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연 시인의 시조 「하루치 삶의 무게」는 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의 일상을 통해, 삶의 무게와 그 안에 깃든 고뇌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현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노동자의 삶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을 조명한다. 첫째 수는 “미명을 헤쳐 가며 개척자 정신으로/ 밤사이 벗어 던진 허물을 찾아 나서/ 하루치/ 삶을 담는다,/ 허기를 달래며”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여기서 ‘미명을 헤쳐 가며’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어스름한 새벽, 그 어둠을 뚫고 나아가는 노동자의 모습을 그린다. 이 표현은 단순한 일상의 시작을 넘어, 매일의 반복된 노동을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상징한다. ‘개척자 정신’은 이러한 태도를 더욱 강화하며, 반복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벗어 던진 허물’이라는 표현은 하루 동안의 피로와 고단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그 피로를 다시 짊어지며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을 암시한다. 이는 상징주의적 기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끊임없는 재생과 삶의 고단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둘째 수는 “수레 키 높아가면 등허린 굽어가고/ 천만 근 추를 매단 발걸음을 주춤대며/ 땀 흘려/ 얻은 빵으로/ 생명선을 덧댄다”로 이어지며, 노동의 무게가 점점 더 커져가는 과정을 그린다. ‘수레 키’는 노동의 도구이자 삶의 짐을 상징하며, ‘등허린 굽어가고’는 그 무게로 인해 점차 굽어가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묘사는 객관적 상관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독자가 노동자의 고단함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인은 이 수를 통해 삶의 무게와 노동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그 안에서 인간이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땀 흘려 얻은 빵’이라는 표현은 노동의 결과물이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대가를 상징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생명선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보여준다. 셋째 수에서는 “얹혀진 삶의 무게 수레바퀴 짓누르고/ 원초적 본능으로 어두운 희망 찾아/ 태산을/ 등에 걸머지고/ 하루 고갤 넘는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얹혀진 삶의 무게’는 삶의 책임과 고난이 점점 더 무겁게 쌓여가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수레바퀴’라는 상징적 이미지로 표현된다. 시인은 이 구절에서 감정 이입의 기법을 사용하여 독자가 노동자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태산을 등에 걸머지고’라는 표현은 거대한 고난을 짊어진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묘사는 시인의 철학적 사유와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노재연 시인의 시조 「하루치 삶의 무게」는 삶의 일상적인 무게와 그 속에서 발견되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탐색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조명한다. 각 수마다 노동자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그 속에서 피어나는 고통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다양한 문학적 장치를 통해 현실의 무게를 독자에게 전달하며,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이 작품은 노동의 고단함을 직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안에 깃든 희망과 생명력을 놓치지 않고 있으며,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인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리뷰: 김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