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靑石 전성훈
때가 되면 싫든 좋든 한동안은 혼자 살아야 한다. 홀로 지내는 시점이나 그 기간은 저마다 처한 여건과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부모와 한 가족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다가 성인이 되면 집을 떠나거나, 적합한 배우자를 만나면 결혼하여 가정을 꾸민다. 물론 동서양 또는 인종 혹은 민족과 지역의 문화와 풍습에 따라 차이와 다름은 있다. 결혼에 뜻을 두지 않거나, 어떤 이유나 사정으로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할 수 없어 홀로 사는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도 1인 가구가 5백만 명이 넘고, 1인 가구의 60% 이상이 중년과 노령층이라고 한다. 게다가 몸이 아프거나 사고나 사정이 생겨서 도움을 받거나 연락할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결혼하고도 이런저런 사연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기도 한다. 근무지가 사는 곳과 너무 멀리 떨어져서 별수 없이 주말부부 노릇하는 사람도 있다. 매스컴에서 자주 언급된 별거 부부의 하나는 외로운 기러기 아빠 이야기다. 자녀 교육 때문에, 배우자와 어린 자녀가 외국에 나가 살고, 남편이자 아버지는 여기에 남아 경제적인 뒷바라지를 하는 경우이다. 그렇게 헤어진 가족은 때가 되면 다시 합쳐지지만, 간혹 슬프게도 완전히 갈라서기도 한다. 오랫동안 갖은 풍상을 겪으며 미운 정 고운 정이 들면서 부부생활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 자연의 뜻에 따라 배우자가 먼 길을 떠나면 남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홀로 지낸다. 홀로 남은 사람이 여성일 경우는 건강과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그다지 문제는 없다. 하지만 남자가 혼자되면 이런저런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여성과는 달리 집안의 크고 작은 일상생활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아서 혼자서 끙끙거린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주변의 선배 중에 혼자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 홀로된 남성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음식 문제이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요리도 잘해서 특별히 문제가 없는 듯한 데, 70세를 넘긴 노인세대에서는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 흔치 않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나 동창을 둘러보아도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정말로 손꼽을 정도이다. 대개는 아내가 차려준 밥과 음식을 먹고 설거지하는 수준이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면 괜찮은데, 나처럼 전혀 관심이 없거나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은 시장 또는 마트나 인터넷을 통해서 반찬거리를 살 수밖에 없다. 뭔가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외부 모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요리 다음으로 중요한 게 빨래이다. 나를 포함하여 주변에 세탁기를 직접 가동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 그야말로 놀고 지내는 한량인지 아니면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세탁기는 복잡한 기계도 아니기에 몇 번 직접 돌려보면 금방 터득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다. 그 외에 집 안 청소는 딱히 문제가 될 리 없고,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거나 분리수거는 귀찮아하지 않으면 힘든 일은 아니다. 노년에 홀로 살면서 겉으로는 창피하고 남세스러워 말하지 않지만, 남성의 경우 본능적인 성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노년의 고민거리라고 매스컴에서 보도한다. 뭐니 뭐니 해도 홀로 사는 노년 남성의 이런저런 어려움 중에서 가장 극복하기 힘든 게 고독감이라고 한다. 성격상 개인별 차이가 있지만, 고독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집에서도 스스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자기만의 방식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 콕 틀어박혀 있는 태도를 바꾸어서 탈출해야 한다. 집 바깥으로 나가 친구나 지인을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종교단체에 들어가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동네 경로당이나 버겁지 않은 운동 동아리에서 사람들과 사귀는 게 바람직하다.
얼마 전에 집안 사정으로 본의 아니게 5일간 홀로서기 연습을 하였다. 세탁기는 빨랫거리를 모아서 한번 돌렸다. 밥 짓는 일은 늘 하므로 전혀 걱정이 없고, 반찬은 아내가 마련해준 것을 적당히 나누어 먹었다. 친구를 만나러 외출하고 지인 술자리 모임에도 참석하였다. 세상일이란 게 마음먹는다고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까, 어느 날 갑자기 닥치면 닥치는 대로, 홀로서는 일에도 겁을 먹지 말고 함께 걸어갈 동무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2024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