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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시, 시조, 한시) 스크랩 가을의 시 모음 - 이찬용
오아시스 추천 0 조회 45 15.09.03 08:1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가을날

 

주여 가을입니다

여름은 참 위대하였습니다

해시계 위에 그림자 누이시고

들에는 바람 시원히 불게 하소서

 

열매를 맺게 하소서

다수운 햇볕을 더하시어

익어서 단 맛이

가득하게 하소서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외로운 사람은 그저 외로울 것입니다

잠 못 이루며 글을 읽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 뒹구는 길을 헤맬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9월

 

우수의 정원

싸늘한 비 내리고

여름은 부르르 떨며

이별을 맞는다

 

떨어지는 아카시아

누우런 나뭇잎

여름의 희미한 미소

 

장미꽃 옆

이윽고 여름은

조용히

지친 눈을 감는다

 

(헤르만 헷세)

 

 

눈물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은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뒤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 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김현승)

 

 

 

 

가을에는 흰 옷을

 

 

 

 

가을에는 흰 옷을 입어야지

 

 

미풍에 끄덕이며 잎이 지는 나무처럼

 

 

겸손히 두 팔을 내리고

 

 

철없던 날의 방황은 끝나

 

 

모두들 돌아오는 성숙의 계절에

 

 

 

 

가을에는 달빛 같은

 

 

흰 옷을 입어야지

 

 

육신의 빈궁

 

 

영혼의 남루를

 

 

당신에게 순종하는 눈물로 채워야지

 

 

 

 

쭉정이는 모두 쓸어

 

 

불길 속에 사루는 참회의 시간

 

 

겸손히 흰 옷을 입고 서면

 

 

사랑이여,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가을에는

 

 

허락하는 이의 깃발 같은

 

 

흰 옷을

 

 

그 순결을 입어야지

 

 

 

 

 

(이향아)

 

 

 

 

 

 

 

 

가을의 어휘

 

 

가을이 감성의 밑바닥에 찰랑거리면

 

가슴은 늪

 

거기 궁창을 두고

 

긴 이야기를 결론 지을 때

 

 

무엇이나 들판에 뿌리면

 

나의 어휘는 이삭이 되고

 

먼 스승에게 편지를 쓸 때

 

성숙한 그림자를 짓는다

 

 

무엇이나 죽은 가지에 달면

 

나의 어휘는 열매가 되어

 

그것들을 손에 넣을 때

 

알알이 익은 시가 된다

 

 

무엇이나 밤 공기에 적시면

 

나의 어휘는 달빛이 되어

 

나뭇잎 벌레 먹은 자리를 채우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속까지

 

분명히, 분명히 비칠 때

 

 

떠날 사람 모두 흩어진 밤

 

남은 단촐한 가족들처럼 태어난 살결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고 서 있는

 

계절의 창 밖에서

 

 

시간은 번뜩이는 눈

 

그 안 가득히 가을이 찰랑거리면

 

남김 없이 가르쳐 준다

 

내가 다 배우지 못한 어휘를

 

 

 

(이운룡)

 

 

 

 

이 가을에

 

가을의 시를 읽습니다

가을의 노래를 뇝니다

추수의 기쁨 뒤란의 가슴이 시린

숨결입니다

 

그러나

슬픔을

몇 시간을 울어 버리고 난 다음에는

후련하여지기까지 하는 ......

체험해 보셨습니까

 

가을은

섭리

신비의 카타르시스

 

어쩌다 울울한 날은

가을의 시를 외우십시오

가을의 노래를 부르십시오

때로 눈물을 흘리셔도 좋습니다

 

문득

구름 한 점 없이 파아란

하늘을 안으실 것입니다

 

 

 

단풍

 

이제 시작입니다

 

흙냄새 제법 살갑고

이만큼

고향의 언저리에서

 

위만 보고

시새워

억척을 떨던

무거운 짐

 

내려놓으니

 

바알갛게

화색이 돌고

손 흔들며

 

이제 시작입니다

 

 

(이찬용)

 

 

 

 

기도

 

이제는

 

일어서게 하소서

무성했던 여름 뒤로 하고

해맑은 바람으로 걷게 하소서

 

땀방울로 혼미하던 정신

정갈히 다듬고 수줍은 미소로

살아나게 하소서

 

어지럽던 계곡

청정과 고요로 고르시고

행복이 고여 들게 하소서

 

뒤돌아보지 말고 

올곧게 호올로

나아가게 하소서

 

이제는

 

(송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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