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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내 딸아! ( 40회 )
기영은 꿈속에서 보았던 작은 조각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엄마라고 자신을 부르던 아가씨가 바로 눈앞에 있다.
그리고 엄마를 바라본다.
항상 자신을 부르며 따라오곤 하던 사람이다.
“아, 엄마!”
“기영아!
엄마를...........엄마를 알아보겠니?“
”엄마!
엄마.........내 엄마가 맞지요?
그토록 꿈속에서 저를 지켜주려고 하던 그리고 늘 저를 애타게 부르던 사람이 엄마였어요.“
마을 사람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일제히 박수를 친다.
박수소리가 온 마을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이 을매나 잘 된 일이가?
이자 조금씩 기억을 되찾아 가믄 되는 거이다.“
기영과 김윤희 그리고 송이까지 삼대가 서로 얼싸안고 기쁨과 환희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느끼고 싶어 서로 얼굴을 부벼댄다.
서로 엄마라 부르고 내 딸이라 부르며...........
감동의 물결이 큰 파도처럼 삼대의 모녀사이를 뜨겁게 달구어준다.
그 밤 온 마을은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 열린다.
그 누구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구인지도 모르던 서울 댁이었다.
그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어디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던 여인이었다.
그저 불쌍해서 거두어주는 것인가 보다 하는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던 여인이다.
이제 이 섬에서 모두 떠나고 나면 홀로 이 섬에 남아 마지막 인간이 되려는 사람인가보다 하는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여인이었다.
성도 이름도 없는 국적도 그 어디에도 소속이 되지 못한 한낱 인간이었을 뿐인 아무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불쌍한 사람인 여인이었다.
이 섬에 남아 그대로 자취도 없이 마지막 인간으로 사라져 갈 위기에 놓여 있던 여인이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너 나 없이 기뻐하고 축하를 해 준다.
모두 돌아간 시간이 거의 새벽이 다 되어서다.
그제야 삼대의 모녀들은 자리를 펴고 눕는다.
가운데 기영이를 두고 양옆으로 어머니와 딸이 누운 것이다.
기영은 양손으로 엄마와 딸을 잡고는 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믿어지지 않습니다.
내 가족이 있다는 것 내가 이렇게 엄마와 딸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정말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직은 나 자신이 누군지 확실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가슴을 터지게 하고 있습니다.
온 세상을 다 얻는다고 해도 지금의 이 기쁨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오냐!
온 세상을 다 준다고 해도 이것하고 비교를 할 수가 있을 것이더냐?
가슴속의 큰 슬픔의 덩어리가 고통의 무게가 어디론가 떠나버린 것만 같고 온 세상이 다시 환한 밝음으로 비쳐드는 것만 같다.“
이야기를 나누느라 그래도 밤을 새운다.
기영은 아침을 준비한다.
아침을 먹고 서울로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있는 이곳이다.
영우엄마는 기척이 있는 것을 알고 문을 열어본다.
“어서 오세요.”
“손에 일이 잡히것능가?
우리 집으로 와서 아침은 드시소.“
”아닙니다.
간단하게라도 제 손으로 어머니께 아침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겟제.
그 마음도 이해를 하지만 일손이 잡히것소?“
영우엄마는 들어와 일손을 거들어준다.
아침이라고 해야 아침밥만을 새로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먹기로 한다.
어차피 아직은 아무도 제대로 밥을 먹을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송이는 사람의 인기척에 잠시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깬다.
그리곤 문을 열고 나온다.
“소리가 나서 깼지?”
기영이 미안하다는 듯 말을 한다.
딸이라고는 해도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고 모든 기억들 속에 묻혀 있기에 생각처럼 마음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고 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대로 가도 됩니다.”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조금이라도 밥을 드시게 해야지.“
기영이의 생각과는 달리 김윤희는 몇 수저 뜨지 않는다.
“진지를 왜 그렇게 드세요?”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을 한다.
“너를 보는 것만으로도 난 배가 부르다.
이렇게 너희들 모녀를 앉혀놓고 보니 온 세상을 다 얻는다고 해도 이보다 더 가슴이 꽉 차지는 않을 것이다.“
기영은 대충 짐을 챙긴다.
짐이라고 해야 가져갈 것도 별로 없다.
김윤희는 기영이 챙기는 옷가지들이 별로 쓸모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
화장품조차 제대로 없다.
그대로 촌 아낙의 살림을 살아가고 있는 기영이의 모습이다.
별로 크지 않은 가방에 대충 챙기고 나서 집안을 둘러본다.
그동안 정을 들이고 살아왔던 집이고 살림들이다.
“아주머니!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가져다 쓰세요.“
”짐이야 어데 그리 대단하것소.
이자는 이곳을 싹 잊어 불고 좋은 세월을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오.“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렇게 좋으신 분이 곁에서 돌봐주시어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은 경황이 없어서 사람만을 데리고 떠납니다.
그러나 우리 딸아이의 병이 완쾌가 되면 함께 내려와 인사를 하겠습니다.“
”어데요?
그카지 마소.
함께 살아가믄서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왔기에 더욱 더 기쁘기만 합니다.
하루속이 잊어버렸던 과거를 되찾아 잘 살아가기만 바랍니데이.“
영우엄마는 배웅을 하려고 부두까지 따라 나온다.
마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서울 댁을 배웅한다.
배에 오른 기영은 잠시 그 남자를 떠올린다.
누군지 왜 자신이 그 남자를 따라서 이곳으로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에게는 참으로 고맙고 좋은 사람이었다.
“고맙습니다.
살아가면서 늘 생각하며 잊지 않겠습니다.“
기영은 바다를 바라보며 이 깊은 바다 어느 곳에 잠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남자를 생각한다.
단 한 번도 남편과 아내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그저 자신의 곁에서 챙겨주고 보호해주는 그런 남자였다.
세상에서 자신을 돌봐주는 유일한 한 사람이었다.
김윤희는 그런 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라도 하듯 살며시 어깨를 감싸 안으며 등을 도닥여준다.
“기영아!
네가 완전히 다 낳아서 함께 다시 찾아오자.“
”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비록 제 자신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고 온전한 제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통영부두에서는 송이의 전화를 받고 대기하고 있는 기사는 연로하신 노인을 와서 부축해 드린다.
한기범은 일찍 조퇴를 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죽었다고 포기했던 기영이를 데리고 온다는 연락을 받고 밤새 한숨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부부다.
문정숙 역시 그렇게 송이가 제 엄마를 찾아냈다는 말을 듣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고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떠날 때부터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설마 그렇게 사람을 찾아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기범은 세진과 민회장에 대한 말을 아내에게 하지 않는다.
이사람 저 사람이 알아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송이가 그동안 수많은 노력을 해서 찾아냈다는 정도로 말을 했다.
“여보!
정말 송이가 아가씨를 찾아서 함께 온다는 말인가요?“
”응!
이제 한 시간 정도면 도착을 해!“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에요.
그래서 송이가 어머니를 모시고 간 것이네요?“
”송이가 기영이를 본다고 알아보겠소?
게다가 기영이가 기억상실증이라니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뻔한 일이 아니겠어?“
문정숙은 주방으로 나가 음식을 준비한다.
이십년하고도 반을 더 지나 삼십 여년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시누이의 입맛을 맞추어주기 위해서 더욱 신경을 쓴다.
그러면서 밖으로 온 신경이 다 가 있다.
차 소리가 들리나 하고 신경을 쓰며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문정숙은 가슴이 뛰는 것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죽었다고 포기하고 있었던 시누이다.
남편도 그렇게 포기를 했고 어머님 또한 이제는 그렇게 포기를 하면서도 늘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계신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시누이를 찾아낸 송이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라고 했던가?
그 바쁜 시간들 속에서 언제 그런 시간들이 주어졌는지 참으로 대단하다.
송이를 생각하면 늘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드는 문정숙이다.
딸이라고 하면서도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한 일들이 많다.
진심으로 사랑으로 보살펴준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기는 하지만 늘 자신의 관심 밖의 자식이었다.
송이의 모든 것을 시어머님께 밀고 맡겨버렸던 지난날들에 대해서 때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는 서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생각을 하며 때로는 아름이보다는 송이에게 더 마음을 많이 열어가고 있다.
아름이는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 있지만 송이는 속이 깊고 이해심이 많은 친구 같기도 하고 믿음직스러운 맏딸이다.
문정숙이 그렇게 음식을 하며 기다리는 그 시간 그들의 차는 동네를 들어선다.
“기영아!
이곳을 잘 봐라!
이십 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네가 다니던 길이다.“
기영은 차창을 통해서 동네를 보지만 아무것도 기억이 나는 것이 없다.
그저 고개를 도리질을 하며 모른다는 표현을 할 뿐이다.
오는 내내 기영은 별 말이 없다.
김윤희가 묻고 말을 할 뿐 기영은 그 어떤 것에도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오냐!
성급할 것도 없다.
그동안 오랜 세월을 버티어 낸 것만 해도 장하다.
모든 것을 하나하나 조금씩 풀어나가자.“
김윤희는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지금까지 오는 내내 기영의 손을 잡고 온 김윤희다.
손을 풀기만 하면 다시 또 기영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마음이다.
집 앞에 차가 정차를 한다.
“기영아!
여기가 네가 태어나고 자란 집이다.
어서 내리자.“
송이가 먼저 내리는데 한기범과 문정숙이 나온다.
“다녀왔습니다.”
송이는 부모님을 보며 인사를 한다.
“먼 길에 네가 고생을 했고 큰일을 해 냈구나!”
한기범은 송이에게 말을 하고 이내 어머니가 내리시는 것을 도와드린다.
“고생하셨습니다.”
“애비야!
우리 기영이가 왔다.“
기범은 차에서 내린 동생 기영을 본다.
“기영아!”
“.........................”
그러나 기영은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바라본다.
“자, 들어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꾸나!”
밖에서는 남들의 이목이 있어 김윤희는 가족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송이는 기사에게 인사를 한다.
참으로 편안하고 안전하게 다녀온 길이다.
기사는 그렇게 다시 되돌아가고 송이가 집으로 들어온다.
집안은 그사이 울음바다가 된다.
문정숙 또한 시누이를 잡고 울음을 터트린다.
한기범은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못하는 동생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똑똑하던 네가 기억을 하나도 하지 못하는 그런 기억상실증에 걸렸니?
얼마나 심한 고통을 받았기에............“
한기범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기영아!
이 방이 네가 쓰던 방이다.
지금은 너 대신에 우리 송이가 쓰고 있지만 이 옷장도 침대도 그리고 책상도 네가 쓰던 그대로다.“
기영은 방안으로 들어와 이것저것을 살펴보지만 아무것도 기억이 나는 것이 없는 듯 그저 무심한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기범과 문정숙은 더욱 더 가슴이 아파온다.
그렇기에 그 오랜 세월을 집을 찾아오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그런 고생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욱 아프다.
“어미야!
저녁 준비는 다 되었니?
오다가 먹을 수가 없어 그대로 왔더니 배가 고프구나!“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김윤희는 배가 고픈 것을 느낀다.
“네, 어머님!
모든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바로 식탁을 차리겠으니까 고모를 데리고 오세요.“
문정숙은 바로 식탁을 차린다.
송이가 주방으로 와서 거든다.
“송이야!
참으로 큰일을 해 냈구나!“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 바쁜 와중에 그런 일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너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하늘이 내린 우리 집안의 보물이지 싶다.“
”엄마는?
그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 했을 뿐이에요.“
그때 이 집의 장손인 승규가 가족을 데리고 도착을 한다.
승규 역시 송이가 고모를 찾아서 집으로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일찍 퇴근을 하고 아내와 함께 도착을 한다.
잠시 또 집안은 술렁거린다.
그 사이 문정숙과 송이는 거실에 큰 교자상을 놓고 상차림을 한다.
참으로 처음으로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언제나 늘 생모의 빈자리로 인해서 할머니가 우울해하시던 모습을 송이는 잠시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제 그 누구도 빠진 자리가 없이 꽉 채워진 자리다.
온 가족이 그렇게 커다란 교자상 두 개로 차려진 상 앞에 자리를 한다.
김윤희 옆에는 기영이의 자리다.
기영이는 이 많은 가족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지고 뭉클해져 온다.
세상에 자신만 홀로 뚝 떨어진 그런 외톨인 줄을 알았던 기영이다.
지난날들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이곳에서 조금씩 기억을 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온 가족을 둘러본다.
“기영아!
이것은 네가 좋아하던 음식이다.“
김윤희는 음식 하나하나를 기영이의 수저에 놓으며 설명을 해 나간다.
사소한 것 하나에서라도 기영이의 기억을 되찾아 주기 위한 온 가족들의 노력이 시작이 된다.
기영은 그런 가족들의 사랑을 마음으로 느끼며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 노력을 해보지만 그럴 때마다 머리가 아파온다.
조금만 무엇을 생각하려고 해도 심한 두통으로 인해서 고생을 한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송이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첫댓글 즐~~~감!
잘 보고 갑니다
기적이 일어났으면
송이가무언가 찾아내고 엄마가 옛기억을 찾게하겠네 감동ㆍㆍᆢ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
온가족이 다 모였네요 기영이 기억도 찾길 바라면서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