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먹는 걸 참 좋아하는 편입니다. 지인이나 가족과 먹으러 약속을 정할 때에 제 의견은 뺍니다. 다 좋아하고 잘 먹으니 그렇습니다. 마시는 것도 그렇습니다. 주종불택, 주시불택, 주붕불택입니다. 그렇지만 노력 대비 얻는 것이 적으면 좋아해도 포기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대게 한 마리, 덩치 작은 참조기 한두 마리가 제 할당량이면 손 안 대고 맙니다. 노력 대비 먹을 것도 적고, 먹고 난 후 손 씻기 포함 뒷정리도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밥상머리에서 아내가 혹은 어머니께서 살을 발라내서 권하시기도 하는데, 한두 점 먹고 맙니다.
어머니께서 홀로 계시기에, 출장 일정을 이틀, 사흘 달아 대구로 잡아 본가에서 어머니와 식사를 하는 것도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제가 가는 것만으로도 반가워하시고 행복해하시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지만,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혼자 드시면 대충 때우는 때가 많지만, 제가 가면 챙기시는 반찬 가짓수가 늘어납니다. 물고기건 육고기건 고기도 한 종류 이상은 꼭 식단에 포함됩니다. 제가 특별히 고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건만 고기반찬을 올려야 제대로 먹였다는 생각이 드시는지, 꼭 챙기십니다. 며칠 전 아침상에는 구운 갈치가 올랐습니다. 씨알도 작고, 가시 발라내기도 귀찮고, 무엇보다도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거라 먹지 않고 다른, 제가 더 좋아하는 반찬류-된장, 돌나물, 오이 등-에 집중했습니다. 몇 번이나 갈치 먹기를 권하시던 어머니께서 살을 발라내서는 저 먹으라고 덜어내 주셨습니다. 순간, 이런 불효자를 봤나,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구순 노모가 뼈 발라낸 고기를 환갑 지난 자식에게 건네시는 이 장면이 참 죄스럽고 멋쩍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저더러 효자니 어쩌니 하지만 참 불효자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어머니께서 공들이신 갈치는 열심히 다 먹었습니다.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나의 호불호, 귀찮고 아니고를 떠나 앞으로는 무조건 제가 뼈를 발라내고, 대게 속살을 파내서 드리기로 말입니다.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항상 느끼지만, 어머니의 사랑에 자식은 발끝도 따라가지 못함을 또 한 번 실감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더 열심히 챙기고 모시겠습니다. 어머니.
대구수목원에는 수국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파란 하늘도 참 멋집니다. 수국의 꽃말이 '진심'이랍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늘 진심이듯이, 제 다짐 또한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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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모셔온 글)=======
어머니가 주신 반찬에는 어머니의 몸 아닌 것이 없다
입맛 없을 때 먹으라고 주신 젓갈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먹으려다 보니
이런,
어머니의 속을 절인 것 아닌가
-----이대흠의 시집<귀가 서럽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