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잘 물어봐줘서 이렇게 갈 수 있게 된거야"
우중충한 날씨, 어쩐지 비가 올 것만 같은 날씨였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흐림으로 되어있던 날씨 기호가 비구름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남자 어르신들의 나들이이자, 마지막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차로 이동하는 도중, 어르신들도 신이 나셨나봅니다. 구 어르신과 박 어르신은 서로 옥신각신 힘에 대해 이야기들 하셨습니다. 박 어르신의 ‘나이(말)로 하면 지지만 힘으로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말에,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며 구 어르신께서 맞받아 치셨습니다. 결국 두 분은 모래사장 가서 씨름 한판 해야겠다고 웃으시며 상황을 마무리 하셨습니다.
차로 한참을 이동하고 있는데, 박 어르신께서 갑자기 이 중에서 대장이 누구냐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우리는 서로 장난스럽게 웃으며 모세 실습생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박 어르신은 무언가를 말하게 할 때 리더 혼자 여러 가지를 정하게 두는 것은,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여자 어르신들 나들이 갔을 때를 생각하며, 모세 실습생이 노래를 틀어도 괜찮겠냐고 여쭈어 보자 박 어르신은 “괜찮어 말소리가 좋잖아”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서로 나긋나긋 이야기하며 소통하고 웃는 상황이 좋으셨나 봅니다. 이렇게 차 안에서 서로 웃고 떠들다 보니 아침에 우중충했던 기분도 사라졌고 어느새 어르신들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계속 하다 보니 어느새 격포 해수욕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격포 해수욕장에서의 물놀이
차에서 내려 바닷가로 향하려 하자 이 어르신께서 “여기 아니여 더 가야해”라고 하시며 조금 언짢아 하셨습니다. 아마 이 어르신께서 생각했던 장소와 다른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일단 우리에게 먼저 가서 놀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들께서 모두 오지 않으신 상태에서 이씨 형님과만 바닷가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이씨 형님과만 바닷가에 들어가서 놀아도 되는건지 애매하게 고민하고 있는 어정쩡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조금씩 물을 튀기다 보니 이씨 형님도 우리에게 조금씩 물장난을 치시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보니, 모두가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어있었습니다. 아마도 어르신들보다 우리가 더 신이 났었나 봅니다.
한참을 물놀이에 빠져있다 보니 박상빈 선생님, 이 어르신, 구 어르신이 웃는 얼굴로 걸어오셨습니다. 복장을 보니 물놀이를 위해 단단히 준비하신 듯한 모습이셨습니다. 박상빈 선생님께서도 두 분을 보고는 “머리색만 검은색이면 몇 십 년 전으로 돌아 간 것처럼 보이시겠어요.” 라고 감탄하셨습니다. 그러자 두 분은 쑥스러우신 듯 손 사레를 치셨습니다. 무표정이셨지만, 내심 기분이 좋아 보이셨습니다.
본격적인 물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어르신께서는 가만히 있어도 물에 떠밀린다며 파도에 몸을 실어 즐기셨고, 박상빈 선생님은 물에 뜨는 방법을 알려주시겠다며 몸소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또 박 어르신께서는 바위에 나있는 해초들을 궁금해 하시며 구경하셨고, 서로 물속에서 씨름을 하는 사람, 나와서 모래성을 쌓는 사람, 다양한 방법으로 해수욕을 즐겼습니다. 그 모습들을 잠시 멀리서 지켜보니 처음 애매했던 분위기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작은 서로 머뭇거렸지만 끝은 모두가 함께 웃으며 물을 뿌려대는, 신나는 해수욕이었습니다.
해수욕을 마치고 돌아가려하자 이씨 형님은 뭔가 아쉬운 듯 보였습니다. 나들이를 오기 전부터 이야기했었던 바나나 보트 때문이었습니다. 그 아쉬움이 커 보였는지 박상빈 선생님께서 민성 실습생에게 보트 요금표를 보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요금을 아시고 난 이씨 형님은 한명 더 같이 탈 사람 돈도 내줄테니 같이 타자고 하셨습니다. 민성 실습생이 가위바위보에서 승리하며 그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씨 형님은 매우 상기된 표정으로 기대가 된다며 좋아하셨습니다.
바나나보트를 타러 갔는데 3명 이상만 태워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조금 짧은 코스로라도 어떻게 안 되는지 물었는데, 알겠다고 하시며 보트에 올라타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추억 만들게 해주신 사장님들께 감사합니다.
신나게 바나나보트를 타고 다시 물 위로 올라왔는데 이씨 형님께서 너무 재밌었다는 말을 반복하셨습니다. 나들이를 계획하기 전 이씨 형님을 만났을 때, 바나나보트 이야기를 하시며 기대하셨는데, 그 기대를 채우신 것 같아 우리도 덩달아 기뻤습니다.
물놀이를 모두 마치고 샤워를 한 후,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바지락 전문점으로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러 갔습니다. 메뉴 선택은 나들이 전 회의 때 어르신들과 이 형님께서 하셨지만, 식당은 우리가 알아보고 어르신들과 이 형님께 추천했었기 때문에, 입맛에 맞으실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칼국수는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어르신들과 이 형님께서도 밥까지 말아 가시며 맛있게 드셨습니다. 맛있게 드셔 주셔서 우리도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새만금 방조제 드라이브
점심을 먹고 난 뒤, 마트에 들러 새만금 방조제에서 쉬어가며 먹을 간식거리를 사고, 새만금 방조제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모두 새만금 방조제에 대해 잘 알고 계셨습니다. 이 어르신께서는 방조제의 면적이 군 두 개 정도의 면적은 된다고 하셨고, 그 말에 박상빈 선생님께서는 쌀 농사 지으려고 공사했는데 이제는 쌀이 넘쳐나서 못 파는 상황이 되었다며 아쉬워 하셨습니다. 또한 김제가 더 발전하려면 큰 하천이 있어야하는데 없어서 발전하기 힘들다는 말씀들을 나누셨습니다.
방조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가 중간에 쉼터 같은 곳이 있어 거기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시며 깊은 생각에 잠기시는 듯 했습니다. 그 모습이 멋있어서 민성 실습생이 사진 찍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흔쾌히 포즈를 취해 주셨고, 또 하나의 멋진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이 어르신께서, “찍은 사진 모두 인화해서 가져다 줘”라고 하셔서 민성 실습생이 “기관에서 인화할 수 있는 사진 개수가 제한이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어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어르신께서는 “비용은 내가 다 부담할테니 다 뽑아줘, 젊었을 때 찍었던 사진 앨범이 다 없어졌어, 이제부터라도 사진을 모으고 싶어서 그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진 잘 찍고 예쁘게 인화해서 가져다 드려야겠습니다.
새만금 드라이브 이후
각자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도 하시고, 생각에 잠기시기도 하다가 다음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무녀도에 잠깐 들러서 낚시하는 사람과 신기하게 깎여진 암석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처음 와보는 곳이라고 하시며 낯설어 했습니다.
가는 길에 군산에 들러서 유명한 빵집에서 시원한 팥빙수와 빵을 먹고 가자는 박상빈 선생님의 제안에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이성당까지 가는 길에는 물놀이로 피곤했는지, 다들 조금씩 잠을 청했습니다. 피곤하실텐데도 내색 않으시고 안전하게 운전해주신 박상빈 선생님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성당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습니다. 2층 카페에 자리를 잡고 팥빙수와 빵을 먹었습니다. 이씨 형님께서 흔쾌히 간식을 사시겠다며 한턱 내셨습니다. 덕분에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빵을 먹는 와중에 ‘제빵왕 김탁구’ 이야기가 나왔는데, 박상빈 선생님께서 그 드라마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이 이성당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드라마가 꽤나 유명했었는지 다들 잘 아시는 것 같았습니다. 단팥빵과 야채빵이 유명하다고 해서 그런지 그 두 빵을 가장 잘 드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말암 어르신께서 “재밌었냐?”라고 물으셔서, 우리는 “네 정말 재밌었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럼 됐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어르신들이 재밌으실 나들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르신들께서도, 같이 가는 우리들이 재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고 신경 써 주신 어르신들 덕분에 저희를 위한 나들이를 다녀온 기분입니다.
남자 어르신들 나들이까지 잘 다녀왔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즐겁게 잘 다녀와 너무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어르신들에게 또 다른 추억을 하나 만들어 드렸고, 우리에게도 또 다른 추억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이번 나들이를 통하여 어르신들끼리 추억을 공유하며 관계가 잘 형성되어 또 다시 나들이를 가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들도 참된 나들이의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인사드리는 과정부터 나들이를 다녀오는 과정까지, 어느 것 하나도 우리 중심이 아닌 어르신들께서 생각하고 선택하실 수 있도록, 주체적인 나들이가 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많이 고민했던 만큼, 우리들에게도 큰 의미가 되었던 나들이 사업이었습니다. 실적이 중심이 되는 나들이가 아닌 당사자들이 얼마만큼 나들이에 기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끝마무리까지 나들이 사업이 어르신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덕분에 나들이,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