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산 선재길 내 마음을 훔치다,
하늘이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날 영동고속도로를 바람처럼 달려 도착한 곳 오대산 상원사... 비로봉을 오르기 위함이 아니라 선재길을 걷기 위해서라네요.
상원사를 대충 둘러보고 선재길에 접어드니 단풍놀이 온 나그네 단풍멀미에 정신줄 놓고 오대산 계곡을 풀방구리 집드나들 듯 들락거리며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듯 왔다 갔다 하며 보낸 하루를 네모안에 스케치해 이 곳에 포스팅 합니다.
말이 필요 없는 오대산 선재길의 단풍 비록 눈으로 보는 것과의 차이는 극명 하지만 지금까지의 단풍은 모두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었지요...
번뇌가 사라지는 계단을 올라 상원사 경내에 들어서니 등산복 차림의 나들이객과 신도들이 섞여 절마당에도 단풍이 들었다...
이곳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이들과 선재길 월정사로 가는 이들이 흩어지는 기점이 되겠다...
오대산의 단풍이 절정으로 물들고 상원사 위로 가을 하늘이 맑고 푸르다.
푸른 하늘엔 바람의 손으로 편집된 하얀구름이 평화롭게 흘러간다...
조선 세조와의 설화를 간직한 오대산 상원사는 소박한 정결함을 지닌 정원 같은 절이다.
문수전 앞 5층석탑 둘레엔 작년과 변함이 없다. 소원과 염원을 적어 걸어 놓은 카드와 장식품이 울타리 처럼 쳐져 있고...
고양이 석상 뒤의 단풍 한 그루는 화려하게 물들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전각 오대산 상원사는 5대 적멸보궁이라 하는데 보통 주된 사찰과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통도사와 봉점암 정암사가 그러한 반면 상원사의 경우 적멸보궁을 답사하려면 비로봉을 향해 1.4Km를 더 올라야 한다...
주차장에 내려오니 늦은 시간인데도 단풍객은 끝없이 밀려온다. 왼쪽이 상원사 사람들 뒤로는 두로령 오르는 임도가 되겠다..
난 이 풍경을 찍고 뒤돌아서 선재길로 내려선다.
헌데 작년에 왔을때보다 단풍이 곱지 않다. 작년엔 10월 12일에 왔었고 올핸 18일 작년보다 기후 조건이 좋지 않아서일까 거기다가 공사하는 구간도 있어 조금 어수선 하다...
고운 가을 햇살이 숲을 파고 들어 계곡에 스미고 화려한 단풍잎을 투과하여 산객의 가슴 속 깊숙히까지 파고든다.
숲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깨달을을 얻는다는 선재길은 불교의 화엄경에 등장하는 '선재'라는 아이의 이름에서 비릇 되었다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곳을 걷자니 마음마져 차분해 지고 자연 풍경에 동화되어 가는 내 모습을 발견 한다...
선재길 구간에서 이곳 섶다리 부근의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 왁자지껄 하던 사람들의 말소리가 줄어들고 대신 사진 찍는 소리와 짧은 감탄사가 여기 저기 들릴뿐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모두가 매료된 듯 하다...
‘… 찬바람 불고 서리 오기 전에/ 어디로 갈까/ 걸망 메고 망설이다가/ 가부좌 틀어 눈 감으니/ 바로/ 이 자리가 그 자리인 것을 내 어찌하여 그렇게도 몰랐을까.’
(‘오대산 가는 길’ 일부)
선재길도 그렇치만 길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그렇치 않으면 자연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이길 영원히 끝나지 않았음 좋겠다... 오대천을 따라 빨강 노랑의 단풍의 사열을 받으며 걷는 나그네 마음도 온통 원색으로 물들었다..
산세 깊은 강원도의 해발 700~800m의 지대임에도 완만하고 계곡도 깊은 곳이 많지 않다. 사찰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를 접하고 있어 간간이 지나는 차량이나 등산객의 발소리도 들리지만 짧은 소음 뒤에 찾아오는 새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는 오래 여운이 남는다.
계곡을 따라 때로는 왼쪽으로, 때로는 오른쪽으로 놓인 길은 이따금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끔 한다. 지금껏 걸어온 인생의 길도 돌아보게 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에도 얕은 물 위에 가로질러 놓인 징검다리에도 눈길이 오래 머문다. 숲에서의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어디가나 꼭 저런 사람들 있다... 이 아름다운 가을날에 자연이 주는 선물만 받아도 배가 부른데 음식을 바리 바리 싸들고 와서는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해 놓은 전망 데크에 퍼질러 앉아 다른 이들의 곱지 않은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니...에휴...~~~
선재길을 ‘치유의 길’ 또는 ‘깨달음의 길’이라고도 부른다는데 상원사를 출발해 선재길이 끝나가는 자장암까지 왔는데 치유와 깨달음은 모르겠고 걷는 동안 만큼은 온갖 상념과 번뇌는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린것 같았다...
이제 발길은 선재길을 빠져 나와 천년고찰 월정사로 들어선다...
13회 오대산문화축전이 끝난 흔적이 남아있는 산사의 뜨락을 걸어 나와 천년의 숲으로 간다...
한 마리 다람쥐가 흔들어 놓은 풀잎 소리 청량하고 바람길 따라 지줄대는 화사한 나뭇잎은 아름답다.
휘돌아 친 저 붉은 길로 들어서면 또 다른 시공간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다.
걷는다.
숲이 내어준 신비의 길이니 주저할 것 없이 그냥 걷는다. 한 발, 두 발, 세 발. 침묵은 더 깊어만 간다.
전나무 가지에 걸린 이야기 한 토막 되뇌이며 세속의 찌든때 한 줌 바람에 날려 버린다...
|
첫댓글 가고프네요 단풍과 어우러진풍경 속을 만꺽 거닐고싶소 그속에 가을향기를취하면서 세속에 오염된 이내몸 깨끗이 정화시켜 주웠소서 감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강원도의 유명 산들은 이제 단풍이 절정으로 물들어
뭇 사람들의 마음과 시선을 사로 잡고 있었지요..
가을 사냥을 떠나기에 더 없이 좋은 날들입니다.
선재길의 단풍이 정말 곱군요.
상원사의 풍경은 하늘까지 받혀 주네요.
수려한 풍경 만큼 좋은 글솜씨가 여행의 묘미를 더해주네요.
매우 즐감합니다.
오지 않을것 같던 가을이 오고
설악의 단풍 소식을 들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것 같은데
벌써 가을은 깊어 가네요..
오대산 선재길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았더라구요..
설악에서 출발한 단풍이 남하해 남부로 달리면
저 사람들도 같이 묻어갈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단풍이 아니어도 가을 나들이 자체가 즐거움이었지요....
너무 아름다운 단풍사진 잘 보고 한수 배워가지고 갑니다
가을 햇살과 가을 바람이 속삭이던 오대산 선재길
집에와서 사진을 들여다 보니 참으로 좋았던 하루였던 같습니다...
깊어가는 이 가을 날마다 행복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오대산의 단풍입니다. 멋지네요.
버스를 타고 상원사에서 내리니 공기가 얼마나 상쾌하던지
전나무에서 풍기는 피톤치드가 심신을 맑게 해주고
단풍 물든 선재길은 힐링이라는 단어를 아끼지 않게끔 해주어 좋았습니다.
심산유곡의 단풍과 푸른 하늘... 달려 가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