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산책 - 3, 박물관 같은 동네
19, 08, 21
성북동 골목길을 산책하면 누구나
동네가 정말 박물관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서울 성벽에 붙은 언덕에
오래된 골목이 있는 북정마을과 같은
소박한 동네가 있는가 하면
건너편 언덕 위에는 부촌의 상징처럼
높은 담장에 가려진 저택들이 공존하고 있다.
또 그 윗마을에는
외국 대사관(관저)들이 많이 모여 있다
그리고 각종 종교의 건물들이
다른 동네보다 많이 보이는데
서로서로 다정한 이웃 같았다.
성북동 골목은 온종일
인적이 드물어 조용하고 아늑했다.
성북동 입구에 있는 옛 서울시장 공관
복원 공사 중인 혜화문 바로 옆에는
현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가 있는데,
이곳은 1940년 지은 목조건물로서
1981년부터 서울시장 공관으로 쓰다가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지금은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 안내센타로 사용 중
한양도성 전시, 안내센터에 전시 중인
都城三軍門分界之圖
해설사의 지도 설명 중 도성의 대문이
仁(興仁門- 동대문)
義(敦義門- 서대문)
禮(崇禮門- 남대문)
智(弘智門- 한북문)
信(普信閣)라 하여
仁義禮智信을 구비한 이름이라고.
한양도성 전시,안내센터에서 바라본 서울도심
한양도성을 따라 걸었다.
제4대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 옛집
197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집이다.
그는 미술사학자로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
이 집이 자랑스러운 건축 자산인 것은
한옥의 양옥화 추세로 허물어질 뻔한 것을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시민문화유산 제 1호로
2002년에 사서 2004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한 한옥이기 때문이다.
1930년에 지은 건물로
안마당에서 집을 쳐다보면
‘문을 닫아 거니 곧 깊은 산속과 같다’는 뜻의
‘杜門卽是深山’(두문즉시심산)이라 쓰인 편액이
국립박물관장을 역임한 사람답게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집 대문 앞벽에는 당시 헌금에 동참한
이들의 명단이 게시되어 있다.
최순우 옛집
지역 사회와 협력 잘하기로 소문난 덕수교회
덕수교회당 천정모자이크
옛 문인들의 아지트였던 이종석 별장
1900년에 건축한 한옥으로
덕수교회 구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종석 별장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피정의 집
건물 2,3층 외벽에는 김대건 정하상 등
12명의 순교자상이 서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대량 생산품이 아니라
한국인 조각가가 직접 만든
한국 최초의 순교자상이라고 한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피정의 집을
설계한 방우룡 신부상이 눈길을 끌었다.
상허 이태준 가옥 수연산방
'운문(시)엔 정지용, 산문(소설)에는 상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정성이
높은 미문을 구사했던 문장가였다.
지금은 그의 외종손녀가 찻집으로 운영 중이다.
수연산방에 게시된 현판 중 하나
3.1 독립선서 중 공약3장을 작성한
민족대표 중 핵심인물 만해 한용운의 산책공원
만해 한용운이 말년을 보냈던 심우장 尋牛莊
옛 정취를 안고 있는 북정마을
성북동 언덕베기 북정마을에는
좀 조잡한 느낌이 드는 비둘기 모형과 같이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 가 새겨져 있다.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동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성북 선잠박물관 전시품
성북 선잠박물관 내부
성북동 성당
국내의 성당들은 어딜 가나
위압적으로 크지 않고
주변과 잘 조화되고 있다는 생각.
정면에서 바라본 성북동 성당
성북동성당 외에도 생각 외로
천주교 관련 기관들이 많이 보였다.
작은형제수도원,
사랑의 씨튼수녀회,
위로의 성모수녀회...
에티오피아 국기가 휘날리는 대사관저
각국 대사관들이 모여있는
외교관 주택단지에서는
낯선 깃발들이 많이 보였다.
평일이지만 태극기와 각국의 국기가 게양 중
성북동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곳은
1938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다.
훈민정음 혜례본 등 국보12점, 보물 10점등
문화재 5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에 관한 일화 중 하나,
기와집 한 채가 1,000원이던 시절,
열 채 값을 치르고 사온 낡은 그릇 하나.
그런 바보 같은 남자가 지켜낸 것이
우리의 훈민정음이고
신윤복의 미인도였다고 한다.
복원을 위해 내년 봄까지 휴관중이다.
올봄에는 사군자대전을 했다는데
다시 개방하는 내년 5월이 기다려진다.
출처: ♣ 이동활의 음악정원 ♣ 원문보기 글쓴이: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