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30일 (화)
= 아내랑 건강검진을 받다 =
오늘은 회사가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다.
원래 울산대학병원에서 검진을 받아야 하나 여기는 지역적으로 먼 곳이라 서울 아산병원
에서 검진 받는 것으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약 열흘 전부터 휴대폰으로 확인차 1~2회 안내문자가 날아왔다.
오전 8시까지 신관 4층으로 오라는...
건강검진 이틀 전 문진표를 작성하다 갑자기 이번 검진은 아내랑 같이 가고 싶어졌다.
아내는 그동안 건강보험공단에서 2년에 한 번 씩 무료로 제공하는 건강검진은 받고 있지만
그와는 별도로 가끔씩 산부인과 검진을 간다든지 하고 있는데 그럴 필요 없이 이번에 같이
가서 검진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같이 가겠느냐 물었더니 두 말 할 것
도 없이 좋다고 하였다.
오전 6시에 서산에서 출발하였다. 나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서울까지 가고 싶은데
네비게이션이 자꾸 발안IC로 나가라고 한다. 길을 잘 모르니 네비가 시키는대로 하였는데
과천↔의왕간 고속도로로 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출근시간이라 길이 너무 막혀 8시 30분에
병원에 도착하였다. 카운터에서 접수를 하니 검진 비용이 56만원이라 한다.
나는 물론 회사부담(51만원)인데 아내는 왜 56만원이냐고 했더니 여성은 추가검사 항목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검사는 남, 여 구분하여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었고 약 1시간 30분 걸렸다. 옷을 갈아입고
10시 30분쯤 병원 레스토랑에 갔더니 죽과 빵, 우유 같은 것을 준다. 그것을 먹으면서 아내가
하는 말이 “건강보험공단 검진이 길표 옷이라면 여기 검진은 메이커 옷인 거 같다.”고 한다.
검사항목도 많고 시설도 좋고 직원이 친절하니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일찍 검진을 마쳐 시간이 많으니 아내는 백화점에 한 번 가 보자고 한다.
서산에는 백화점이 없으니 가 보고 싶기도 할 것이란 생각에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롯데
백화점 잠실점에 들렀다. 아마 네비게이션 없으면 당달봉사이겠지만 능숙하게 찾아 갔다..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아내의 작전에 넘어간 듯하다. 백화점에 가면 내 옷 티셔츠 같은 거 먼저
한 두 점 사 주고는 바로 자기 옷 사는 작전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옷을 사는게 아니라 보석을 구경하였다. 최근 금값이 많이 올라 보석이 많이
비싸져서 구경만 하고는 살 수가 없었다. 점원이 하는 말이 종로 3가에 가면 디자인은 몰라도
가격은 절반 가격에 살 수도 있으니 그리로 가 보라고 귀띔해 준다. 한참을 쇼핑하느라 이제
배가 고팠다. 백화점 지하 일식 코너로 내려가 간단하게 몇 가지 먹고는 종로 3가로 이동하였다.
종로 3가에는 정말 보석집이 많았다.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발품을 팔다보니 맘에 드는 물건을
나름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오늘 많이 무리한 듯 하다. 그래도 오늘은 무리한 만큼 돈이 별로 아깝지 않았다. 사실 여자들은
보석 같은데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나는 아내에게 별로 보석을 사주거나 사라고
허락한 일이 거의 없다. 결혼할 당시 예물도 평범하게 블루사파이어로 반지, 목걸이만 해 주었고
아내는 늘 그것을 착용하다가 결혼 10년 만에 루비 반지, 목걸이로 교체한 일이 있다.
성당을 다니게 되면서 묵주반지 하나가 더 생겼고, 결혼 20주년이던 3년전에 14K로 팔찌, 목걸이,
반지, 귀걸이까지 풀세트로 장만한게 아내가 가진 보석의 전부다.
그런데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듯이 보석이란 것도 많이 사 본 사람이 좋은 것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내는 3년 전에 산 보석이 영 마음에 안들어 이번에 보석을 교체한 것이다.
상식적인 거지만 내 보석을 주고 새로운 보석을 구입하므로 손실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새 보석 구입으로 흡족해하는 아내를 보니 내 마음도 흡족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선물이란 받는 사람도 기쁘지만 그 선물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 못지않게
기분이 좋다고 한 말이 새삼 떠 올랐다.
세운상가에 주차해 두었는데 두시간 좀 지났는데 13,000원의 주차비를 달라한다.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복잡한 곳이라 그러려니 생각했다. 앞으로 웬만하면 대중교통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후 6시.. 서해안고속도로로 다시 내려오는데 아내는 차안에서 연신 팔찌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
면서 나한테 보여준다. 아무래도 잘 산 것 같지 않냐고..ㅋㅋ
오늘 아내가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내친 김에 확실히 해야겠다 싶어서 서산 도착하면 시내에서 저녁
먹을까 했더니 이제부터 아껴야 한다면서 집에 가면 식은 밥 있다고 한다.
나의 기대와는 영 딴판으로 돌변되었다. 물론 오늘 공포의 밤이 될 것이란 기대도 말이다....
첫댓글 도란도란 살아가는 재미, 묵직한 경상도 남정네의 마누라 사랑 이야기가 서산에서부터 서울한복판까지 이어지는구나~~~손에쥔 보석에다가 솟구치는 남편의 정열(^^) 그리고 다정한 말 한마디는 온 세상 아낙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만하다. 컨닝 잘 하고 있으니 종종 알려주게나!
휴가 때 어부인 모시고 다시 한 번 서산으로 놀러오게.. 요즘 우럭 매운탕도 괜찮은데..하하하
이보게공룡 살아가는이야기 잘읽었네 하지만 평범한사람들의 살아가는이야기가 아니라 좀아쉽군, 공부잘하는사람은 못하는사람에 맞추어줄수있지만 못하는사람은 결코 잘하는사람의 수준을 따라갈수없다는것을... 잘 생각해보기바라네...
도전자..며칠전 카페에 접속되어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대화요청 했는데 갑자기 이름이 없어져 버려 서운하더라..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의미있는 댓글인 것 같다..다만 학창시절 이후 33년이 흘렀으니 서로 사고의 차이는 있을거라 생각하니 그런 점을 이해해 주기 바라네..
주제넘게 끼어드는건 아닌지...도전자/공룡의 글을 읽다보니 생각나는건, 있었던 사실을 재미삼아 친구들과 너두리하는 범위와 읽는이의 기분을 생각하여 겸손의 글을 공유해야하는 배려...즉 공개된 자리에서 균형있게하기란 쉽지않은것 같다. 이것저것 부담스런워지면 대화의 빈도가 줄어드는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니 다 같이 뛰어 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