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사는 딸이 생일선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지영 책과 유럽여행 책을 보내왔다. 딸이 하는 행동이 참 이쁘다. 나도 가끔씩 마음에 드는 책을 보면 선물로 보내주었다. 어느날 부터 책에 먼지만 쌓이고 짐이 된다고 하면서 아이들 책 말고는 사지 않는다고 한다. 읽고 싶은 책은 핸드폰이나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읽고 있다고 하더니 책을 선물로 보내왔다. 딸도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고 그런 점에서 서로 통하기도 했다.
다음에 읽어야지 하면서 책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책들이 많다. 생각만큼 다시 읽어지지 않았다. 딸애의 말처럼 먼지만 쓴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음을 먹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책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책을 버리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그 책을 쓴 작가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버리지 못한다. 제목을 보고는 다시 한번 더 읽어야지 하면서 버리지 못했다. 어떤 책은 그래도 한번 더 읽어야지 하면서 버리지 못했다. 아는 지인이 퇴직 후 작은 도서관을 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기억나 버리는 걸 보류했다. 결국은 조금만 정리하고 버리지 못하고 다음으로 미루었다.
책을 좋아하면서도 나이가 드니 눈이 아파 머리맡에 두고 두어장 읽고는 잠들곤 했다. 딸이 준 책을 들고 앉았다. 가끔 책에 꽂히면 쉽게 놓지 못하는 것도 나의 문제이다. 그냥 다 읽어버렸다. 책이 주는 감동에 오래 젖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프롤로그에 나는 스스로 죽어도 될 이유를 30가지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라는 말이 가슴을 찔렀다. 그리고 날마다 점점 좋아지기로 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의 기록이라고 썼다. 그래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행복해야 한다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치열한 삶에 대한 견뎌 냄과 해답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보였고 자신의 삶을 괜찮다고 위로하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이 선택한 삶에 어려움이나 고통이 따라 올 때면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하고 절망할 때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과 부모로써의 책임감,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삶을 견뎌내고 살아가는 것일게다. 다행히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그럼에도 불구하다는 말은 어떠한 감정이나 상황이라도 다시 생각해 보고 답을 찾아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해 보자는 뜻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가끔씩 마음에 드는 책을 보면 몇 권씩 산다. 그리고 그 책을 받을 만한 사람을 생각한다. 그리곤 의미 있는 날에 그 사람에게 선물을 한다. 그 사람이 이 책을 받아서 조금이라도 위로나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이다. 최근에 상처받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이 책을 사서 선물하였다. 힘과 위로를 주고 싶어서 였다. 어떤 말보다 글이 주는 감동이 있다. 글 한 줄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용기를 주기도 한다. 지난 시절에는 좋은 글귀를 보면 줄을 그어놓고 그 부분을 적어서 남들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진심으로 고마워 하며 꼭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더 힘을 내어 보겠다고 한다. 책이 주는 힘이다.
IT시대에 똑똑한 AI가 있어 세상은 빠르게 변화되어가고 있다. 종이로 된 책은 인기가 없어졌지만 여전히 글을 사랑하는 사람과 무언가를 전하고 싶어하는 마음들로 만들어 진 종이책은 진심을 전하는 선물이다. 활자에서 느껴지는 작가들의 혼을 다한 시간들이 가슴에 와 닿기도 하고 책을 통해서 무한한 간접경험의 세계를 헤엄칠 수 있는 자유로움은 기계를 통해서보다는 책에서 찾아진다고 믿고 싶다.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축하하며~~~~
첫댓글 요즘 토지를 읽고 있는데 끝내면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떠도는 말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래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행복해야 한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내 마음 뜻대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네요
책이 주는 힘!
책을 선물하는 이타심!
많이 배웁니다. 감사드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남아있는 것은 종이책이지요. e-book의 가벼움은 소모되고 종이책은 형체가 분명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