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와이즈멘토가 서울대학교 인간공학실과 계약을 맺고 산학 연구를 하면서 학습에 대한 메타리서치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당시 학습의 메커니즘을 간단히 정리하여 "와이즈멘토-서울대" 학습모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 연구를 통해 학습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유지와 변환을 반복하여 궁극의 '창의력'에 도달함을 알았다. 그리고 그 작용하는 방식이 단계마다 다름을 알았고,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적기에 적합한 방법을 잘 활용하는 것과 타고난 뇌의 능력 등이 종합하여 이뤄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 연구의 결과가 우리 검사 중 2번째로 많이 하는 "유형별 학습검사"의 기본 토대가 되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처럼 학습을 의미 있는 일련의 연속적인 행위의 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통으로 보고 단순화시켜서 이야기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주장하는 효율적 학습의 방식이 각각 다르다. 누구는 지식 기반이어야 한다. 또 누구는 역량기반이어야 한다. 누구는 외워야 한다, 아니다 놀이식으로 해야 한다 등.. 그걸 다루고 있는 게 요즘 EBS에 하고 있는 '다시, 학교' 라는 다큐의 메인 주제인 셈이다. 우리의 연구로는 지금이 어느 단계 인지가 중요하다. 지식을 처음 접하는 단계라면 주입식이라고 부르는 교사에 의한 잘 정리된 지식 전달이 효과적이고, 지식들의 결합으로 새로운 지식화 하는 과정에선 워크샵의 방식들이 효과적인 것처럼 말이다. 너무 천편일률적이었던 교육에 대한 반작용으로 활동 중심의 교육 과정이 부각된 것일 뿐, 교육의 시작은 잘 짜여진 체계를 통한 마중물에 해당하는 지식을 입력 받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금의 학력 저하 현상은 앞 단의 과정이 부족해진 데 이유가 있다. 정책적으로 힘이 없어 소리없는 외침에 불과하지만 예전부터 내가 항상 주장한 것이, 초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올라와서 기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중1의 자유학기, 자유학년제 보다는 중학교에 대한 공부를 어느 정도 한 후 고교진학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생길 무렵의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부도 그렇다. 뭐든지 한 가지로 획일화 하려는 것은 다 틀리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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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좋은 영감이 샘솟는 훌륭한 글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마침 제가 오랫동안 관심있게 연구하고 있는 주제라 몇 말씀 드립니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많은 교육전문가나 교육기관에서 학습의 원리를 체계적인 프로세스로 정리했습니다. 내용과 형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는 내공이라 부르는 성품과 외공이라 부르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10년 전에 성품과 역량을 중심으로 자기주도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14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자기주도학습 지도라는 모형을 만들기도 했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메타인지에 심취해 연구에 몰입하다 보니 어떤 요소들이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요소를 잘 하고 못하는지를 아는 것보다 실제로 공부할 때 그런 요소를 적용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결국 모든 변화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아는 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기주도학습 실천의 문제도 20년 전에는 학습자 스스로 알아서 했고, 10년 전에는 학습코치, 학습매니저, 학습멘토, 학습컨설턴트, 학습카운슬러 등 학습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학습 효과를 높였습니다. 최근에 메타인지가 이슈가 되면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학습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즉, 인지과정에 대해 인지하는 능력인 메타인지를 향상시켜 학습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결국 메타인지는 생각기술이란 말로 바꿀 수 있으므로 메타인지 훈련을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학습 성과에 있어서 어떤 단계에 어떤 방법들이 효과적이냐는 것보다는 모든 단계에서 메타인지를 활용해 최적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의 학력 저하 현상의 원인은 앞 단계의 과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학습과 관련해 모든 순간에서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는 학습자들의 메타인지 능력 부족이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저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공부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하브루타를 통한 메타인지 훈련도구 개발에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지요. 언제 기회가 되면 교육 현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다양한 하브루타 토론교구와 메타인지 훈련도구를 선보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늘 촌철살인의 생활밀착형 글로 재미와 감동을 주셔서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대표님의 에세이를 책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