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2일 해날
날씨 : 촉촉한 비가 내린다.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열차에 부딪히는 빗방울도 정겹다.
메르스로 지난 달 마르쉐가 치소되고 7월 마르쉐는 비가와도 진행한다고 한다. 가을 작물 토종씨앗 나눔이 있어 혜화에 왔다. 일찍 온 진숙선생님과 생채식 파이와 케이크를 먹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눈다. 마르쉐는 작은 장터인데 농부들이 직접 키운 채소를, 제빵사가 직접 구운 빵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장아찌를, 목수가 직접 만든 도마를 들고 장터로 나온다. 장터에서 포장이 소박하고 될 수 있으면 종이 봉지에 물건을 담아주고 먹는 것도 저마다 그릇을 가져오거나 그릇을 빌려 담는다. 허투루 한 번 쓰고 버리는 그릇을 쓰지 않는다. 양지마을 벼룩시장이 이런 형태였으면 한다. 다음 달 마르쉐에는 1학년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삼아 다녀갔으면 좋겠다. 며칠 전부터 씨앗을 챙기고 씨앗 나눔 장소를 섭외하고 온 마음 다해 준비해주신 김혜영 선생님을 오늘 처음 만났다. 토종씨앗 나눔 때마다 일정이 겹쳐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께 따로 씨앗을 구하고 궁금함이 생기면 시도 때도 없이 선생님을 괴롭혔는데 오늘 실제로 뵙고 나니 더 기운이 난다. <반드시 채종을 하고 씨앗은 돈을 주고 팔지 않으며 나눈다.> 이것이 <토종이 자란다> 김혱영 선생님의 생각이다. 진숙선생님, 한별선생님이 함께 씨앗마다 심는 시기와 방법 채종 방법을 함께 들으니 더 신이난다. 학교 안에서 사라져가는 토종씨앗을 함께 지킬 선생님들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하지 않았는가? 귀하게 얻은 씨앗들 귀하게 키워 꼭 씨앗 나눔을 해야 할 것이다. 일요일도 마다하지 않고 필요한 배움이 있으면 찾아다니는 젊은 선생님들이 열정이 멋지다. 이런 열정이 보태져 공동체가 살찌는 것!
어제는 큰 아들 자서전 발표가 있어서 금산에 내려갔다. 열아홉 청년들은 논문을 쓰기에 앞서 자기 돌아보기로 자서전을 먼저 발표하는데 스스로 모습을 돌아보는 모습이 정말 깊이가 있다. 자신의 아픔과 직면하는, 자신의 현재 모습과 직면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감동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 해방된 교육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국가 권력에 묶여있지 않기에 청년들이 참 자유를 누릴 수 있고 그러하기에 저마다 가지고 있는 빛깔대로 자기 빛을 찾아갈 수 있으리라. 자유로운 학교 공동체와 믿을 만한 어른들과 살며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며 자기의 길을 찾아가는 것, 함께 이기에 가능하리라. 어제 푸른샘부모님들이 학교에 모였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들어서며 모든 것이 돈으로 그 값을 치르고 돈으로 스스로 가지고 있는 일할 수 있는 능력도 다른 이에게 사게 되는, 하여 쓸모 있는 것을 만들기보단 소비에만 열을 올리고 쓰레기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산더미처럼 만들고 돈만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공동체란 이름으로 사라져간 두레를 살려 다른 가치로 아이들이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선생님 부모님들께 부담을 주었다. 하필 가장 뜨거운 날, 책상에 사포질 페인 곳 매우기, 기름칠하기, 직조틀 만들기, 칠판 만들기, 일하는 식구들 기쁘게 밥상 차리기 들이 이뤄졌다.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옆에서 돕고 삶을 배웠다. 마땅히 일을 부탁한 모둠선생이 함께 해야 하지만 다른 일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했다. 부모님들께 많이 미안하고 많이 고맙다. 우리 부모님들이 보여주시는 모습은 두레의 부활이다. 아, 푸른샘 칠판에 백묵으로 글을 써야 하는데 깜박하고 백묵을 안 샀다. 초록의 칠판에 그려질 그림들, 눈이 즐겁다. 학교, 마을, 지역 공동체의 부활과 자립이 아이들 삶을 아름답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