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9월에 함께한 숲탐방 (공주마곡사-김구향나무, 한국도로공사수목원)
그동안 수십번을 다니고도 무심히 지나친 광주시청의 조경수 중에 제주 구자에서 갖다 심은
구실잣밤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껍질을 까보니 생긴 것은 작은 도토리를 닮았지만 맛은 틀림없는 밤 맛입니다.
아침 9시 시청앞에서 구실잣밤 까 먹으면서 출발, 첫번째 목적지 공주 마곡사에 11시쯤 도착했습니다.
마곡사 입구에 들어서니 커다란 '여뀌'가 수줍게 꽃망울을 터뜨리며 반겨주네요.
'으름'이 어른 손바닥만하게 크게 열려 있네요.
마곡사 일주문에 들어서니 커다랗고 듬직한 나무들의 웅장함에 또 다시 놀랍니다.
세월의 풍상을 다 겪었을텐데 마곡사의 나무들은 그 세월을 비켜간 듯 몸체를 자랑하네요.
수많은 시간을 견뎌낸 나무를 혼자서 안아보기엔 세월의 크기가 달라서 힘들겠죠. ^^
역시나 혼자서는 무리라는 것을 ~~^^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결고리, 그 속에 수 많은 이야기들이 짜릿함을 내어주고
나무의 유전자 속에는 이곳의 역사가 오롯이 남아 있겠죠!
대광보전 빛바랜 단청과 마당을 두르고 있는 금관화는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데
아쉽게도 그 어울림은 사진에 담아내지를 못했습니다.
꽃봉오리가 열리면서 우아한 왕관을 닮았다하여 '금관화'
이 향나무는 김구선생 은거 기념식수로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황해도 안약에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후 은거하여 1898년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잠시 출가 수도하였던 곳으로 광복 후 김구선생이 이곳을 찾아 그 때를 회상하며 향나무를 심어 놓으셨다고 합니다.
바삐가던 시간도 잠시 발길을 멈춤니다.
겨울이 결코 춥지만은 않은 이유가 이곳에 있을법 합니다만.
저 풍경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만나볼 수 밖에 없는 곳, 경쾌한 물소리를 따라가다보면 길 위에 오후가 또 펼쳐지겠죠.
자리가 결정되면 허기가 급작스럽게 찾아옵니다.
밤막걸리 한잔에 취하고픈 나건용샘 이야기 또한 전설이 될때까지
한낮 단맛의 풍경은 내내 빛나고 있을 것입니다.
잘 차려진 가을밥상을 먹고 두번째 장소 한국도로공사수목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한국도로공사수목원은 공기업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수목원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자연환경을 복구하기 위해 조성한 비영리 수목원입니다.
자, 그럼 나무와 꽃의 정원 수목원을 둘러볼까요.
늘 자유롭고 싶은 건 동물도 마찬가지겠지요! 가장 먼저 버선발로 달려나온 청설,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달려왔는데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제가 이렇게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칠엽수열매' 껍질을 까면 밤처럼 생긴 열매 두개가 들어 있는데,
반질반질한 것이 요즘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우리집 아들 녀석들처럼 생겼답니다.
잘 익고 있는 모과가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하마터면 모과가 아닌줄
매혹적인 열매는 끝끝내 사람의 입까지 들어가고.....
그 맛은 소가 뒷발질 할만큼 떫었다는
식물에 며느리라는 이름이 나오면 늘상 떠오르는 이야기,
툭하면 며느리를 흉보던 어떤 시어머니가 나중에는 흉볼 것이 없어서
며느리의 발 뒷꿈치가 계란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흉을 봤다고 하는데...... 허, 허
어쩌다가 '며느리배꼽'이 시퍼렇게 멍이 든 것인지
숲해설가, 무서울 것 없던 어린시절처럼 겁 없이 뛰어듭니다.
도토리샘이랑 둘이서만 무환자열매 줍겠다고 아무도 모르게 다녀왔는데,
열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열리지도 떨어져 있지도 않고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고
어, 그런데 이 귀여운 '도둑놈의갈고리'가 온몸에 달라붙어 어딜다녀왔냐고?
토끼풀샘이랑 솔바람샘한테 오늘 딱 걸렸습니다.
절대적인 이 겸손한 장엄함 속에서 긍정적인 자세로 살고싶어집니다.
다음 기억은 이 길에서 시작됩니다.
오후 5시를 넘겨서 다시 광주시청앞, 가을이 온다는 소식이 널리 퍼집니다.
가을은 이렇게 또 사람의 눈으로 감당해 낼 수 없는 색으로
툭,
던져지네요.
숨이,
멈출정도로.
첫댓글 각시둥굴레 숲탐방위원님~ 글과 사진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수고많으셨어요^^
그렇게 툭, 던져진 가을 저도 즐기렵니다~~.생생하고 아름다운 후기 고맙습니다.
수필 한편을 읽고있는듯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