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터널을 나오자 내방을 환영하는 몽블랑 연봉, 곧 구름으로 가렸다
▶ 2012년 7월 15일(일), 오전에는 맑음, 오후 샤모니는 비
- 프랑스, 안시(Annecy), 샤모니 - 몽블랑(Chamonix Mont-Blanc)
남들처럼 바스티드 호텔 올리브나무 아래에서 잘 히야시 된 샴페인을 곁들여 한껏 우아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샤모니를 향한다. 아침식사비가 얼마나 될까? 아들은 괜히 알았다가 먹은
것 소화가 되지 않을 터이니 나중에 아시라고 한다.
우리는 호젓한 산속 길을 달려 산골 베르동을 빠져나와 마노스크(Manosques), 시스테롱
(Sisteron),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몽(Monestier de Clermont), 그레노블(Grenoble), 안시
(Annecy) 외곽을 차례로 지날 것이다.
오리털 패딩 점퍼의 명품 브랜드인 '몽클레어(Moncler)'는 우리가 지나는 산악지대인 모네스
티에르 드 클레몽(Monestier de Clermont) 마을의 앞 글자에서 따왔다고 한다. 1950년대 산악
원정대들이 즐겨 입으면서 유명해졌다.
베르동에서 샤모니 가는 길. 436㎞에 이른다. 그중 300여 ㎞는 눈으로 가는 산행이다. 프로방
스의 하늘은 구름한 점 없이 맑다. 고갯마루에 이르자 멀리 알프스의 연봉이 아스라이 보이고
구름은 거기에서 놀고 있다. 원근 전후좌우로 파노라마의 장관이 펼쳐진다. 아이맥스 앵글의
줌인과 장면의 페이드인 페이드아웃이 숨 가쁘게 전개된다.
기봉의 암봉들을 무수히 스쳐 지나간다. 저 봉우리를 어떻게 오를까? 으레 하던 버릇으로 등
로를 가늠해 본다. 이런, 완만한 슬랩 찾기 전에 다른 암봉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아서
라, 그만 둔다. 그래도 손바닥에 땀이 괸다. 아내는 나더러 이곳에 태어나지 않기 천만다행이
라고 한다. 저 봉봉을 다 돌아다니려면 그 아니 쌔빠질까 해서다. 분하지만 내 생각도 그러하
다. 분명히 가도 후회하고 안 가도 후회할 산들이니.
도로변 간이주차장에다 잠시 차 대고 차근하니 뭇 봉을 감상한다. 살살 부는 바람이 제법 차
다. 내가 암봉을 바라보더니 지레 겁먹어 추위를 타는가 했는데 그보다는 어느새 해발
1,000m를 넘게 오른 것이다! 고원을 한참동안 내려 그레노블을 지난다. 스펙터클한 대작은
차츰 절정으로 치닫는다.
인터미션. 안시를 들린다. 중세이후 융성했다는 고도(古都)다. 스위스가 가까워서인지 스위스
냄새가 물씬 난다. 시내가 한산하여 오늘이 일요일(주일)이라서 철시했나 보다 여겼는데 사람
들이 구 시가지 안시 호수(Lac d'Annecy)에 몰려있다. 엄청 큰 호수다. 호수 위로 멀리 구름
감싼 알프스의 모습이 장엄하다. 호수 주변의 나무 또한 노거수 일색으로 볼만하다. 이곳 화
단에서도 흔하게 무궁화 꽃을 본다. 반갑다.
안시에서 샤모니까지 거리는 100㎞ 남짓이다. 자주 내야 하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이렇듯 대
자연공원의 입장료라 여기니 싸다. 무지개 터널을 연속해서 지난다. 날씨가 변덕부린다. 비는
뿌리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산정은 구름에 가렸다. 터널 지나자 갑자기 구름 위로 삐쭉 솟은
만년설 덮인 몽블랑의 연봉이 눈앞에 나타난다. 우리 가족의 내방을 환영하는 모습이다. 황송
하다. 곧 구름에 가린 건 어서 오시라 하고 안채로 들어간 것.
1. 샤모니 가는 길에서
1-2. 엉겅퀴
1-3. 샤모니 가는 길에서
2. 샤모니 가는 길에서
3. 샤모니 가는 길에서
3-1. 샤모니 가는 길에서
4. 샤모니 가는 길에서
5. 샤모니 가는 길에서,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몽 근처
5-1. 샤모니 가는 길에서,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몽 근처
6. 샤모니 가는 길에서,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몽 근처
7. 샤모니 가는 길에서,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몽 근처
7-1. 샤모니 가는 길에서,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몽 근처
7-2. 샤모니 가는 길에서,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몽 근처
7-3. 샤모니 가는 길에서,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몽 근처
7-4. 샤모니 가는 길에서,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몽 근처
18시 20분. 샤모니 도착, 도중에 안시를 들린 것을 포함하여 베르동에서 오는 데 9시간 걸렸
다. 샤모니는 어둑하다. 비가 막 쏟아진다. 숙소는 몽블랑 자락에 위치한 ‘공식 유스호스텔
(Auberge de Jeunesse)’이다. 차 문 열고 나섬과 동시에 계절은 염천에서 엄동으로 바뀐다. 우
리는 멋모른 한여름 홑옷 반팔차림인데 보이는 사람마다 두툼한 파카를 껴입었다.
방 배정받아 서둘러 짐 들이고 샤모니 탐색에 나선다. 시내는 유스호스텔에서 2㎞ 정도 떨어
져있다. 우리나라 설악동 같다. 다만 규모가 크다. 면면을 보면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그
중 일본인 단체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카지노(Casino)에도 들린다. 님스에서다. 처음에는
카지노가 무슨 도박장인가 하여 한판 땡겨볼까 하고 엿보았더니 물건 파는 슈퍼였다.
숙소인 유스호스텔 앞은 블랑 드 레뀌(Plan de l'Aiguille, 2,317m)가 우뚝하고 뒤는 에뀌 뒤 미
디(Aiguille du Midi, 3,842m)다. 흐르다 멈춘 대빙하 바로 아래다. 해발은 1,035m(샤모니 전체
의 고도다). 빙하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더구나 비까지 쏟아지는데 온전할까?
아들이 몽블랑 기상을 검색해 보았다. 우리 오를 곳에는 오늘 눈이 2cm 내렸지만 내일 산정
은 맑음이다.
이 밤 잠이 잘 오지 않는 건 무너져 내릴 듯한 빙하 때문은 절대 아니다. 밤의 샤모니와 몽블
랑의 숨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8. 샤모니 가는 길에서
9. 샤모니 가는 길에서
9-1. 샤모니 가는 길에서
9-2. 샤모니 가는 길에서
9-3. 샤모니 가는 길에서, 안시 근처
10. 안시 호수
11. 안시 호수 주변의 알프스 연봉
12. 안시의 팔레 드 릴(Palais de L'lle), 제네바 공작의 거처였다가 중세 때부터 19세기까지 감
옥으로 사용되었으며, 지금은 박물관이다
13. 샤모니 가는 길에서
14. 샤모니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