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
올해의 발표작
새들도 허공에서 날개를 접는다
김태연
새들도
날아가다
날개를 접는다
어느 방향 어느 가지 붉은 발목 쉬어 갈지
허공에
숨을 매단 채
날개 잠시 접는다
가다가
쉬어가도
멈추지를 않는다
부러진 발톱일랑 비바람에 뿌려주고
바람이
떠미는 대로
중심 죄어 다잡는다
들메끈 동여매고
드높이 치솟다가
길에서 길을 얻는 눈 밝은 새가 되어
아득한
고요 속으로
귀를 접고 떠간다
신작
눈물길 내시경
이 길도 막히면 동굴을 뚫는대요
막다른 터널처럼 눈물길 삭막한 날
마중물 내리퍼붓듯 펌프질만 답일까요
감꼭지 톡 떨어진 배꼽은 마르나요
난 자리 움켜쥐다 늑골이 또 시려와요
슬픔도 샘이 마르면 모래사막 아닌가요
마냥, 울고플 때 참는 것도 병 되지요
깊은 샘 두레박 내려 메아리 듣는데요
그리움 바위만 해서 길이 막힌 거래요
옹이
구불구불 파 들어간 애벌레 길이다
지나던 산새가 쪼아낸 살점이다
갈비뼈 굳은살 박아 못이 된 앙가슴
둥글게 지나온 길 단면으로 얇게 저며
미로처럼 어지러운 포물선 따라가면
바람도 잠재운 고요 감겨오는 탯줄이다
도끼도 찍지 못할 단단한 그루터기
꽃 피고 새 우짖는 짙푸른 기억마다
때 없이 흔들리지 않을 흙으로 산 그 이름
<대구시조> 2023. 제27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