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간 이런저런 사유로하여 내가 직장을 사직할때의 결심과는 달리
본의아니게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나날들이 길게 이어지고있었고...
그 어텐션하게 늘어진 나날이 이어질수록 마음이 여유롭기는 커녕
알수없는 불안과 초조가 내 마음을 자꾸 압박해 들어오고있었다.
그때쯤 나는 생각하기에 이르른다.
실업자아닌 실업자가된듯 빈둥거리는 현재의 상황이 차츰 길어질수록
나도 모르는사이 이 무료한 삶속에 스스로를 매몰시키는
결과가되고야 말리라고.....
현재의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하기위해선 나 자신을 몰입시킬수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어 빠져들지않으면 안되리라고
그것이 일이되었든 취미가되었든 오락이되었든 하야간에.....
그때 생각난것이 옆방 창고에 때를 못만나 먼지를 뒤집어쓴채
방치되어있는 낚시장비였다.
그래~낚시에 한번 빠져들어보자.
시방 내가 처한 상황에서 시도할수있는 가장 근접한 취미활동이
아니겠는가?
그러자면 함께 낚시를 다니며 코치해줄수있는 동행이 필요할텐데.....
멀리서 찾을것도없었다.
고시원 3층에 거주하는 고참 입실자중에 낚시매니아가
한분있었으니까
직업이 이삿짐센타에서 이삿짐 날라주는 일을하는 이분은
일이 없는 날이면 거의 낚시터에서 시간을 보내는것으로 알고있다.
가끔은 멀리로 바다낚시원정을 떠나 며칠씩있다 돌아오기도하지만
대개는 서울 근교의 민물낚시터를 주로 다니는데 참 이상한일은
그토록 뻔질나게 낚시를 다녀오고 나면 원생들을 모아놓고
오늘은 쏘가리월척을 낚았네....이따만한 뱀장어를 낚았네 어쩌구
입에 침을 튀기면서도 한번도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 오는걸 보지못했다는거.....
나는 그런 이분에게 가끔 놀리듯이 말한다.
"쏘가리 월척을 낚았는지 피래미를 낚았는지 누가 봤수?
일단 가지고와야 믿던가 말던가하지.....ㅎㅎㅎ"
"어허~~원장님! 거 무신 무식한 말씀을~~~"
이분의 지론에 의하면 낚시터에서 잡은 물고기를 가져와
매운탕냄비에 담그는건 진정한 낚시인의 자세가 아니래나 뭐래나~
"돈써가며 낚시터에가서 하루종일 쭈구리고 앉아있다가 빈손으로
터덜터덜 돌아올거면 그런 낚시를 지랄정쳤다고 한단말이오?"
"내가 몇번을 말합니까? 낚시인은 오로지 손맛을 느끼는것으로
만족해야한다고...."
"난 그누메 손맛이란것도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되덜안쑤...."
이분이 말하는 손맛이라는게 뭔지....
괜히 물고기를 못잡고나니 할 말이없으니 둘러대는 너스렌지
확인하기위해서라도 나는 이분과 함께 낚시를 가야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는 야그다.
하야간 낚시를 떠났다.
서울근교 경기도 화성에있는 봉담저수지란곳으로
그동안 묵혀두었던 낚시도구중 민물낚시대 3개정도 챙겨들고.....
낚시터에 도착하면 우선 포인트를 잡는것이 중요하다.
얼빵한 물고기들이 많이 몰려있을거같은 자리를 잡아야한다는뜻이다.
넓은 저수지를 한바퀴돌아 자리를 잡고는 낚시대를 거치하고
우선 찌 주위에 떡밥을 뭉쳐 던져넣는다.
낚시바늘에도 떡밥을 적당한 크기로 뭉쳐 매달아 던져놓고......
그러고나서 할일은.....뭐긴 뭐겠어? 무작정 기다리는거지......
물론 이번 낚시가 나의 처음 낚시는 아니다.
전에도 친구따라 몇번인가 가본적이있다.
예나 지금이나 낚시를 갈때마다 매번 느끼는건
낚시란 취미는 무한한 인내심을 필요로한다는거......
시방 이 봉담저수지 물속을 유영하고있을 수많은 물고기
그중에 어느 얼빵한 물고기가 내 어설픈 낚시바늘을 물어주길 고대하며
찌에다 시선을 고정하고 한도끝도없이 쭈그리고 앉아있어야하는 낚시는
몇번을 거듭 되짚어봐도 성격이 급한편인 내 취향에는
맞지않는거같다는 생각을한다.
어차피 걍 쭈그리고 앉아있을바에는 나는 시간을 활용하야
다소 철학적 사유(思維)에 잠겨보기로한다.
왜냐?
남들이 날 어케 생각할진 모르지만 나는 자신을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인간형에 속한다고 생각하기땀시.....
나는 오늘의 사유의 타이틀을 "낚시와 사랑"으로 정하기로한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에는 낚시이외에도 여러 방법이있다.
뜰채로 퇴로를 막아놓고 물고기를 몰아 떠서 쓸어담는 방법도있고
어항이란 도구를 이용해서 어항속에 떡밥을 넣어두고
물고기를 유혹해서 잡는 방법도있다.
투망을 던져서 강바닥을 훓어 투망의 사정거리안의 물고기를 한꺼번에
포획하기도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여기에 대입시킨다면
물고기를 몰아서 뜰채로 잡는 방법은 연인의 사고판단에 혼란을 일으키는
교묘한 술수로서 사랑을 쟁취하는 형식일테고....
어항을 이용하는것은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연인의 마음을
유혹하는 방법일테고.....
투망을 사용하는것은 이거저거없이 무대뽀로 덮치고보는 형식이아닐런지....
거기에 비한다면 낚시란 사랑법은 연인이 스스로 마음을 열어 제발로 다가올때까지
무한한 인내심으로 기다리는 가장 미련스런 사랑법이아닐까 생각해본다.
혹자는 낚시하러가서 씨잘데없는 생각으로 사랑이란 거룩한 명제를
함부로 모독한다고 날 흉볼란가도 모르겠지만......
사랑이란 타이틀도 어떤식으로든 쟁취해야만 얻어질수있는것......
물고기를 낚는 방법과 사랑을 낚는 방법
포장이 다를뿐이지 방법론상으로보면 거의 대동소이하지않은가?
이참에 나 어릴적 시골살때 큰형님이 뱀장어잡던방법 한가지를 소개할까한다.
옛날식 볏짚으로 짠 쌀가마니에 소똥과 된장을 섞어 집어넣고 새끼로 묶어
강바닥에 큰 돌로 눌러놓는다.
그러면 뱀장어들이 된장과 소똥냄새를 맡고 몰려들어 가마니를 파고들어가
맛나게 식사를 마치고 들어갈땐 들어갔지만 나오지는못한다.
전술한바와같이 여러종류의 물고기 잡는 방법을 열거햇지만
어느방법을 막론하고 공통적인건 숙달된 테크닉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거.....
어떤 방법을 대입시켜 사랑을 쟁취할것인가?
무릇 삶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란 있을수없으리라.
각자의 성격과 상대의 취향에따라 취사선택할 사안이아닐런지.....
어차피 낚아야 가져가지도 못할 물고기낚시는 일단 젖혀두고
낚시바늘에 떡밥대신 깊고 애달픈 정열을 매달아 강심에 띄워놓고
"낚시와 사랑" 이란 매우 철학적이고 고매한 사유에 잠겨
봉담저수지에서의 하루를 보내고왔었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귀촌을 준비하며" 오늘의 야그를 이쯤에서 맺을까한다.
첫댓글 ㅎㅎ
우리방에도
낚시동호회방이 있잖아여?
둘보다는 여러사람이 같이 가야
훨 재미있을것 같은데?ㅎㅎ
난 잘 모르는 사람들하고가는거
벨루 안조아해여~~ㅎㅎ
낚시가서 잡은 물고기사진 꼭 올려주세요 ^^
머~~그라입시더....월척은 잡아야
올리든 할거인디~~ㅎㅎ
이쯤에서 올해 내가잡은 월척 자랑한번 해야겠네요.
37센치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