집이냐?
이런 섬에 네가 아는 사람이 있더냐?“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는 사람이라서..........
그냥 기억상실증에 걸린 아주머니가 있다고 해서 딱하다는 마음에.........“
“그래?
그렇다면 너 혹시 네 애미를 생각해서 온 것이더냐?“
김윤희는 비로소 송이의 뜻을 알아차린다.
“할머니!
큰 기대를 하고 온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섬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서 여행도 겸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할머니를 모시고 왔습니다.
제가 보아도 알아볼 수 없는 엄마니까요.“
”...........................“
“할머니!
큰 기대감을 갖지 말고 사람을 만나보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냐!
네가 그렇게까지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인 줄을 몰랐구나!
할미는 이미 포기를 했던 마음이니 우리 기영이가 아니라도 좋다.
이 좋은 섬에 여행을 온 것만으로도 할미는 기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하마!“
그러나 말과는 달리 김윤희는 가슴이 심하게 떨리고 있다.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도 기영이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이 심하게 뛰고 있다.
“할머니!
마음을 굳건하게 하셔야합니다.
그래야지만 저도 다시 엄마를 찾는 일에 전력을 다 할 것입니다.“
”그래!
할미는 참으로 강한 사람이다.
강하지 못했더라면 천금 같은 내 새끼가 행방을 모르는데도 목숨을 부지 할 수가 있을 것이냐?
할미는 정말 강한 사람이니 걱정하지 말아라!“
송이는 마당에 수도가 있는 것을 본다.
마침 바가지도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물을 받아온다.
“물을 좀 마시세요.
그리고 청심환을 미리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 준비를 했는지 청심환을 한 알 할머니께 드린다.
김윤희는 송이가 하라는 대로 청심환을 입에 넣고 씹는다.
그리고는 물을 마신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가슴이 조금은 진정이 되는 것 같다.
얼마를 그렇게 기다리고 있자니 두 여인이 오는 것이 보인다.
양손에는 무엇인가를 들고 오는 여인네들이다.
송이는 여인들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서울 댁아!
네 집에 누가 온 거이 아인가?“
”...........................“
서울 댁도 누군가 자신의 집 앞에 있는 것을 봤다.
“어여 가보자.”
발걸음을 더욱 빨리 한다.
“누구신겨?”
영우엄마가 묻는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곳에 사시는 서울 댁 아주머니가 맞으신가요?”
“서울 댁을 찾아왔능겨?
이 사람이 서울 댁인데 무신 일인겨?“
영우엄마는 서울 댁을 가르치며 묻는다.
“저희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저를 찾아서 오셨습니까?”
비로소 말문을 여는 서울 댁이다.
김윤희의 동공은 점점 더 커진다.
예전의 젊은 딸은 아니지만 분명히 당신의 딸 기영이다.
나이를 먹은 중년의 여인이지만 꿈에도 잊을 수 없었던 딸의 모습이다.
“기..........기영아!”
김윤희는 서울 댁 앞으로 다가서며 이름을 부른다.
“기영이?
저를 아십니까?“
”기영아!
엄마다, 엄마야!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겠어?“
“엄마? 제 엄마라고요?”
서울 댁은 놀라서 김윤희는 바라보지만 기억을 해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 내 딸!
내 딸아! 엄마가 내 딸의 목소리도 내 딸의 모습도 알아보지 못하겠니?“
“제가 정말 딸이 맞습니까?”
“오, 우리 기영이! 딸아............내 딸아!”
김윤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서울 댁을 와락 끌어안는다.
“내 새끼!
살아 있었구나!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었어!
이렇게 살아 있는데도 집을 찾아오지를 못하고 있었다니........“
김윤희는 그렇게 딸을 품에 안고 한참을 통곡을 한다.
한기영 또한 아무런 기억에도 없지만 무언가 모르는 슬픔의 덩어리가 목구멍을 통해서 밀려올라오고 있다.
영우엄마는 놀라서 그냥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부둥켜 안고 울음바다가 된다.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 것인가?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다.
“기영아, 너를 보지 않고서는 이 애미가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내 딸 기영아! 어디 다시 얼굴을 보자.“
기영은 하염없이 함께 눈물을 흘린다.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기억에도 없는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지만 가슴은 자꾸만 뭉클해지고 뭔가 따뜻하게 전해오는 이 느낌은 무엇인가?
“자자, 그만 안으로 드갑시다.”
영우엄마는 세 사람을 집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비로소 방안으로 들어온다.
“정말 제가 딸이 맞나요?”
기영은 울음을 삼키지 못하고 묻는다.
“기영아! 내 딸 기영아!
어쩌다 이 먼 곳까지 왔더라는 말이더냐?
이 어미가 얼마나 찾아 헤매고 얼마나 피눈물을 쏟으며 살아왔는지 아니?
이렇게 살아 있으면서도 집을 찾아오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김윤희는 눈에는 아직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평생을 쏟아온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의 양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만 같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딸의 모습이어서 기억상실증이라는 말이 믿어지지 않는 김윤희다.
“기영아!
어디 보자. 내 새끼 얼굴이 어떻게 이렇게 변했어!
얼마나 고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냐?“
김윤희는 딸의 얼굴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는다.
송이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김윤희는 송이를 까맣게 잊은 듯 그저 당신 딸의 모습만을 어루만지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할머니!
이제는 조금 진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송이는 할머니의 마음을 진정시켜드리고자 말을 한다.
“오냐!
할미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지?
네 에미가 지금 할미의 눈앞에 있는 것이 맞지?“
”네!
지금 우리는 엄마를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아, 참!
기영아!
얘가 누군지 아니?
네가 낳은 네 딸이다.“
기영의 눈은 송이에게로 머문다.
그러나 그 또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엄마!
내가 엄마 딸 송이에요.
아니, 영영입니다.”
“아!
내가 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인지............“
마음이 안타깝고 혼란스럽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아무것도 기억나는 것이 없어요?”
송이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무것도.......
내가 왜 어떻게 온 것인지도 기억할 수가 없어!“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마을 이장이다.
기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연다.
“이장님!
어서 들어오세요.“
”서울에서 손님이 오셨다고 해서 온 것입니다.“
이장은 안으로 들어서면서 인사를 한다.
“서울에서 오셨다고요?
저는 이 섬마을의 이장입니다.
행여 혼자 있는 서울 댁에게 무슨 일인가 걱정스러워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으네요.
이분은 제 할머니시고 서울 댁이라는 분의 어머니십니다.“
“아, 정말 서울 댁의 가족이신가요?”
잠시 송이가 설명을 한다.
그 사이 소문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미 온 마을에 서울 댁의 가족들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고 소문을 들은 얼마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몰려든다.
“을매나 잘 되었는가 모르것소.
아무리 보아도 촌것인 우리네하고는 다르지 싶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을 한다.
“하이고, 그라고 봉게 딸하고 엄마가 많이 안 닮았소?”
기영이와 송이가 많이 닮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송이는 이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은 당황스럽다.
그저 조용히 만나서 확인을 하고 모시고 떠나려고 했던 일이 온 마을의 경사라도 난 것처럼 마을 전체가 들썩인다.
영우엄마는 모든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저녁을 준비하기로 한다.
어차피 저녁을 먹어야 할 것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라고 해야 몇 안 되는 어른들이다.
쉽사리 몸을 일으킬 상황이 아님을 알고 서울 댁의 주방으로 들어가 재료들을 꺼내고 방금 채취를 해 온 해산물들을 손질을 한다.
마침 그래도 조금은 젊은 측에 드는 아낙네와 손을 맞춘다.
안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정신들이 없다.
박수길이 서울 댁을 데리고 오는 날부터 모두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송이는 여러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다.
엄마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사소한 한 마디의 말이라도 기억 속에 저장을 한다.
김윤희는 잠시도 기영이의 손을 놓지 않는다.
이제 다시 놓치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딸의 손을 꼭 잡고서는 간간히 기영이의 기억을 위해서 젊은 시절의 이야기도 해 주곤 한다.
“기영아!
네가 나온 대학을 기억하겠어?“
”제가 대학을 나왔습니까?“
”아무렴!
대학을 나오다마다.
그리고 운전을 하기를 얼마나 좋아했니?
엄마한테 차를 사 달라고 했는데 그 차를 사 주지 못한 것이 가슴이 못이 되어 얼마나 후회를 하면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아니?“
”제가 운전을 했다고요?“
기영은 놀라는 얼굴을 하며 엄마를 바라본다.
“그려!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
암, 우리네하고는 달리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믄서 우리 을매나 안타까워했능가?“
저마다 다시 입을 열어 안타까웠던 마음들을 표시한다.
영우엄마는 어느 사이에 마당 가득 상을 차린다.
“자, 시장을 할낀데 밥을 묵고 나서 이바구 합시다.”
모두들 일어나 상이 차려져 있는 곳으로 간다.
“서울 댁아!
어무님 모시고 퍼뜩 온나.
을매나 시장하시것나?“
기영은 엄마의 손을 잡고 상 앞으로 간다.
“시장하신데 우선 저녁을 잡수세요.
그리고 너도...........“
송이를 보며 말을 하다 그대로 말끝도 맺지 못하고 바라본다.
“꿈에...........나를 그렇게 찾아다니던 그 아이..........
바로 그 아이가 내 딸인 너였구나!“
비로소 한조각의 기억을 풀어낸다.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그런 서울 댁을 바라본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감!
드디어 한을 풀었네요 가족이 만났으니~잘되었네요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만남이 되는군요 한만은 시간들이 기영이도 송이도 새로운 삶이 시작될듯 앞으로의 일들이 궁금하네요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