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해 쇼트트랙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운 빅토르 안(37·한국명 안현수)가 국내 복귀를 기정사실화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 출전이 금지된 뒤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 쇼트트랙의 대표팀 코치로 활약했던 안현수는 12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직 면접에 응했다. 성남시청은 그가 2007년 ~2010년 몸담았던 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안현수는 이날 밝은 표정으로 성남시청에 나타났으나,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면접 대기실로 들어갔다.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직엔 안현수를 포함해 모두 7명이 지원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 수상을 위해 연단에 올라서 손을 번쩍 치켜든 안현수(위)와 박수로 환영하는 러시아팀 선수들/유튜브 영상 캡처
안현수는 '쇼트트랙의 황제'로 불린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 3개를 안겼던 그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3관왕에 올랐다. 세계선수권 대회 5연패의 기록도 갖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로, 또 러시아 쇼트트랙의 영웅으로 이름을 널린 알린 그다.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는 2011년 당시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이 재정 문제로 빙상팀을 해체하자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당시 그는 쇼트트랙내의 파벌 싸움에 휘말려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 그는 자신의 마지막 꿈을 일궈냈으나, 도핑 의혹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되자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이후 지도자로 변신해 중국대표팀 코치로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나갔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다른 해외 대표팀으로부터 4년 장기 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국내 복귀에는 찬반이 엇갈린다. 지난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의 ‘라이벌’ 중국이 2개의 금메달을 따는 순간, 기뻐하는 그에게 반감을 품은 팬들이 적지 않다.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직에 지원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이 "니네 나라로 가라" "러시아인이 왜" "군대 안 가냐" "받아주면 절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안현수가 중국에 저항해 중국을 버리고 외국행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금메달을 따냈다고 마냥 찬사만 보내겠느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푸틴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안현수/사진출처:위키피디아
2021년 새해 인사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인스타그램 @go2v 캡처
성남시청의 빙상팀 코치 신규 채용은, 지난 2018년 지방 선거 당시 학생 선수와 학부모들을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등 선거 개입 논란을 빚은 손세원 전 감독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시작됐다. 코치 채용에 국적 제한은 없다고 한다. 이날 면접을 끝낸 성남시는 이달 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2010년 해체된 뒤 2014년 재창단된 성남시청엔 쇼트트랙 한국 여자 대표팀 간판 최민정, 김길리 등이 속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