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병 후 처음 맞는 외출. 두 번이나 소생술을 받고도 깨어나신 울 엄니... 절대자에게 감사한다.^^
엄니~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다고 그랬잖아. 힘내고~ 맘마 마니 먹고~ 아랏쮜~~~~~~ *^^(07.03)
※ (사진은 모두 다섯 장 입니다. 왼쪽으로 밀어서 펼쳐 보세요)
2007.02.20 12:30 낮 면회 때 H대학병원 외과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엄니 모습. 병원에서 돌아가실 것 같다고 전화해 새벽에 울면서 달려가던 순간은 잊을 수 없다. | 2007.02.28 03:50 의식을 되찾아 일반병실로 옮긴 첫날 밤 곁에서 지내며 기념으로... | 007.03.18 13:45 병원에서 퇴원 후 첫나들이인 공지천 M-닭갈빗집에서. 창가 화분의 초록이들이 예쁘고 대견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종 구분 없이 모두 축복이다. | 다시 봐도 우리가 사는 곳은 신이 내린 은혜의 땅이다.ㅎ |
* 소양강처녀상 뒤로 보이는 아파트가 엄니와 내가 몸 담은 둥지다. 난 처녀상만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어쩜 저리도 아랫배가 볼록 튀어 나온 순박한 시골 낭자 모습일까.
* 엄니가 중환자실에서 이 주일(13일) 만에 일반병실로 나온 뒤 낮에는 큰누나가, 밤에는 내가 엄니 곁에서 같이 있어 주었다. 큰누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한다.
* 외출 *
"엄마~, 얼굴 씻자. 머리 빗고 바지도 갈아입어야지. 참! 기저귀도 새로 갈아야 하는데."
모처럼 엄니와 나들이 하기로 했다. 심폐소생술을 두 번이나 받으며 생사를 넘나들던 엄니가 퇴원 후 하는 첫나들이라 엄니도 나도 조금 들뜬 마음이다. 작은 배낭에 약과 물을 챙겨 등에 지고 엄니를 휠체어에 앉혀 현관문을 나서기까지 한 시간이 훌쩍 달아난 듯하다. 휴~, 예전 같았으면 10여 분이면 될 일을...
지난 2월 설 연휴가 막 시작할 무렵인 14일 밤 엄닌 나랑 목욕 하시다가 쓰러지신 후 오늘 바람과 햇살을 선물 받는 날이다. 불과 달포쯤 지난 시간이 까마득한 여행길에서 돌아온 듯하다. 휠체어에서 엄니를 부축해 우리 집 애마인 스타렉스 앞자리에 떠밀듯 간신히 앉혀드리고 휠체어도 싣는다. 모두 처음 겪는 일이어서 낯설고 서툴다. 다시 집으로 달려가 이동식 좌식 변기도 들고나와 뒷자리에 실었다.
호숫가를 따라 쭉 이어지는 강변길. 병원에서 살아 돌아온 엄니를 반기는 개선문인 양 소양 2교를 건넌다. 무지개 형상의 다리 아래 수면에 내려앉은 햇살이 별빛처럼 반짝인다. 엄니가 살아 돌아온 축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 소소한 일상에서 희열을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방향을 틀어 공지천으로 길게 이어지는 강변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바람 소리도 오늘은 정겨운 멜로디로 다가오고, 갓길 화단에 꽃눈을 틔우는 벚나무의 소곤거림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모두 엄니가 내 곁에 돌아와 감사하는 마음에 절대자가 보내는 사랑이다.
"엄마, 좋지~. 점심 뭐 먹고 싶어? 닭갈비 먹으러 갈까?"
"아무거나. 네 좋을 대로 하렴."
창밖을 응시하며 낯익은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는 엄닌 꿈만 같은지 무심히 대꾸하신다.
"공지천 쪽으로 가야지. 거기 우리가 다니던 집으로..."
그곳에는 규모도 크고 오래된 유명 닭갈빗집이 있다. 엄니를 모시고 가끔 찾아갈 때면 사장님 내외와 이모님들이 엄니와 살가운 눈빛 인사를 나누며 늘 가족처럼 대해주신다.
"엄마, 바람이 간지러워. 이렇게 손 내밀어봐."
내려드린 창문 밖으로 엄닌 손바닥을 펴 내밀곤 만감이 교차하는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엄닌 봄바람의 감촉과 갓길 화단 땅속에서 '할머니, 봄이잖아요~'하는 생명의 태동 소리를 느끼셨을까. 병원에서 퇴원 후 걷지도 못하는 몸으로 길을 나서니, 엄닌 전혀 실감나지 않는지 멍하니 창밖에 펼쳐진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신다. 불과 달포 전 병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던 몸으로 막내와 나들이하니, 그저 꿈결 같은지...
"얼마 만이냐, 밖에 나와 보는 게?"
"한 달, 딱 한 달 살짝 넘었어! 설 명절 사흘 전이었으니까."
기억을 잃어버린 엄닌 설 연휴의 악몽 같은 시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하신다.
공지천 다리를 건너 삼천동 어린이회관으로 가는 길옆 M 닭갈빗집에 닿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곤 우리가 앉을 자리를 살필 겸 들어갔다. 내실에는 이미 결혼식 하객 등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주방 앞 창가 테이블에 자리를 마련하고 엄니를 모셔 와 앉혀드렸다. 창가에는 분재와 다육이들이 파릇파릇 잎을 틔워 병원에서 돌아온 엄니에게 '할머니 다시 뵈어 반가워요. 힘내세요'라는 듯 푸른 희망을 안겨준다.
" 여기 닭갈비 2인분 하고 떡 사리 하나요~. "
" 참, 음료수와 가위도 하나 주시고요."
휠체어에 앉은 채로 테이블을 마주한 엄니 곁에 따라 앉았다. 이내 원판에 닭갈비가 올려지고 쌈 채소와 동치미가 곁들여 나왔다. 김을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갈비 냄새가 생(生)의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음식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는 감각은 절대자가 주신 가장 큰 선물이자 아름다운 축복이기에 말이다.
"엄마, 고구마 벌써 익었네. 떡은 조금 더 익어야겠다. 아직 좀 딱딱해."
닭갈비를 가위로 드시기 편하게 잘라 엄니에게 건네자, 젓가락질이 안 되는 엄닌 숟가락에 받는다. 마음 아프다.
"어여 너도 먹어~. 자꾸 잘라놓지 말고."
어눌한 말투로 엄니는 나에게도 얼른 먹으라고 하신다. 어미의 마음이다.
"엄마, 김칫국. 아~"
엄닌 손이 떨려 국물 음식은 모두 흘려서 입에 떠넣어 드려야 한다. 언제쯤 혼자 숟가락을 옮겨 드시려는지. 애써 웃음 지으려고 해도 마음이 착잡하다.
"엄마, 맛있지? 여기가 우리가 다니던 춘천에서 제일 큰 닭갈빗집이야. 맛있잖아, 그치?"
고개를 끄덕이며 가위로 잘게 자른 닭갈비 조각을 힘겹게 씹으시는 표정이 안쓰럽다. 전에도 가끔 찾았던 곳이지만 엄니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창가에 놓인 화분들이 뽐내는 싱그러운 자태가 오늘따라 부럽게 다가온다. 시들었던 식물들은 물을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생명을 틔워가는데. 엄닌 예전의 건강한 모습을 언제나 찾을 수 있으려는지! 결국 절반을 남긴 닭갈비를 랩에 싸서 자리를 떠야 했다. 엄니와 다시 차에 올라 집 근처 호숫가로 차를 몰아 소양강처녀상 앞에 차를 세웠다. 배낭에서 준비한 약을 꺼냈다.
"엄마, 약 먹어야지. 물약도, 물마시고... 엄마, 이거 입가심 호박엿!"
입술을 뾰족이 내밀고 약숟가락을 빨아먹는 엄니 모습이 젖먹이 아기 같다. 참 감사하다. 불과 며칠 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실 것 같아요. 가족들 빨리 병원으로 오세요'하는 전화에 새벽에 울면서 병원 중환자실로 달려가던 내가 엄니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니! 정말 꿈만 같다. 모두 엄니가 올곧고 어질게 살아오신 덕분에 절대자가 내린 가호(加護)와 은혜다.
" 엄마, 저기 좀 봐봐! 저게 소양강 처녀래. 아랫배가 뽈록 튀어나왔잖아."
" 웃기지. 처녀가 왜 똥배가 튀어나왔대~. 밥을 너무 많이 먹나 봐. 하하하"
" 어디, 그러게~. 요즘 처녀가 아닌가 보네. 옛날 처녀 같은데 옷맵시를 보니... "
" 엄마, 어디 저런 처녀 없을까? 난 저런 처녀가 좋은데. 하하하"
" 하하하 잘 찾아보렴."
모처럼 엄니가 밝은 표정으로 웃음을 던진다. 오늘따라 차창으로 스미는 강바람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살아있음은 진정한 축복이다. 가끔 엄니가 들려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더라"는 말씀이 새삼 가슴에 깊이 다가온다. 웃을 수 있고 오감을 느끼며 감정을 나타낼 수 있음은 세상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소중한 선물이기에 말이다.
소양 2교 호숫가에 우뚝 서 있는 '소양강처녀상'이 시골 처녀 모습이다. 저고리 고름은 바람에 날리고 치맛자락이 휘감겨 허벅지가 살포시 드러나는 모습이 볼 때마다 은근히 매력적이며 웃음을 자아낸다. 70년대 순박한 시골 처녀의 풋풋한 모습을 담아내어 마음에 쏙 든다. 엄니와 나는 잠시 '소양강처녀상'을 바라보며 모처럼 환한 웃음을 터트렸다. 창문밖으로 '소양강처녀' 노래비(碑)에서 나직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
"아하~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
"엄마, 이젠 집으로 가자. 오늘은 이만큼만 햇살과 바람을 받았으니 다음엔 걸어서 오자~."
다시 엄니와 집으로 향하는 길. 어디선가 우리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할머니~, 오라버니~ 기다려요~! 아잉~ 노래만 듣고 그냥 가면 어뜩케~!
밤마다 오라버니가 그리워서 애태우는데~.
할머니, 빨리 일어나 오라버니랑 걸어서 또 놀러오셔야 해요~!
2007년 3월 18일(일) 맑음 햇살이 눈부신 날
*** 엄니의 싸랑스런 막내가 ***
첫댓글
(26.10.27) 아직 글의 제목을 정한 것은 아니다. (임시로 정해 차츰 내용을 정리하며 다시 정할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