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그렇게 더운 증상은 퍼지지 않았습니다.
시절은 유월말로 치달으나 뜨듯미지근한 안개들이 아침을 덮고 표정없는 한낮은
닥쳐올 불볕을 준비하느라 지리멸렬한 리허설로 잔뜩 신경만 곤두셨습니다.
누가 뭐라고 어떻게 산다해도 세상을 태워버릴듯한 여름은 오고 그 여름사이로
많고많은 사연들은 찜 쪄지듯 익어 굳어질 것입니다.
고 3 때 담임 선생님이 새벽 조깅길에서 불의의 사고로 가족과 제자를 뒤로 한지 벌써 십년이
지났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사모님의 슬픈 얼굴에 눈물을 훔치던 기억이 아직 잔영에 남았는데
이제 그 가족들은 슬픔을 딛고 행복해 보입니다.
그 막내딸이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사모님이랑 들렀습니다.
때마침 인기드라마 하는 시간이라 볼일을 제쳐두고 드라마에 몰입하는 사모님은 편안해
보였고 딸은 엄마를 배려하는게 여간 예뻐 보이질 않습니다.
"굳세어라 금순아" 라는 드라마에 사모님과 제자는 주거니 받거니 추임새라도 넣는 마냥
푹 빠졌습니다. 아마도 이젠 제자와 사모님은 같이 늙어가는 구세대 인것 같습니다.
딸은 재미 없다하고 지 엄마는 하루를 드라마 기다리는 재미로 때운다 하고..^^
없는 사람이나 있는 사람이나 삼시세끼 밥은 어째도 먹고 울고 웃는 인생 드라마의 결말도
다 아시다시피 정해져 있습니다.
영속적인 이 세상에 우리는 짧게 살거나 길게 살거나 인생이라는 시나리오에 많은 출연진을
등장시키고 많은 재물을 재어서 사는동안의 호의호식을 인생목표로 질주합니다.
그래서 잘 달린 사람들은 상장도 받고 부상으로 풍요한 삶을 약속 받았습니다.
잘 아는 젊은 여자가 있는데 어느정도 낯이 익고 말이 오가니 스스럼 없이 "언니 " 라고
부르며 사근박 스리 다가오던 여자 였습니다.
객지에서 여기로 흘러들어 곰탕집을 했는데 초년고생끝에 지금은 지방에선 돈푼깨나 있는 축에
끼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이 여인은 과연 부티를 내는데 인색함이 없었습니다.
졸부의 맹점을 유감없이 발휘 하는데 역시 돈이 사람 잡는거 맞습디다.
참으로 인간이 간사 하더이다..
내게 대하는 무례한 어투며 오만방자한 태도며... " 얘, 너 낼 부터 교회나 절에 가서 신공 좀
바쳐라. " 더 늦기전에 처방을 내렸더니 절이던 교회이던 눈썹아래 눈이 더랩니다.
몰라서 그렇지 힘든 사람들의 웃음이 더 함박 웃음 입니다.
지금은 없는이 들이 견디기는 좋은 계절 입니다. 갑갑해 벗어던진 옷가지는 삶의 껍데기 입니다.
더 내보일것도 거둘것도 없는 이들은 여름을 태워서 거름 만들고 가을에 삶을 단속곳 할것 입니다
정해진 기한까지 사는 사람들이니 너무 배부를려는 애착을 가지지 말라고 사모님은 웃으며
일러주십니다. 너무 조급히 성질내지 말라고...
여름에 태어났지만 여름이 싫은 나는 올 여름엔 여름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습니다.
첫댓글 여름에 담겨진 인생 이야기 잘 앍었습니다. 여름에 태어났는데 여름이 싫은 것 나와 똑 같군요. 긴 여름이 언제 지나갈는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네요. 장마. 태풍. 더위. 땀 ...... 그러나 잘 견뎌내야지요. 장사 잘 되시기 빕니다.
이 더운 여름 언제 지나 갈까 생각하다 보면 곧 가을인 것을요. 여름은 겨울에 비해 금방 이라는 것을 저는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없는 사람 살 판 나는 세상이 여름이 아니겠는지요. 뚱뚱보 체구의 사람들이 헉헉거리며 여름을 못 이기던데, 혹시 그럼! 철학이 담긴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여름을 자세히 들여다 보시겠다는 톰보이님 , 만난 일은 없지만 잠시 그리워 지네요. 갑갑해 벗어던진 삶의 껍데기 다시 주워 입고 싶진 않은데 때론 내 의사완 상관 없이 무거워도 벗지 못하고 두덕두덕 껴 입고 있어야할때 서글 프죠. 늘 올린 글이 제 맘에 감동 됩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