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6일 금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
<말씀을 듣고 깨닫는 사람은 열매를 맺는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18-2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8 “너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새겨들어라. 19 누구든지 하늘 나라에 관한 말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아 간다. 길에 뿌려진 씨는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20 돌밭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들으면 곧 기쁘게 받는다. 21 그러나 그 사람 안에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그는 곧 걸려 넘어지고 만다. 22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그 말씀의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한다. 23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는데,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
우리는 좋은 땅이고 싶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어른들이 들려주었던 재미있던 옛날 얘기는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기억이 새롭습니다. 오성과 한음의 얘기는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한음이 일곱 살이 되던 여름이었는데 오성과 같이 시골 외갓집에 갔다가 동네 친구들과 같이 이웃 마을의 구두쇠 영감네 수박밭에 수박을 서리하러 갔답니다. 먹음직한 수박을 찾았어도 별로 없었고, 그나마 제일 좋아 보이는 수박도 너무 맛이 없어서 뱉어 버리고 말았답니다. 같이 수박서리를 간 친구들은 구두쇠 영감이 거름 줄 돈도 아끼느라고 밭이 메말라서 수박이 맛이 없고, 변변하게 크지도 못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리한 수박을 전부 메 때려 깨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성과 한음은 그날 밤에 수박 밭에 다시 가서 수박에 모두 말뚝을 박았다고 합니다. 구두쇠 영감은 대감 집 도련님들이 그런 장난을 하였다고 말은 많이 했지만 대들지는 못했답니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난 다음 해 여름에 다시 외갓집을 찾은 두 도련님께 구두쇠 영감은 큰 수박을 지게로 져서 가지고와 애기 도련님께 바친다고 하더랍니다. 작년에 말뚝 박은 수박이 거름이 되어 금년에는 대풍이 되었다고 하면서 땅을 거름지게 해 줘 늙은이를 가르쳐 준 애기 도련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하더랍니다.
농사를 지어보면 예수님의 말씀을 아주 잘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주님은 아주 자주 당신을 농부로 표현하시고, 농사를 짓는 방법을 통해서 하늘나라의 비밀을 자세히 말씀해 주십니다. 그리고 복음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깨닫는 것은 우리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정말 좋은 흙을 만드는 것은 순전히 농부의 탓이며, 복음 말씀을 듣고 복음말씀대로 살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우리들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좋은 땅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많은 수확을 내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좋은 땅의 조건에 대하여 잠시 묵상해 보았습니다.
1. 흙이 부드럽고 모래나 참흙이 적당하게 섞여 있어 물의 관수가 잘 되어야 합니다. 물을 오래 보관해야 하는 논은 흙이 부드럽고 찰 져야 하며, 밭 흙은 모래가 적당히 들어있어야 곡식이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잘 자랄 수 있습니다. 돌을 골라내고, 단단한 흙은 부수어 곱게 하고, 바위는 빼 내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일 때에도 너무 경직되게 하느님의 뜻은 생각하지 않고 세상의 일만 생각하면 돌덩어리처럼 굳어져서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생활이 건조하고 각박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물기를 적당히 머금을 줄 아는 흙이어야 많은 소출을 낼 수 있습니다. 생명의 말씀은 아주 적절한 물기이며 우리의 삶도 정말 부드러워야 한답니다.
2. 거름기가 많아서 양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냄새나고, 더러운 것이지만 흙은 더럽다고 하지 않고, 생명을 키우는 양식으로 받아들입니다. 거름기가 없으면 작물은 클 수가 없습니다. 성장의 절대적인 요소가 거름기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을 키우고 하느님 말씀에 따라서 사는 데에도 영양분이 있어야 합니다. 영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이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 줍니다. 피정, 미사참례, 영적지도, 묵상, 영적독서, 신앙상담, 성경공부, 기도 등 영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많은 영양분을 끊임없이 섭취해야 합니다.
3. 흙 속에 좋은 생물이 많아서 병해충을 방제해 주어야 합니다. 흙 속에 있는 많은 미생물은 병해충을 잡아먹기도 하고, 지렁이는 땅 속을 부드럽게 해준답니다. 이런 모든 생물들은 흙과 공생을 하며, 서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답니다. 척박한 땅에는 콩과 식물을 심어서 뿌리혹박테리아를 키워야 한답니다. 지렁이가 있는 흙은 생명이 있는 곳입니다. 희망이 있다는 표지이기도 합니다. 우렁이가 살고 있는 논은 희망이 있는 논입니다. 요즘 왕우렁이가 어린 벼를 다 갉아 먹는다는 정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서로 도우면서 살고 있습니다. 복음말씀을 받아들이는 사회는 서로 협력하고 병해충을 서로 없애가는 사회입니다. 농약을 쳐서 모든 생물을 죽이면 그 곡식을 먹는 인간도 결국 그 농약 때문에 죽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극약처방으로 살아갈 것이 아니라 서로 공생 공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며, 서로 협력하는 가정, 직장, 교회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4. 돌이나 가시덤불이 없고, 잡초가 없어 영양분을 곡식에게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중심에 하느님이 계시고, 그 하느님께 매달려 사는 우리는 세상의 쓸데없는 것에 마음을 쓰고, 잡초와 가시덤불 때문에 곡식을 메마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잡초를 뽑아주고, 가시덤불을 잘라주어야 합니다. 밭농사나 논농사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김매기입니다. 그런 것이 모든 영양분을 다 잡아먹어버립니다. 내 마음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그 모든 것들에서 우리들의 마음을 정리해 나가야 한답니다. 잡초와 가시덤불은 세상사에 치중한 삶이며 그건 악마와 타협하는 길입니다. 마치 파우스트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얻음과 같습니다.
5. 흙의 표층의 깊이가 깊어 뿌리가 내려 열매를 많이 맺게 하고 나무가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신앙의 깊이는 햇수로 말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얼마나 갈고 다듬고, 북을 돋워주고, 새 흙을 많이 덮어서 객토를 해야 하고, 많이 뒤집어 주어야 하는지에 달려 있답니다. 그래서 곡식이나 나무가 자라는 만큼 뿌리는 더 땅 속을 파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뿌리의 모습은 나무의 모습과 같이 생겼다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큼 우리의 신앙생활의 뿌리도 깊어져야 한답니다.
6.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고 통풍이 잘되어야 한답니다. 햇볕을 받지 못하면 곡식이나 과일은 자라지 못합니다. 주님의 은총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안 됩니다. 통풍이 잘 되는 것처럼 이웃과 친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답니다. 흙 속에 산소를 많이 집어넣어주어야 한답니다. 햇볕이 잘 들도록 가지치기를 하고, 흙에 볕이 잘 들도록 온도를 맞추어주어야 한답니다. 주님은 햇볕처럼 은총을 주시고, 구석에 갇혀서 어둡게 살지 않도록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자극해 주십니다. 좋은 흙은 우리가 만들 나름입니다. 우리가 언제나 만들어 가야 하는 삶입니다. 우리의 삶을 바탕으로 신앙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의심 없이 믿고 그 밭을 일구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 간의 삶이 좋은 흙을 만들기 위한 삶이었는지 반성합니다 |