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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의 남자] 06
S#1. 기풍집. 밤
채린 : 오,오빠.. 여긴 어떻게.. (하는데)
승우 : (다가와 채린의 손목 나꿔채고, 나간다)
채린 : 자, 잠깐만, 오빠.. 저 사람.. (많이 다쳤어)
승우 : (기풍을 돌아보더니 아랑곳 않고 채린을 끌어 당긴다)
채린 : (끌려가며) 오..빠..
콰앙 닫히는 문소리에 찡그리며 눈을 뜨는 기풍. 일어날 힘도 없다.
S#2. 사채 골목 앞. 밤
채린의 손목을 끌고 자신의 차 앞으로 걸어오는 승우.
채린 : 오빠 ~ 이거 놓구 좀 얘기 해. 응?
승우 : (조수석 자리쪽으로 채린 당겨놓으며) 타.
채린 : 오빠~
승우 : 타라구!
채린 : 오해하지 마. 나는..
승우 : (O.L) 오해같은 거 안 해. 타! (문 열어준다)
채린 : (망설이다가) 이러지 말자. 오빠.
승우 : 이..러..지..마? 니가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니? 이러지 말자고?
채린 : (다가오며) 오빠, 오해라고 했잖아! 그 사람이랑 난 아무 관계도 아냐!
오빠도 알잖아. 백억어음 가진 사람이야. 백화점 부도나는 거 막아주기도 한 사람이구..
승우 : 그래, 알아! 아니까, 더 싫어! 니가 그따위 사채업자 놈한테 볼모로 잡혀서 백화점 살려보겠다고 아둥바둥 하는게 더 싫어!
채린 : (섭섭하다) 오..빠..
승우 : 이런 거지같은 곳에서, 니가 매일 눈뜨고 눈 감는다는 거, 상상도 하기 싫어. 끔찍해.
채린 : 오빠.. 나 못 믿어? 난 오빠 믿는데, 오빤..
승우 : 믿어! 믿으니까, 널 너무 믿어서, 이런 우습잖은 꼴까지 보고 있는 거야.
하지만, 이제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아. 아니, 안 보겠어!
채린 : 내가 선택한 거야. 여기 산다고 한 것도, 백화점 살리겠다는 것두. 다 내가 선택한거야.
승우 : 그래서?! 지금 여기에 남겠다는 거야? 저 쓰레기 같은 자식 집에 남겠다는 거냐구!
채린 : ....미안해.. 이 방법 밖에 없었어. 하지만.. 내가 선택한 거, 후회 안해.
승우 : (하~ 벼락이라도 맞는 기분이다) ..진심이니?
채린 : (천천히 끄덕인다)
승우 : (바들바들 떨린다)
채린 : 오빠.. 나, 다른데 가지 않아. 오빠한테 가려고 이래. 그냥.. 예전처럼.. 지켜봐주면 안돼?
승우 : ....니가 선택한 거 한 번도 반대해 본 적 없다. 유학가겠다는 것도, 무리해서 백화점 살리겠다는 것도..
힘들었지만, 기다렸었다. 니가 원하는 거니까. 니가 사랑하는 것들이니까..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러지 않겠어.
채린 : ...
승우 : 널 내 힘으로 데려오고 말겠어!
채린을 지나쳐, 차에 오르는 승우. 굳은 표정으로 차를 출발시킨다.
채린 : 오..빠..
속이 상해서, 눈물이 핑글 도는 채린. 멀어지는 승우 차를 망연히 본다.
S#3. 승우 차안.
경련이 이는 얼굴로 운전을 하는 승우 룸밀러로 멀어지는 채린의 모습이 보이지만,
애써 정면만 노려보며 운전을 하는 승우.
S#4. 사채골목앞.
자리에 주저앉는 채린.
채린 : 오빠.. 그러지 마. 오빠..까지 그럼.. 난 어떡하라구..
어깨를 퍼득이는 채린의 모습이 부감으로 보이면.
S#5. 기풍사무실. 창문.
엉망으로 망가진 채, 창틀에 기대서 내려보는 기풍. 채린이 문득 가엾다.
돌아서다가, 휘청하면서 겨우 균형잡고 비틀대며 들어가는 기풍.
S#6. 승우 차 안. / 고가. 밤
거칠게 운전을 하는 승우. 중앙선에서 차를 돌려, 고가에 멈춰세운다.
차에서 내리는 승우. 미친듯이 고함을 지른다.
서울 상공에 퍼져 나가는 승우의 고함소리.
(F.O)
S#7. 신우그룹 회의실. 아침.
어두운 화면에 찰칵 밝아지면, 양미라의 슬라이드 사진들이 비춰진다.
그 위로
신팀장 : 양미라. 67년생. 삼송백화점 2대주주 양선모의 딸로, 고송재환 사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야기시켜,
삼송백화점을 부도상황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현재 삼송주식중 24%로
송채린이 가진 30.5%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화면 밝아지면,
최회장 : 지금 양미라를 포섭하자는 거냐?
승우 : 주식시장에서 전면전은 우리에게도 타격이 큽니다.
양미라를 포섭하고,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하는게 더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최회장 : 호락호락한 여자 아니다.
승우 : 송재환 사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정도라면, 야심이 만만치 않은 여자겠죠. 그래서 더 가능성이 큰 거죠.
최회장 : (끄덕인다)
승우 : 신팀장님.
신팀장 : 예.
승우 : 양미라 부사장쪽에 접촉을 시도하십시오. 분명히 반응이 올겁니다.
신팀장 : 알겠습니다.
최회장 : (만족한 듯 승우를 본다)
S#8. 복도.
걷고 있는 승우와 신팀장.
신팀장 : 결심을 한 모양이구나.
승우 :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신팀장 : 괜찮겠어?
승우 : 괜찮지 않아.. 그래서, 더 빨리 끝내는 수 밖에 없어! (굳은 표정으로 걷는다)
S#9. 채린방.
침대옆에 모로 누워 잠들어 있던 채린. 끼이익~ 문 닫는 소리에 설핏 잠에서 깬다.
S#10. 거 실
나와보면, 기풍은 보이지 않고 피가 닦인 붕대와 휴지들만 어지러이 놓여있다.
걱정스럽게 열린 문을 돌아보는 채린.
S#11. 건달 사무실 앞 복도.
피멍들고 깨진 얼굴로 걸어오는 기풍. 손으로 품을 감싸고 있다.
기풍의 품 사이로 슬쩍 드러나는 칼날. 눈에서 살기가 도는 기풍.
S#12. 백부자집. 거실.
집사 : 아무래도 사단이 난 거 같습니다. 어르신.
백부자 : (담담하게) 내버려 둬.
집사 : 경매 브로커중에서도 독종으로 소문난 놈들입니다. 까닥하면, 목숨까지 잃은 지 모릅니다.
백부자 : 지 명이 그것 밖에 안되면 할 수 없지..
하는데, 쨍그랑 소리 들린다.
백부자 돌아보며, 사색이 되어 서 있는 찬비.
찬비 : 무, 무슨 소리야? 할머니. 기풍 오빨 어디.. 보낸거야? 응?
백부자 : 넌 알 것 없다.
찬비 : 할머니!
백부자 : 그깟 깡패 놈들 하나 못 이길 놈이라면 애초부터 잘라 내버리는게 나아.
찬비 : (집사에게) 삼촌. 기풍 오빠, 어디 간거야?
집사 : (눈치본다)
찬비 : 어디 갔냐구우!
백부자 : (무심하게 염주 굴리며) 나무 관세음 보살..
찬비 : (눈물 끌썽대며) 오..빠..
S#13. 건달 사무실. 안
소파에 앉아 해장국을 먹고 있던 건달들.
퍼엉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지듯 문이 열리면, 소스라치게 놀라서 돌아본다.
씨익 웃고 서 있는 기풍. 품에서 식칼을 꺼내들더니,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피하면서, 해장국에 널부러지는 건달1.2. 소파와 함께 벌렁 뒤집어지는 3.4.
기풍, 콰앙! 테이블을 한 번 찍고! 물러나는 보스의 목에 헤드록을 건다.
정신 차리고, 전열을 갖추는 놈들에게
기풍 : 허튼 짓 하지 마, 새끼들아!
건달1 : 너 이새끼. 정말 죽고 싶어!
기풍 : 그래, 죽고 싶어서 왔다. 어디 한 번 죽여 보시지? 죽여 봐!
건달들, 주춤거리고..
기풍 : 헤헤~ 까불면 뱃구멍에 바람 든다 그랬지? 어디 니 배엔 철판 깔았나 한번 볼까? 응? (하면서 보스의 배에 식칼을 쿡 댄다)
건달들, 움찔하며 달겨 들려하면,
보스 : (손을 들어 저지하며) 원하는게 뭐냐?
기풍 : 애들 내보내!
보스 : (나가라고 눈짓한다)
건달들, 밖으로 나간다.
기풍 : 문 닫으라 그래!
보스 : (눈짓한다)
건달들, 문 닫는다.
기풍, 보스 퍽 밀쳐서 소파에 앉힌다.
보스 : 원하는게.. 뭐냐?
기풍 : 너!
보스 : (무슨 소리야 ? 보면)
기풍 : 한국말도 못 알아 듣냐? (칼로 테이블 팡 찍고 앉으며) 너라구~
보스 : (찡그리고 보는데)
이사1 : (E) 그건 말도 안됩니다.
S#14. 회의실.
이사회가 진행되는..
채린 : 뭐가 말이 안된다는 거죠?
이사1 : 원스톱 쇼핑은 선진국 백화점에서나 가능한 얘깁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해요!
채린 : 아니 왜 해보지도 않고..
이사2 : (답답하다는 듯) 사장님 몰라도 너무 모르시네~ 아니, 백화점이 직영업체 직원들만 근무하는뎁니까?
입점업체 직원들 숫자가 반이 넘어요~ 걔들이 지들 제품도 아닌걸 뭐하러 판다고 나섭니까? 절대 안돼요~
이사3 : 저도 동감입니다.
채린 : (답답하다)
미라 : 아니, 난 송사장 의견에 찬성이예요.
이사진들 놀란다.
미라 : 원스톱 쇼핑은 모든 유통업자들이 오랫동안 꿈꿔 오는 최고의 판매방법 아닌가요?
이사1 : 하지만..
미라 : 여러분이 신임사장을 안 믿어주면, 누가 믿어줍니까? 여러 말들 마시고, 사장님한테 힘을 실어 주도록 합시다! 아시겠어요?
이사들 : (마지못해) 예.
채린 : (고맙지만 한 켠으론 찜찜하다)
S#15. 복도
채린과 함께 걷는 미라.
채린 : 고마워, 언니.
미라 : 고맙긴~ 다 백화점 살리자고 하는 일인데. 안 그래?
채린 : (끄덕인다) 언니한테 부탁할게 있어.
미라 : (뭔데?) ..
채린 : 이사회때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리게 해줘.
미라 : 뭐..라구?
채린 : 날 도와주려는 언니 맘은 충분히 알아. 고맙구. 하지만..
미라 : (O.L) 알았다. 무슨 얘긴지 알았으니까.. (화를 누르느라, 말을 못한다)
채린 : 고마워. 언니. 먼저 가 볼께. 처리해야 할게 산더미거든. (웃으며 먼저 간다)
미라 : (얼굴에 분노가 떠오른다)
S#16. 부사장실.
미라 : (털썩 앉으며) 항~ 건방진 것. 이젠 설교까지 하려 들어?
복규 : 무슨 일 있었습니까? 부사장님?
미라 : 니가 얼마나 잘 빠졌는지 어디 두고 보자. (이를 빠득 갈더니) 사진은?
복규 : 예? 아, 사진요. 긴급우편으로 보냈으니까, 어제쯤 도착했을 겁니다.
미라 : 송채린이 동향 수시로 파악해서 보고해.
복규 : 예, 부사장님.
미라 : 아주 뿌리째 흔들어 주마. 송채린.
하는데, 인터폰 울린다.
미라 : (받으며) 누구? 모르는 사람은 연결하지 말랬잖아.
비서 F : 중요한 사업제안이 있다고 하셔서요.
미라 : (사이) 연결해 봐.
복규 : (수화기 가까이 귀 대다가, 미라 눈빛에 깨갱 물러나고)
미라 : (사이) 양미랍니다. 누구시죠? (눈이 빛난다) 좋습니다. 만나죠. (끊는다) 흐흥~ 하늘이 날 돕는군.
미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고..
S#17. 건달 사무실.
꽂힌 칼 옆에 툭 던져지는 경매영수증.
보스 : (확인하더니) 이깟 오천만원짜리 영수증 하나로 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기풍 : 그럼 이건 어때? 대한민국 최고의 사채업자 밑에서 일해 보는 건.
보스 : (비웃음) 싫다면?
기풍 : 나하고 전쟁을 벌여야지.
보스 : (어이없어 웃음 흘리면)
기풍 : (탕 책상 내려치며) 똑바로 들어, 이 자식아! 내 이름이 장기풍이다! 내 할아버지는 장삼부고, 내 할머니는 백부자다.
보스 : (설마 하는 얼굴이다)
기풍 : 사내 새끼가 조상 이름 팔아먹는 것 처럼 쪽팔린 일 없지만, 그래, 지금은 내가 힘이 없다.
하지만, 니가 내 오른팔이 되준다면 사태는 달라진다. 나랑 대한민국 한 번 흔들어 볼 생각 없냐?
사내새끼라면, 그 정도 야망은 있어야 되는 거 아냐!
보스와 기풍, 눈싸움으로 서로 내공을 가늠하는데 슬그머니, 문 열리고 건달들 들어온다.
건달1, 쇠파이프 들어 올려, 기풍을 내리치려 하는데,
기풍, 끄덕도 않는다.
보스, 그런 기풍을 유심히 노려보고..
건달1의 쇠파이프가 기풍의 머릴 향해 내리쳐지는데,
보스, 손을 들어, 저지한다.
기풍의 머리 위에 가까스로 멈추는 쇠파이프.
건달들 긴장하면서 보고..
보스 : (무겁게) 자신..있냐?
기풍 : 넌 이런데서 썩을 놈 아냐~ 믿고 따라 와라.
보스 :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더니, 손을 내민다) 마석철이다.
기풍 : (마주잡으며) 장기풍이다!
씨익 웃는 두 사람.
어안이 벙벙해져 보는 건달들.
S#18. 사장실 앞.
복규, 슬그머니 다가와 문을 열려는데, 갑자기 문 쾅 열리며 채린 달려 나간다.
문이 스르르 밀리면, 복규, 코를 움켜쥐고 신음 흘린다.
S#19. 백화점 앞.
정문을 빠져 나오는 채린.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흔든다.
그 위로 들리는.
승우모 : (E) 지금 좀 나와줘야 겠다. 너랑 상의할게 있어.
불안한 얼굴로 택시를 잡는 채린.
S#20. 커 피 숍.
고전적인 분위기의 실내.
승우모, 커피를 마시고 앉아 있다.
급하게 들어와 두리번 거리는 채린이 보이고,
무시하고 차를 마시는 승우모.
채린, 발견하고 다가와 앉으며..
채린 :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승우모 : (싸늘하다)
채린 : 먼저 찾아 뵜어야 되는데, 면목 없습니다.
승우모 : 그럴 법도 하겠지.
채린 : ....! (싸늘한 반응에 불안해진다)
S#21. 백화점 매장.
코를 붙잡고 걸어오는 복규.
복규 : 하이~ 씨. (돌아보며) 문 좀 살살 닫고 다닐 수 없나~
매장에서 마네킨을 어깨에 걸쳐매고 나오는 충선.
매장쪽에서 '김과장님' 하고 부르면
충선 : (휙 돌며) 왜?
고개를 돌리던 복규, 마네킨에 코를 맞는다. 나뒹구는 복규. 버둥대면,
충선 : 어, 심과장. 왜 거기 누워있어? 손님들 지나다니는데, 빨랑 비켜줘야지~ (하면서 간다)
복규 : 저, 웬수같은 인간이..
하면서 일어서다가, 뭔가 발견하고 얼굴이 환해진다. 아이쇼핑을 하고 있는 영숙이다.
복규 : 트,특종이다!
S#22. 동 커피숍.
테이블 위에 사진을 올려놓는 승우모.
뜨금하는 채린.
채린 : 어, 어머님.. 이건..
승우모 : 내가 널 이뻐한 건. 나이답지 않게 조신한 아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니 유학도 반대 안했었구. 널 믿었으니까,
채린 : ....
승우모 : 고맙다. 믿었던 사람한테 받는 상처가 어떤건지 니 덕분에 알게 되는구나. (일어난다)
채린 : 어머님.. (설명할 수 없어, 간절하게 바라보면)
승우모 : 할 얘기가 있으면, 승우 통해서 해라. 널 보고 있으려니까, 마음이 자꾸 험해져서 싫다.
(나가다가) 니들 결혼,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나가는 승우모.
채린, 따라 일어나 보지만.. 어쩌질 못하겠다. 털썩 주저앉는 채린.
S#23. 명품 브랜드.
거울을 보며, 한바퀴 돌아보는 영숙.
미라 : 어머~ 사모님. 아직도 몸매가 이십대세요. 어쩜, 저 보다 더 몸매가 더 좋으세요~
영숙 : 별소릴 다하시네~
복규 : 아닙니다. 싸모님. 부사장님 보다 세 살은 젊어 보이십니다. 안 그렇습니까? 부사장님?
영숙 : 설마, 그럴까?
미라 : (눈 흘기고) 정말이예요. 제가 다 샘이 나는 걸요?
영숙 : (흐뭇하다) 그래요?
미라 : 그럼요~
영숙 : 이거 포장 좀 해줘요. (가면)
미라 : (비웃음이 금새 묻어난다)
S#24. 명품 매장 앞.
여러 개의 쇼핑백 들고 나오는 영숙과 미라. 복규.
미라 : 모셔다 드려야 되는데, 저희가 바빠서, 죄송합니다.
영숙 : 괜찮아요. 가벼운 걸요.
미라 : 그럼, 안녕히~ (절을 한다)
영숙도, 절을 하고 여유있게 걸어가면,
뒷모습 보며..
미라 : 애들한텐 지시해놨어?
복규 : 당연하죠. 구석구석에서 씹고 있을 겁니다. 쫘악쫙~ 소문 퍼지는 거 시간문제죠. 사채출연을 해도 부족한 판에,
쇼핑까지 벌이는 걸 알면, 노조가 가만 있겠습니까? 부사장님, 오늘 완전히 송채린이 날인데요?
미라 : 무슨 소리야?
복규 : 최승우 엄마한텐 파혼하자는 소리 듣고 올건 뻔한데, 백화점 들어오면, 노조에서 또 난리칠 거 아닙니까?
양수겹장, 피박에 광박.
미라 : (흐흥~ 웃다가, 시계보며) 안됐군. 송채린이 얼굴 한 번 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S#25. 세린느 매장.
영숙 지나가면, 뒷편에서 나오며..
여직원1 : 어쩜~ 백화점 부도 넘긴 지 얼마나 됐다고 저러구 다니냐?
공세나 : (들으란 듯) 회사 망한다고, 사장까지 망하는 거 봤어? 부도나기 전에 빼돌릴 건 다 빼돌렸을 걸?
정주 : (쓱 나오며)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 있으면, 디스플레이나 신경 써! (세나에게) 넌, 근무시간에 왜 여기서 알짱거려?!
공세나 : 난 휴식시간이야, 언니~
정주 : (정주 노려보면)
공세나 : 알았어. 가면 되잖아. (입을 삐죽댄다)
정주 : (영숙쪽 보면서, 속이 상한다) 나 화장실 갔다 올께! (휙 나간다)
공세나 : 잘났어~ 늙다리 주제에.
S#26. 백부자집. 거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앉아 있는 백부자와 집사. 찬비.
마석철과 패거리들 버티고 서 있다.
기풍 : (히죽 웃으며) 새로 사귄 친구들이야. 할마이. 뭐해, 할마이 한테 절 안해?
석철과 건달들, 일제히 절을 한다.
얼결에 인사를 받는 집사.
석철 : 마석철입니다. 어르신 존함 많이.. (들었습니다)
백부자 : (O.L.기풍을 보며 버럭) 이눔아! 니가 지금 제정신이야! 받아오라는 낙찰을 안 받고, 웬 건달놈들만 한 무데기 끌고 와!
찬비 : 할머니~
백부자 : 될 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 본다고, 넌 이눔아, 피지도 않은 놈이 벌써 누렇게 떴어! 에잉~ 한심한 눔..
(하면서 일어난다)
쾅 하고 닫히는 문.
벙벙해져 보는 기풍의 손을 잡아끄는 찬비.
S#27. 찬비 방.
기풍을 끌고 들어오는 찬비. 기풍의 얼굴 여기저기를 막 만진다.
기풍 : 얘가 왜 이래? 안 떨어져?
찬비 : 가만 있어 봐~ (기풍의 상처들을 여기저기 만지며) 여긴 괜찮아? 안 아퍼? 응?
기풍 : 야, 너 왜 그래?
찬비 : 몰라서 물어? 오빠 아픈 거 보면, 내 맘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거 같단 말야. (눈물이 핑글 돈다)
기풍 : (어이없다)
찬비 : 다신 이런 짓 하지 마. 응? 약속해. (손 내밀면)
기풍 : 됐어, 따샤~ 오바하지 마.
찬비 : 뭐가 오바야. 이 바보야~ 오빠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려 그랬단 말야. 알기나 해~ (엉엉 운다)
기풍 : (참 못 말리는 애다 싶어, 다독이며)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해. 응?
(혼잣말) 아~씨.. 할마이 열 받은 모양인데, 클 났네.
S#28. 백부자 안방.
백부자 : 재밌는 놈이야. 허허. 그새 건달놈들을 제 편으로 만들어 왔어. 허허.
집사 : 그러게 말입니다.
백부자 : 장삼부 이 영감탱이, 새끼 하난 물건으로 낳아 놨구만, 기래. 허허.
S#29. 산사.
전화를 받으며 웃고 있는 삼부.
삼부 : 허허~ 그 호랑말코 같은 놈한테 기런 재주도 있었네? 재주가 메주인 줄 알았더마는..
기건 기카고, 부자야~ 여기 한 번 아니오갔음? 아침상 받은 것도 고맙고해서리, 나도 한 턱 낼라기래.
기래, 꼭 내려오라~ 그만 끊는다이~ (끊고)
허허 웃는 삼부.
S#30. 화장실.
손을 닦고 있는 정주. 거울 뒤로 채린이 들어오는게 보인다.
고개를 까닥하고 나가는 정주.
채린, 정주 인사를 받을 여력도 없다. 푸우~ 세수를 하는데
나가던 정주, 돌아보더니.
정주 : (딱딱하게) 사장님?
채린 : (고개 들어 거울 보면)
정주 : 세린느 샵 마스터 김정줍니다.
채린 : (물기를 닦아내려고 티슈 뽑는데)
정주 : 전 솔직히 그 쪽 사장님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채린 : (멈칫한다) ...?
정주 : 하지만, 송재환 사장님을 존경했던 탓에, 그 분 따님이라면, 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무척 실망스럽군요.
채린 : (돌아서며) 무슨.. 얘기죠?
정주 : 송재환 사장님이라면, 옷가지라도 팔아서 회살 살리려고 했을겁니다. 신임사장님도 분명히 그럴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잘 못 본 것 같군요. 실례 했습니다.
채린 : (영문을 모르겠다)
S#31. 사장실.
들어오는 채린. 문을 닫는데,
거울을 보며, 옷맵시 보던
영숙 : (명랑하게) 어이~ 딸~
채린 : 엄마..
영숙 : 이거 어떠니? 잘 어울려? 응?
채린 : (소파에 놓인 쇼핑백들 보며) 엄마~ 쇼핑했어?
영숙 : (꺼내보이며) 이거 괜찮지? 부사장 그 사람 참 괜찮더라~ 글쎄 있지, 내가 꼭 이십대 몸매래잖니~ (웃음)
채린 : (속상해 죽을 지경이다, 옷을 빼앗아 들며) 엄마까지 왜 이래? 왜 엄마까지 내 속을 뒤집어 놓냐구. 제발 이러지 좀 마아~
영숙 : (멀거니 보다가) 나쁜 기집애.
채린 : 엄마..
영숙 : 넌 엄마 생각 눈꼽만치라도 해봤니? 하루 종일 콧구멍 만한 임대아파트에 꽁꽁 박혀 있는 엄마 생각은 해 봤냐구?
채린 : 엄마!
영숙 : 내일이 엄마 모임이야. 니 아빠 부도내면서, 옷도 보석도 한 개도 못 챙겨 나왔어. 엄마가 아빠 없는 거 티내고 다녀야겠니?
그렇게 엄마 망신 줘야, 속이 시원하냐구, 이 나쁜 기집애야. (흐느낀다)
채린 : (답답하다) 엄마 힘든 거 알아. 하지만, 엄마도 이젠 현실을 똑바로 봐야 돼. (쇼핑백 챙겨들고 나간다)
영숙 : 그래, 너 잘났어. 어쩜 냉정한 건 니 아빠랑 똑같니? 이 못된 기집애야!
문 닫히면, 찔끔찔끔 눈물 닦고 핸드백에서 보석함 꺼낸다. 진주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를 보고 흐뭇한 웃음.
S#32. 일식집. 밤
마주앉은 신팀장과 미라.
미라 : 그러니까, 내가 가진 주식을 넘기면 원하는 대로 하게 해주겠다 이건가요?
신팀장 : 말씀하신 대롭니다.
미라 : 누구지요?
신팀장 : 예?
미라 : 삼송을 탐내는 실제 세력이 누구냐구요?
신팀장 : 지금은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양미라씨의 승락을 받은 후에..
미라 : 제가 한 번 맞춰 볼까요?
S#33. 사장실. 밤
서류를 보던 채린. 집중이 되지 않는 지, 덮어 버린다.
전화기를 들어 버튼을 누르는,
채린 : 예.. 최실장님 좀 부탁 드립니다.
여비서 : (F) 실장님 아직 회의중이신데요. 어디시라고 전해 드릴까요?
채린 : 아, 아닙니다. 다시 하죠.
전화 끊고는, 후우 한 숨을 내쉬는 채린. 일어나 창 밖을 본다. 어둠속으로 퇴근하는 직원들 모습 보인다.
S#34. 엘리베이터 앞.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추는 채린. 돌아서 걷는다.
그냥 걷고 싶은 심정이다.
S#35. 백화점 매장.
불꺼진 매장을 천천히 걸어내려 가는데, 패션매장에 켜진 불이 보인다.
돌아보는 채린.
S#36. 세린느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꾸고 있는 여직원의 뒷모습. 열심이다.
지켜보는 채린. 돌아선다.
마네킨을 세우며, 땀을 닦는 여직원. 정주다.
정주 옆 얼굴로 쓰윽 들어오는 손. 캔커피가 들려있다.
돌아보면, 채린이다.
채린 : 밤 늦게 까지 수고가 많네요.
정주 : (받으며) 고맙습니다.
채린 : (정주 얼굴 알아 보고) 아까, 충고 고마웠어요. 덕분에 직원들 오해도 풀었구요.
정주 : 아닙니다.
채린 : (무심결에) 성함이?
정주 : (딱딱해지며) 말씀 드린 걸로 아는데요.
채린 : 네? (당황해서) 아, 미안해요. 아깐..
정주 : 사장님 아버님께선, 직원들 이름 물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으셨습니다.
채린 : ...?
정주 : 직원들 이름을 다 외우고 계셨으니까요. 아르바이트 학생들 까지도요.
채린 : (끄덕한다) 다신 묻지 않도록 하죠. 저도 한가지 얘기하고 싶은게 있는데..
정주 : (보면)
채린 : (마네킨 가리키며) 저기에 파시미나를 걸치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정주 : (손에서 파시미나를 들어 보인다)
채린 : (웃는다)
정주 : (미소 띠며) 세린느 샵마스터 김정주입니다.
채린 : (손 내밀며) 잘 부탁합니다. 김정주씨.
정주 : (손을 잡는다)
미소를 나누는 두 사람.
S#37. 동 일식집.
미라 : 신우그룹 최회장님, 맞죠?
신팀장 : (뜨끔 한다) 그걸 어떻게..
미라 : (흐흥 웃으며) 나일 먹어가니까, 기억력은 떨어지는데, 눈썰미는 오히려 좋아지더군요.
그 쪽도 한 번 뵌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아마 신우그룹 창립 파티때였죠?
신팀장 : (식은 땀이 흐른다) 아~
미라 : (굳어지며) 내가 원하는 건.. 회장님 직접 뵙고 말씀 드리지요.
신팀장 : 회장님이 지휘하시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미라 : 그럼, 최승우 실장이겠군요.
신팀장 : (끄덕끄덕)
미라 : (이거 재밌게 되가는 걸? 하는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고)
S#38. 승우집. 밤
승우, 들어오며..
승우 : 다녀왔습니다.
승우모 : (본 척도 않고, 신문을 펼쳐 든다)
승우 : (반응이 마음에 걸리지만 피곤하다)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가면)
승우모 : (밉살스럽게 올려다 본다)
S#39. 승우방. 밤
옷을 벗어, 옷장에 넣는 승우. 넥타이를 푸르며, 의자에 앉다가, 뜨끔 얼굴이 굳는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기풍과 채린의 사진!
승우, 놀라서 돌아보면, 싸늘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는 승우모.
승우모 : 할 말 있을 거 같아 올라왔다.
승우 : (당황스럽다) 어,어머니. 오해하지 마세요. 이건요..
승우모 : 그러라고 하더냐?
승우 : ..예?
승우모 : 채린이가 그렇게 얘기하라고 시키더냔 말이다.
승우 : 채린일.. 만났어요?
승우모 : 걔 그렇게 안 봤는데.. 엄마 실망했다.
승우 : 채린이 만났냐구요?!
승우모 : 그래 만났다. 니 아버지, 네 결혼상대 다시 물색하라고 아무리 성화셔도 꿈쩍 안하고 두둔한 내가
바보같고, 속상해서 만났다. 왜 그럼 안되니?
승우 : 어머니, 채린이 그런 애 아니란 거 어머니가 더 잘 아시잖아요?
승우모 : 채린이한테 얘기했다. 니들 결혼 다시 생각하겠다고..
승우 : 어머니~
승우모 : 아버지한테 얘기 안한 걸 다행으루 알아. (나가 버린다)
승우 : (털썩 주저앉는다)
사진을 구겨 버린다. 벌떡 일어나는 승우.
S#40. 기풍집. 거실, 밤
탁자위에 인사기록카드를 내려놓는 채린.
계란으로 볼을 굴리고 있던 기풍.
기풍 : 인사기록카드? (뒤적이며) 왜? 직원들 짜르려구?
채린 : (기풍의 손을 탁 쳐낸다)
기풍 : (채린이 넘기는 카드 기웃대며) 이거 대한민국 인력관리도 큰 문제야. 문제.
채린 : (보면)
기풍 : 봐, (인사카드 자기 방향으로 돌리며) 이렇게 증명사진 한 장 덜렁 붙여놓으면 이 여자가 어떤 여잔지 어떻게 알겠어?
적어도 바스트, 힙 사이즈를 적어 놓든가, 아님, 비키니 수영복 입은 사진 정도는 따악 붙여놔야.. (하는데)
채린 : (와락 빼앗으려 하면)
기풍 : 왜 그래? 도와줄려고 그러는데?
채린 : 가만 있는게 도와주는 거야, 알어?
기풍 : (입을 삐죽대면서도 슬그머니 다른 인사카드 본다)
S#41. 차 안. 밤
거칠게 차를 몰고 가는 승우. 답답해 표정이다.
S#42. 기풍집. 거실
기풍, 인사기록 카드의 사진란을 보여주면
채린 : 배일도. 판촉 프로모션 담당. 35세. 95년 입사. 취미 음악감상.
기풍 : 오우~ 제법인데? (다른 사진 보여주면)
채린 : 양철모. 30세. 패션파트 주임. 마포상고. 00전문대 졸업. 98년 입사.
기풍, 다른 사진 보여주는데, 채린이다.
채린 : (어이없이 보면)
기풍 : (눈짓으로 채근하며) 당신에 대해서 아는게 거의 없잖아.
채린 : (머뭇하다가) 송채린. 25세. 파리 에스모드 중퇴. (회한에 젖으며) 현재 빚더미에 나앉은 삼송백화점 사장.
기풍 : 자학할 필욘없는데~
채린 : 별자리는 사자좌. 생일은 8월 17일.
기풍 : 어? 당신 생일이 8월 17일이야?
채린 : (끄덕거리면)
기풍 : 나랑 똑같네? 이야~ 생일 같은 사람은 첨 만나네? 양력이야, 음력이야? 난 음력인데.
채린 : 다행이네. 난 양력이니까.
기풍 : 근데 뭐가 다행이야?
채린 : 당신이랑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는 거, 하나도 안 반갑거든.
기풍 : (섭섭하지만, 되려) 오직 최승우 하나만 연결되면 된다 이건가?
채린 : (굳는다, 일어나 챠트 빼앗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기풍 : (입을 삐죽대고)
S#43. 사채 골목 앞.
멈춰서는 승우의 차. 내리는 승우. 불켜진 채린의 방을 올려다 본다.
기풍 집을 향해 걷다가 망설이는 승우.
S#44. 채린 방.
침대에 앉는 채린. 승우의 사진을 만져 본다.
답답한 지, 창문을 열어 보는 채린. 멀리, 가로등 밑에 서 있는 승우의 모습 보인다.
채린 : (낮게) 오.. 빠?
듣기라도 한 듯, 올려다 보는 승우.
S#45. 거실.
방문 열리고,
채린 : (급하게 뛰어 나가면)
기풍 : 어이~ 어디 가?
S#46. 사채 골목 앞.
뛰어 나오는 채린.
승우도 채린을 향해 걸어온다.
숨을 몰아쉬며, 멈춰서는 채린.
채린 : 오..빠. (눈물이 핑글 돈다)
승우 : (채린을 와락 안아준다)
채린 : 오빠.. 나 이렇게 멋대로 굴어도 오빤 나 안 미워하지? 세상 사람들 다 나 미워해도.. 그렇지?
승우 : 아니, 너, 밉다. 오빠 말 하나도 안 듣고, 오빠 속만 상하게 하고, 넌 정말이지.. (가슴 아프다)
채린의 얼굴을 보는 승우. 눈물이 맺혀있는 채린의 눈가를 닦아주며..
승우 : 아까 속 많이 상했지? 신경 쓰지 마. 오빠가 다 알아서 할께.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안아 준다)
S#47. 기풍 사무실, 창.
내려다 보던 기풍. 입을 삐죽대고 돌아선다.
기풍 : 저 비응신~
퍽~ 간이침대를 걷어차고, 주판 바닥에 떨어지면, 롤러브레이드처럼 한 쪽 발을 올리고, 죽죽 밀며..
기풍 : (부러 신나게) 장기풍~ 5살때 아부지 사망~ 엄마는 재혼해 버렸음. 그후, 씩씩하고 방탕하게 20년 넘도록 살았음.
그래도 가끔씩 엄마가 보고 싶음~ (하다가 벌렁 넘어진다. 대자로 누워서) 2000년 7월 23일. 엄마와 닮은 여자를
비행기 안에서 만났음~ 그 여자는.. 다른 남자를.. 사랑함.
물기 없게 피식 웃고 마는 기풍.
기풍 : 비응신~ (하면서 바닥을 친다. 천천히 암전)
(F. O)
S#48. 변호사 사무실 밀집지역. 낮
끼익 찬비의 차에서 내리는 기풍. 얼굴이 굳어있다.
찬비, 따라내리려 하면,
기풍 : 넌 그냥 가.
찬비 : 왜? 오빠랑 나 환상의 콤비잖아~
기풍 : 됐네~ 너네 할마이한테 무슨 욕 먹을려구.
찬비 : 싫어. 이제부턴 내가 오빠 지켜줄꺼야.
기풍 : (어이없다)
찬비 : 으응? 진짜라니까!
기풍 : (푸쉬~ 웃고) 쟤보다 잘 지켜줄 수 있어?
건달1이 굽신 절을 한다.
찬비 : (꼬랑지 내리고) 이따가는 만날 수 있지?
기풍 : 왜에?
찬비 : 글쎄. 두고 보면 안다니까~ 약속 안하문, 나 계속 오빠 쫓아다닌다아.
기풍 : 알았어. 핸드폰 때릴께.
찬비 : (손가락 걸며) 꼭이다~ 꼭! (안심이 안되는 지) 도장! (도장찍고) 복사! (복사까지 하고) 전화 해야 돼. 꼭!
(손 흔들고, 출발하면)
기풍 : (건달1에게) 가자~
S#49. 승우 집무실.
승우 : (소파에 앉으며) 사장자릴 바란다 이거지?
신팀장 : 만만한 여잔 아닌 것 같다.
승우 : 아니, 더한 거라도 줘야지.
신팀장 : 그럼, 송사장은 어떡할려구?
승우 : 최대 주주가 되면, 대표이사쯤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어.
신팀장 : 너..
승우 : 채린이 아버지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야. 그 여자도, 그 정돈 감수할 각오쯤 되어 있겠지.
신팀장 : (승우의 셈속이 놀랍고, 두렵다)
승우 : (일어나며) 약속잡아. 내가 만날테니까.
신팀장 : 알았다. (나가면)
컴퓨터를 켜는 승우.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쪽지가 뜬다.
스케쥴표에 넣어 뒀던 '채린의 생일'을 알리는 쪽지다. 잠깐 생각하다가,
승우 : (인터폰에 대고) 김비서님. 오늘 저녁 스케쥴 잡지 마세요. (다시 숫자버튼 누른다)
S#50. 사장실.
소파에 앉아 있는 채린과 정이사. 서류를 채린에게 밀며,
정이사 : 세린느 매각합의섭니다.
채린 : (검토하다가) 왜 직원들 고용승계가 최우선으로 놓여있지 않죠?
정이사 : 예? 그건 협의사항에 첨가해서..
채린 : 아뇨. 직원들하고 약속이 최우선입니다. 다시 작성해주세요.
전화벨 울리고, 받는 채린.
정이사 나가고..
채린 : 네. 송채린입니다. 어~ 오빠. 오늘? 글쎄, 무슨 날이지?
S#51. 변호사 사무실 안.
반쯤 열린 문에 붙은 M&A 전문 변호사라고 적힌 간판을 따라 이동해가면,
텅 빈 사무실이 보이고
소리를 따라 화장실로 다가가면, 그 위로 들리는,
건달1 E : 변호사를 이래도 되는 겁니까 ? 형님. 저희집 가훈이 법을 멀리하잔데..
기풍 E : 변호사는 무슨 변호사~ 돈 떼먹는 놈은 다 도둑놈이지. 프란시스 오. 본명 오달평.
S#52. 화장실 안
의자 두개를 연결해서 발 올려놓고 자료 보고 있는 기풍.
기풍 : 미네아 폴리스 주립대 법대 졸업, 미국 변호사 자격증 취득.. 자식, 미국에서나 변호사 노릇 할것이지. 뭐하러 기어와서..
야~ 꺼내 봐.
변기통에 처박힌 놈의 머리통을 꺼내드는 건달1.
푸하~ 숨을 헐떡대는 오달평.
기풍 : 야~ 미국 변호사 자격증이 한국에서도 통하냐?
달평 : (혀 꼬부라진) 아,안 통해요.
기풍 : 혀 펴질때까지 담궈라.
달평 : 아,아니예요. 말 똑바로 할께요..
하다가, 건달1의 힘에 눌려 변기에 다시 머리처박고 버둥대면,
건달1. 변기 물을 쏴아 내린다.
버둥대는 달평.
건달1 : 근데, 형님. M&A가 무슨 말입니까, 형님.
기풍 : 엠엔에이? 초코렛 이름인가?
S#53. 승우 집무실.
승우, 신팀장, 미라 앉아 있는.
승우 : 원하시는 조건은 모두 받아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미라 : (슬픈 표정을 지으며)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 군요. 나이도 어린 애가 회살 살리려고 저렇게 애를 쓰고 있는데,
제가 이래야 한다는게 믿어지질 않네요.
승우 : 이해 합니다. 하지만, 유통업이 대기업 전쟁터가 된 지 오랩니다.
미라 : 다 알죠. (처연하게) 그래서 더 슬픈거구요.
승우 : 결정.. 하시겠습니까?
미라 : (담배 케이스 꺼낸다) 담배 한 대 필 정도 여윤 있겠죠?
승우 : (불 붙여주며) 물론입니다.
미라 : (담배 연기 깊게 내뿜는다)
S#54. 화장실.
변기 위에 무릎 꿇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달평. 덜덜 떨고 있다.
기풍 : (도너츠 연기 만들어 뿌리며) 그래서, 돈이 없다?
달평 : (발음 좋다) 죄,죄송합니다. 빠른 시일안에..
기풍 : (귀 후빈다)
건달1 : 형님. 제가 원양어선 쪽에 아는 동생들이 있는데요. 한 삼천정돈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기풍 : 삼천이라~ 빌린 돈에 이자가 삼억이니까, 십 년만 타면 되겠구만. 십 년.
달평 : 선생님. 저 배멀미가 심해서 일도 잘 못합니다. 기회만 주시면, 정말 갚을께요. 네?
기풍 : 니 전공이 엠엔에이라 그랬지? 엠엔에이가 뭐냐?
달평 : 머져 앤.. (하다가, 눈치보고) 기업 인수합병이란 말입니다. 예.
기풍 : 기업 인수합병이라~ (생각하는 눈치)
S#55. 승우 집무실.
미라 : (담배 눌러 끈다)
신팀장 : 결정하셨습니까?
미라 : (끄덕인다)
신팀장 : 그럼, 저희 제안을 받아 들이신 걸로 알고,.
미라 : (미소) 거절 한다면요?
신팀장 : 예?
미라 : 최실장님 제의 거절하고, 채린이한테 이 사실을 알리면 두 분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거죠?
승우 : (당황스럽다)
미라 : (웃음) 순진하시군요. 맘에 드네요. 최실장님 봐서 받아 들이죠. (일어나, 손 내밀며) 악수 정돈 해도 되겠죠?
승우, 마지못해 미라 손 잡으면,
미라, 승우의 손을 꼬옥 쥐며 미소 보낸다.
S#56. 비서실.
문 닫고 나오는 미라.
대기하고 있는 복규. 절을 한다.
이때, 바깥문 열리며, 꽃배달 들어온다.
비서 받는데,
미라 : 이쁘네~. 최실장 팬이 많은가 봐?
비서 : (웃음) 아, 이거요. 실장님 여자친구 분 생신이라서요. 미리 주문해두신 겁니다.
미라 : 그래요? (흐흥 웃는다)
S#57. 달리는 차안
뒷좌석에 기대앉은 미라.
운전하는 복규. 해벌쭉 해져서 룸밀러 보며,
복규 : 축하드립니다. 부사장님.
미라 : (미소)
복규 : 이제 사사건건 송채린이 방해만 하면 되는 거죠? 주가를 팍팍 떨어뜨려야 신우에서 인수하기 편할거 아닙니까?
안 그렇습니까?
미라 : 심부장도 제법 늘었군.
복규 : 그럼요~ (하다가) 지금 뭐하고 그러셨습니까? 부장이요? 사장니임~ (감격해서 돌아보며 꾸벅 절한다) 감사함다.
차가 비틀하며, 옆차선 차들 빵빵댄다.
미라 : (깜짝 놀라) 뭐하는 짓이야?
복규 : (냉큼 운전대 바로잡고) 죄,죄송합니다.
미라 : (복규 한심하게 보더니) 세린느 매각 합의 날짜가 언제지?
복규 : 내일 일껄요?
미라 : 그으래~ 생일 선물은 미리 줘야겠군.
S#58. 사장실.
서류를 체크하고 있는 채린.
미라, 문 열고 들어온다.
채린 : 언니~ 잘 왔어. 그렇지 않아도 찾아가려고 했는데..
미라 : (짐짓) 왜, 무슨 일 있니? (앉는다)
채린 : (앞에 앉으며) 세린느 매각합의안이야. 혹시 빠진게 없나 체크 좀 해 줘.
미라 : (서류 보다가, 채린 눈치 힐끗 보더니 내려놓는다)
채린 : 뭐가 잘못됐어?
미라 : 서류가 완벽한들 뭐하겠니?
채린 : 무슨..소리야?
미라 : 신우그룹 말야. 믿을 수 없는데잖아.
채린 : 신우가 왜?
미라 : 백화점 부도 나기 직전에, 아니다. 다 지난 일인데, 얘기해서 뭐하겠니.. 너만 괜찮다면 됐지.
채린 : (뭔가 있음을 깨닫고) 얘기해 봐, 무슨 일이야?
미라 : 그게 말이지..
S#59. 백화점 매장.
싸늘한 얼굴로 걷고 있는 채린 위로
미라 : (E) 니 아빠 말야. 부도 나기 직전에 안 다니신 곳이 없거든. 신우에서 부도 막아준다고, 철썩같이 약속해놓곤
막상 그날 닥쳐서는 냉정하게 거절했잖아. 그것 때문에, 니 아빠.. 자살하신 거고..
점점 눈이 그렁그렁해지며 걷는 채린.
S#60. 용 역 실.
라면을 끓여 먹고 있는 충선. 후후~ 부는데, 문 열린다.
채린, 창백한 얼굴로 서 있다.
후다닥 일어나며,
충선 : 아, 아가씨...
S#61. 옥 상
충선 : (당황해서) 누,누가 그따위 소릴 하고 다닙니까, 예?
채린 :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사실인지 아닌지만 얘기해 줘요.
충선 : 아,아가씨.
채린 : 사실이냐구요!
충선 : (할 말을 잃는다) 장기풍이가 얘기했습니까? 나쁜 자식! 그렇게 신신당불 했는데..
채린 : 하~ (기가 막히다) 사실이었군요.
충선 : 아,아닙니다. 아가씨.. 사장님께선..
채린 : 아니, 맞아. 사실이였어. 다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바보같이 나만 모르고..
충선 : 아가씨~ (눈물 핑글 돌며) 사장님께선 아가씨한테 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요.
아가씨, 상처 받으실까 봐.. 아가씨 힘드실까봐요.
채린 : 나만 몰랐어. 바보같이.. 나만.. (휘청휘청 난간으로 걸어가며) 아빠.. 미안해서 어떡하니. 아빠한테 미안해서..
나.. 어떡하면 좋지..아빠?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S#62. 술 집. 바. 밤.
샴페인잔을 들어, 천천히 음미하는 미라.
복규, 슬그머니 잔을 가져다 쨍 건배를 하지만
미라, 마음이 풍요로워져 구박 않는다.
복규 : (간사하게 한 입 마시고) 근데 말입니다, 사장님. 최승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미라 : 아마, 아닐껄. 너무 착하고, 순해서 그걸 알고 견딜만큼 모질지 못하지. 그 남자 그런 사람이야.
복규 : (홧김에 벌컥 마시며) 착한 놈 다 죽은 모양이네~
미라 : (쓱 노려보다가.. 흐흥 웃으며) 어쨌건 재밌어~
S#63. 승우 차 안. 밤
운전을 하고 있는 승우. 시계를 보더니, 옆자리에 놓인 꽃다발을 보고 가벼운 미소 짓는다.
S#64. 택 시 안. 밤
바깥을 쳐다보고 있는 채린의 눈에 불꽃이 이는 것만 같다.
S#65. 레스토랑.
들어오는 승우.
웨이터 다가와 손짓으로 안내하며,
웨이터 : 저 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승우 : ...?
승우, 천천히 걸어가면, 승우의 시선으로 채린의 고개 숙인 뒷모습이 드러나는데..
승우 : 내가 먼저 올 줄 알았는데.. 언제 왔니?
천천히 고개를 드는 채린.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승우를 노려본다.
일어서는 채린.
승우 : 채..린아..
순간, 승우의 따귀를 따악 갈기는 채린.
휘청 하는 승우. 자신도 모르게 꽃다발을 떨어뜨린다.
놀라서 보는 승우.
승우 : 채..린아.
불타는 채린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지며..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