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천년초] 성공다이어트 천생천년초 생식건강 비만탈출 !!
연예인은 보여줌으로써 사랑받는 존재다. ‘복근이 머무는 자리’ 는 누군가에게 드러내기 손쉬운 부위다. 티셔츠 한번만 살짝 들어주면 되
니까. 그들의 복근이 우리를 춤추게 한다.
'몸짱’ 열풍이 분 건 수년 전이다.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탄력적인 몸과 매끈한 셰이프는 이미 수영복 모델만의 화두가 아니다. 몸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한번 폭발한 후, 이와 별개로 대중은 ‘마초’ 와 ‘꽃미남’ 이라는 담론에 발 들인 적이 있다. 대중문화에서 거친 ‘남성’ 이 빛
발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어루만지고 싶고, 깨물어 주고 싶은 미모의 남자가 각광 받는 시기가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TV 속 요즘 남자
들은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 개인기 없는 연예인들도 옷 한번 들추면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무기, 그건 바로 복근이다. 요즘 복근
은 예상을 초월하는 곳에서 자주 출몰한다. 얼굴 곱상한 아이돌이 수줍게 티셔츠를 들어 올렸을 때, 거기 자리하고 있는 당당한 王자! 선
명한 복근은 더 이상 김종국같이 우락부락한 신체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근육 없는 매끈한 몸의 소유자일 것만 같은 남자, 혹은 미성
숙한 아이돌이 던져주는 의외성. 남자 연예인은 미모와 남성성이 결합된 복합적인 매력으로 ‘하이브리드화’ 하고 있다.
“비 사장님이 백날 춤추는 것보다 옷 한번 들어주는 게 더 효과적이래요.” 비가 프로듀싱한 그룹 엠블랙의 멤버 중 ‘예술적 복근’ 담당인
이준이 방송에 나와 순진하게 고백한 말이다. 〈닌자 어쌔신〉에서 비의 아역으로 등장해 비와 함께 몸 만들기를 위한 하드 트레이닝에
돌입했던 이준은 비를 만날 때마다 꼭 ‘복근 컨펌’ 을 받는다고도 했다. 무대 위에서 옷 좀 찢어본 비의 프로듀싱 철학 하나를 보여주는 예.
이준은 노래를 부를 때마다한번씩 갈기갈기 찢어진 상의를 턱끝까지 들어올려 복부를 드러내는 안무를 보여줬다. 샤이니의 민호 역시
〈출발 드림팀 시즌2〉에서 상체에 새겨진 무기를 공개했다. 아직도 ‘누난 너무 예뻐’ 의 파릇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스키니한 샤이니와
복근이라니, 이건 ‘소리 없는 환호성’ 만큼이나 역설적인 몸이자 반전의 상체다. 비스트의 이기광은 곧잘 상반신을 탈의한 채 등장하여 ‘벗
기광’ 이란 닉네임을 얻었고, 유키스는 2월 초 멤버들의상반신을 자랑하는 새 뮤직 비디오를 공개했다. 또 하나의 ‘의외의 몸’ 은 지난 연
말 콘서트에서 몸을 공개한 이승기.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보이는 선명한 복근은 팬들에게 충격이자 기쁨이었다.
어린 남자들에게도 식스팩 바람이 분 건 ‘짐승돌’ 이라는 신조어의 보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2PM이 케이블 방송인 〈아이돌 군단
의 떴다!그녀〉에서 피 끓는 주책을 떨며 짐승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기 시작한 때는 2009년 초. 물론 좀더 이전, 동방신기의 영웅재중과
유노윤호, 슈퍼주니어의 최시원도 탄탄한 상체를 드러내 팬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우윳빛깔 아이돌’ 이 ‘나도 이젠 남자’ 를 외치기 위
해 갖춰야 할 것은 바로 성숙한 육체. 빅뱅의 태양과 승리 역시 솔로 앨범을 발표할 때 운동으로 다듬은 복근을 선보였었다. 그러나 대중
이 베이비 페이스에 찰진 근육이라는 낯선 공식을 비로소 익숙하게(혹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짐승돌이라는 쌈박한 정의가
탄생한 후부터다. ‘애완돌’ 이니 ‘시크돌’ 이니, 가요계에는 쉽게 이름 붙인 제각각의 카테고리들이 있지만 ‘초콜릿 복근’ 만큼은 그 공통분
모가 될 수 있다. 진작부터 남자의 스멜이 물씬났던 옥택연에 이어 전 멤버의 근육질화를 이뤄가고 있는 2PM은 무대 위의 퍼포먼스를 통
해 짐승 같은 터프함과 섹시미를 발산한다. 발라드 가수라 벗어 젖힐 일이 없는 2AM은 남성지를 통해 비장의 몸을 터뜨린 경우다. 마른
몸에 여성성마저 느껴지는 조권, 몸보다 입으로 존재감을 알린 창민까지 선명한 복근을 가졌으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인 조권은 약해 보인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고 한다. 왜소한 체형에 근육의 벌크를
키워가는 일은 다이어트와는 또 다른 고난. 다른 남자들보다 천천히 몸의 변화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체형의 조권이 ‘연습생 생활 8년도 참
았는데 이 정도도 못 참을까?’ 하고 생각했다는 일화에서, 지금의 어깨와 볼륨을 일궈내기까지의 인내를 알 수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군살 없이 탄탄한 몸이 불러오는 효과 중 하나가 바로 그런 지점에 있다. 사람들은 건강한 몸을 보며 그의 근성과 끈기를
짐작한다. 여자의 ‘꿀벅지’ 에 대응하는 ‘초콜릿 복근’ 이라는 말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표현. 그러나 육체에 끌린 누님들의 눈빛이 주책없
이 반짝거리는 게 표면적인 현상이라면, 그 호응의 밑바닥에는 지금 눈 앞의 저 몸을 만들어내기까지 혹독한 시간을 감내해냈을 거라고
인정하는 작용 역시 같이 가는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대다수가 친밀한 지방세포 속에 고이 잠재워두는 근육이 바로 복근이다. 그
복근이 올록볼록한 식스팩으로 얼굴을 드러내기 위해선 크런치, 사이드 잭나이프, 에어 바이크 등 그 종류도 수십 가지인 부분 운동과 유
산소 운동, 식이요법을 병행한 ‘토털 매니지먼트’ 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니 복근은 인내, 끈기, 자기와의 싸움을 상징하는 영광의 결과물
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복근이 여자들을 TV앞으로 달려들게 하는 강력한 최음제로 대상화 되기 전, ‘미래의 육체’였던 이소룡을 떠
올려보자. 이소룡의 몸에 열광한 건 남자들이었다. ‘이소룡 세대’ 에게 이상적 육체의 동의어는 바로 이소룡, 그는 우상이자 꿈이고 하나의
철학(실제로 이소룡은 워싱턴주립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으로 통했다. 그러니까 이소룡의 복근은 관상용이 아니라 ‘정신’이다.
그런 이소룡의 육체를 권상우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재현해냈다. 남자 연예인의 몸에 대한 얘기가 대놓고 활발해지기 시작한 계기
는 권상우가 만들었다. 권상우는 보디빌더처럼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닌, 슬림하게 자리 잡은 잔근육의 미학을 보여줬다. 근육이라고 하면
훈제치킨을 떠올리며 징그러워하던 여자들도 근육의 참맛을 알았다고 할까? 차승원, 송승헌, 그리고 권상우처럼 큰 키에 다부진 몸을 갖
춘 연예인들이 자신의 몸을 슬쩍 노출하던 시절, 그들은 조금 특별한 포지션에 있었다. 건장하고 다소 느끼한 근육질의 몸은 과거 모델들
의 체형이었다(2000년대 들어 점점 스키니해졌던 남자 모델들의 몸은 이제 다시 살짝 볼륨 있는 쪽으로 변화할 추세다. 최근 디올 옴므의
사이즈가 좀더 커진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이 장동건의 외모는 거론하지만 장동건의 근육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었을 때, ‘몸’ 이 먼저
회자되는 배우들은 자연히 특별한 포지션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근육이 주제인 쇼킹한 화보를 공개했던 배용준. ‘준상이’ 의 아련함을 뒤집어 엎는 그의 근육에 대한 반응과
는 별개로, 5년 전만 해도 전문 모델이 아닌 배우의 복근에 대한 시선은 경이로움에 가까웠다. 이후 연예인의 복근은 속속 공개됐다. 근육
질이라기보단 야구 선수의 몸과 비슷했던 이병헌도 어느 순간 지방세포 따위는 키우지 않는 단단한 몸으로 나타났고, 이소룡의 ‘절권도’
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는 장혁은 웨이트 트레이닝 없이 절권도 특유의 동작들을 익히면서 율동미 넘치는 몸을 만들었다. 10여 년 동안 운
동을 했지만 좀처럼 근사한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이범수는 새로운 퍼스널 트레이너를 만나 변신한 몸을 공개했다. 이제 복근은 그
인물의 기존 이미지와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의외성, 신선함 혹은 거부감이라는 새로운 감상, 그리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개
그맨 허경환, 한민관, 최근엔 고명환이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공개하면서 자랑스러운 육체의 대열에 합류했다. 작년 가을 〈1박 2일〉의
김C가 덕풍계곡 트래킹을 할 때 시청자가 놀란 건, 김C가 얼음물에 입수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의 몸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던 식스
팩의 존재때문. 여러모로 허름한 요소들을 떠올리게 하는 김C가 의외의 복근을 드러내던 순간의 캡처 화면은 인터넷에 길이길이 떠돌 태
세다.
꿈의 복근을 향한 열망이 사회에도 조금씩 스며들면서 새로 등장한 것이 있으니, 바로 복근 성형술. 국내에서는 1년여 전부터 3호선 신사
역과 압구정역의 출구를 가득 메운 성형외과 광고 포스터 속에 새로운 문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초콜릿 복근을 원하십니까?” 복근 성
형은 한마디로 고난도의 지방흡입술이다. 인체의 가장 바깥층 근육이 선명하게 부각되도록 지방층을 조각하듯이 디자인하는 것. 그럼 덜
어낸 지방층을 따라 선이 패일 것이고, 상대적으로 식스팩이 선명하게 부각된다. “다른 곳은 밋밋한데 달랑 식스팩만 나와 있다면 웃기겠
죠. 신체의 어느 한 근육이 발달하지 않으면 저 옆의 다른 근육은 나올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성형을 할 땐 내외복사근, 대흉
근, 복직근 등 복부와 주변의 근육을 통합적으로 잡아줘야 합니다. 그 사람의 근육 형태 그대로 디자인하는 게 중요해요. 좌우 대칭인 식
스팩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거든요.” 엔비성형외과 조홍규 원장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성형을 결심하는 이들은
30~40대 남성이라고 한다. 젊은층들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성형을 할 바엔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반면, 이미 시도해볼 것은 다 시도
해본 나이의 남성은 자기 몸이 더 무너지기 전에 다잡고 싶은 욕구가 크다는 것.
최근 방송에서 떳떳한 식스팩을 공개한 배우의 매니저는 말한다. “우리 배우는 원래부터 배에 王자가 있었어요. 남자들 중엔 선천적으로
복근이 어느 정도 잡혀 있는 체형이 있거든요.” 똑같이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연예인이라도 오랜 기간 트레이닝의 생활화를 이룩한 경우,
늘 춤을 추며 본의 아니게 운동을 하는 가수의 경우 기본적으로 더 탄탄한 몸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원래 있던 근육이란 게 무슨 소용일
까? 그가 배를 ‘까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의 복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어떤 현상이 붐을 일으킨다는 건, 특히 연예계에서 부는
열풍이라는 건 ‘보여짐’ 과 관계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연예인은 보여줌으로써 사랑받는 존재다. ‘말처럼 튼튼한 대퇴부 근육’이 ‘초콜릿
복근’ 만큼 유행할 수 있을까? 피나는 노력으로 가꾼 허벅지를 시청자 앞에 선보이기 위해 팬티 바람으로 출연하는 연예인은 없다. 스스로
의 건전하고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위해 하드 트레이닝에 돌입했든, 대중 앞에 선보일 무기 하나를 마련하기 위해 복근 다듬기에 들어갔
든, ‘복근이 머무는 자리’ 는 누군가에게 드러내기가 손쉬운 부위다. 티셔츠 한번만 살짝 들어주면 되니까.
들라크루아는 시스티나 성당에 가득 찬 미켈란젤로의 인물상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울퉁불퉁한 근육에서 영혼의 투쟁을 느낀
다.” 권상우의 정교한 잔근육, 엠블랙의 이준이 비 사장님의 코치에 따라 성취한 복근 모두에서 그들의 눈물 나는 투쟁이 읽힌다. 그들이
조심스럽게, 또 뿌듯한 표정으로 복부를 내보일 때, 그간의 투쟁은 여자들의 환호와 남자들의 부러움으로 보상 받는 셈이다. 트렌드가 돌
고 돌듯 언젠가는 이 거룩한 복근의 계보도 희미해지고 순정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고운 몸이 환영 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짐작도
해본다. 어쨌든 요즘의 스코어는 이렇다. ‘복근은 남자를 춤추게 한다.’ 더불어 복근은 여자들도 덩실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